[중견화학사는 지금]중국발 저가 공세에…활로 찾는 그린케미칼①기술 수준 높은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CCU 소재 상용화 추진
정명섭 기자공개 2024-05-20 08:20:27
[편집자주]
근래 '위기'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따라붙는 업종을 꼽으라면 단연 석유화학이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제 성장 부진, 중국발 공급 과잉, 원가 부담 상승 등으로 대기업마저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 위기를 단순 사이클에 따른 불황이 아닌 산업의 대격변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환경에 놓인 중견화학사들은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 더벨은 중견화학사의 경영 현황과 사업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6일 16: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8년 KPX그룹에서 계열분리한 중견화학사 그린케미칼은 국내 계면활성제 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보유한 강자다. 높은 시장지배력과 계면활성제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은 그간 안정적인 성장의 발판이 됐다.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공격적인 설비 확충에 따른 저가 공세에 나서 작년부터 수익성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그린케미칼은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는 특수제품 비중 확대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탄소 포집·활용(CCU)' 시장 진출로 활로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KPX케미칼서 분할해 출범...2018년 오너 2세 양준화 중심으로 독립
그린케미칼은 2003년 1월 KPX케미칼의 전신인 한국포리올에서 물적분할해 출범한 계면활성제 정밀화학 기업이다. 출범 당시 사명은 그린소프트켐이었으나 2008년 KPX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KPX그린케미칼'로 간판을 바꿨다.
그린케미칼로 굳어진 건 2018년이다. KPX그룹의 창업주인 양규모 의장의 장남 양준영 회장이 KPX홀딩스와 KPX케미칼의 지분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차남인 양준화 사장이 'KPX그린케미칼'을 중심으로 독립 경영에 나서면서 사명에서 KPX를 뗐다.
동시에 그린케미칼의 최대주주도 KPX홀딩스에서 건덕상사(지분율 25.47%)로 바뀌었다. 건덕상사는 양 사장이 지분 76.95%를 보유한 비상장 기업이다. 건덕상사의 2대 주주인 관악상사도 양 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다. 양 사장은 계열분리 이후 현재까지 그린케미칼의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그린케미칼의 주력 사업은 계면활성제인 에톡시레이트(EOA)와 폴리에틸렌글리콜(ETA)의 생산·판매다. 매출 비중이 약 96%에 달한다. EOA와 ETA는 여러 산업에서 세정제와 침투제, 습윤제, 유화분산제, 소포제 등으로 활용된다. 생산 거점은 충남 대산산업단지다.
그린케미칼은 1978년에 국내 최초로 EOA를 개발했고 1992년에는 ETA를 처음 국산화했다. 덕분에 국내 시장에서 지위가 꽤 높은 편이다. 작년 기준 EOA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21%, ETA는 54%다. 이 정도 위치면 원료가격 하락에도 판가 방어가 가능하다는 게 투자업계의 설명이다. EOA 사업의 경우 동남합성과 미원상사, 한농화성 등 다수의 경쟁자가 있다. ETA 부문에선 국내에 설비를 보유한 경쟁자가 없다.
EOA와 ETA의 원료인 에틸렌옥사이드(EO)는 대산산업단지 내에 한화토탈에너지스로부터 파이프를 통해 공급받고 있다. EO는 그린케미칼 재료비의 약 66%를 차지하는 핵심 원재료다.
과점적 지위는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형인 양 회장이 물려받은 KPX케미칼보다 외형은 작지만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다. 그린케미칼의 연매출은 다년간 2000억원대로 유지되고 있다. 양 사장이 계열분리에 성공한 이후 2022년까지 영업이익률은 3.4~7.3% 수준이었다.
재무비율도 적정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최근 5년 새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18년으로 각각 24.8%, 76.3% 수준이었다.
◇중국발 저가 공세로 수익성 타격...고부가 비중 확대·CCU 사업 확장으로 대응
그러나 그린케미칼의 작년 영업이익은 50억원으로 1년 전 대비 70%가량 떨어졌다. 양 사장이 경영총괄을 맡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영업이익률도 1.8%로 크게 낮아졌다.
이는 중국 현지 기업들이 범용 계면활성제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린케미칼의 매출 중 내수와 수출 비중은 각각 30.8%, 65%로 수출이 2배가량 더 높다.
회사는 수출국과 비중을 별도로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주요 국가 중 한 곳은 중국으로 알려졌다. 중국 경쟁사와 가격경쟁이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작년에 EOA와 ETA를 생산하는 현지 법인 롯데케미칼자싱을 파트너사에 매각했는데, 중국 기업들이 계면활성제 생산설비를 증설해 수익성이 악화한 데 따른 조치였다.
그린케미칼은 범용 계면활성제 제품이 아닌 다품종소량생산 기반의 특수제품 비중을 높여 중국발 저가 공세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신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2017년부터 기술 개발을 추진해온 CCU 사업이 대표적이다. 현재 그린케미칼은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데 사용되는 흡수제와 흡착제 등의 소재를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선 올해는 흡수제의 물성을 분석하고 이산화탄소 흡수 용액의 성분을 분석하는 등 제품 성능 개선을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라 사업 성과가 실적에 반영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배터리 전해액 용매 사업은 아직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배터리 전해액의 용매에는 고순도 에틸렌카보네이트(EC)와 에틸메틸카보네이트(DMC)가 투입되는데 그린케미칼의 설비로는 이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이 배터리 전해액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이에 대해 그린케미칼 측은 "아직 연구개발과 추가 설비투자 등 여러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며 "배터리 전해액 소재 시장은 원가경쟁력을 갖춘 중국 기업의 제품과 기존 기업의 높은 기술력 등으로 사업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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