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광약품 리바운드 전략]혁신신약 좌절 복구 오너가 직접 뛴다, '돈 버는 신약' 조준'라투다' 성공 기폭제 '도입신약' 검토, OCI 추진 해외 제약사 인수 '파트너십'도 기대
최은수 기자공개 2024-05-27 08:10:48
[편집자주]
OCI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한 지 2년, 부광약품이 변곡점에 섰다. 적자전환한 실적을 아직 흑자로 돌려놓진 못했지만 부실을 털어내는 등 체질개선을 꾀하고 있다. 신약 자회사 콘테라파마의 임상 결과가 속속 도출되면서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하는 기로에 서기도 했다. 제약바이오 사업을 드라이브 걸고 있는 OCI그룹의 분명한 의지 하에 부광약품은 어떤 전략으로 어떤 변신을 꾀하고 있는지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4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광약품의 부침은 약 10년 간 이어 온 자체 혁신 신약개발 역사와 맞닿아 있다. 자회사 콘테라파마의 핵심 파이프라인 JM-010의 개발과 실패 B형간염 치료제 레보비르의 코로나19 타깃 약물재창출 도전과 좌절이 일례다.실패 뿐이었던 혁신 신약말곤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가져갈 요인이 딱히 없는 것도 사실이다. 부광약품이 리바운드를 위해선 R&D를 놓치지 않으면서 이미 돈을 버는 혁신신약을 도입하는 유연함을 고민하는 배경이다. OCI그룹 오너 이우현 회장이 세계 각지로 움직이며 직접 접점을 만드려는 움직임도 주목된다.
◇톱티어급 R&D 지출 비율에도 '진심' 못 담은 성과
부광약품은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사실 지난 10년간 신약에 상당한 심혈을 기울여 온 제약사다. 인지도나 성과가 부족해 잘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 같은 진심은 해당 기간 연구개발비용 지출 추계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2014년 혁신신약개발의 첨병으로 자회사 콘테라파마를 세운 후 줄곧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중을 줄곧 두자릿수로 유지했다. 해당 기간 전체 제약사의 평균은 7%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괴리가 있다. 가장 활발하게 R&D에 투자한다는 한미약품 정도가 줄곧 10%대를 이어왔다.
이 기간 부광약품이 지출한 R&D 비용 총액은 약 2400억원, 규모만 놓고 보면 많지도 적지도 않다. 그러나 연 매출액이 아직도 1000억원 후반대에 머무는 부광약품의 체급을 생각하면 장기간 상당한 부담을 감내했다는 의미다.
그간 도전을 수치로 환산해보면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았을 뿐 부광약품이 회사의 명운을 걸고 중대한 사투를 벌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콘테라파마와 함께 레보비르의 코로나19 약물재창출 등 굵직한 도전이 모두 실패로 돌아간 점이 더 아프게 다가왔다.
지금의 부광약품의 어려움은 혁신신약개발 도전과 자회사 중심 전략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세일즈에 강점을 갖고 있던 내분비계 영역의 경우 경쟁기업이 생각보다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여러 대외 변수 속에서 1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혁신신약의 염원을 기존 오너 일가는 이루지 못했다. 도전은 무위로 돌아갔고 결국 새로운 주인 OCI그룹의 몫이 됐다.
OCI그룹은 오히려 R&D에 한층 통큰 베팅을 이어가며 10년지대계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기대를 모으던 콘테라파마의 JM-010이 좌절했지만 리드 파이프라인 정도가 달라질뿐 신약 개발을 위한 전반적인 방향성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라투다서 찾은 반등의 발판 '가교임상'도 '도입'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와 같이 혁신신약을 위해 모든 수익을 R&D에 쏟아붓는 전략을 계속할 수는 없다. 2000억원에 육박하는 유동성을 확보했음에도 기약없는 투자를 이어가기엔 한계가 있다.
JM-010 개발이 사실상 실패에 돌아갔다는 걸 목도한 OCI그룹 오너 이우현 회장이 곧바로 컨틴전시 플랜을 선언하고 직접 해외로 바삐 움직이는 것도 '리바운드를 위한 적기'를 놓치지 않겠단 의지로 보인다.
이 회장은 꼭 혁신신약이 아니더라도 가교임상 등이나 코프로모션 등 도입 전략 등을 통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단 점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최근 이 회장이 앞장서 해외 제약사와의 협업 가능성을 물색하는 것도 R&D 전략 변화을 방증한다.
당장 제약사 인수나 협업을 노리지만 OCI그룹 자체엔 신약개발 기지나 퍼실리티가 없다. 자연스럽게 그룹이 추진하는 해외 제약사와의 협업을 부광약품이 나서 국내외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콘테라파마도 충분히 가능성 높은 다른 파이프라인이 있다. 하지만 당장 JM-010이 어그러졌기에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결국 선택지는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신약'으로 압축된다. 올해 초 이 회장이 직접 스미모토파마를 만나기 위해 일본으로 도해한 것과 추가로 이달 말 콘테라 덴마크 출장을 예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혁신신약이 아닌 다소 우회하는 길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도입신약이라 해도 분명 제약시장에서 신약이 주는 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도입 신약의 성공 사례를 만든만큼 부광약품의 역할론도 상당히 달라졌다. 스미토모와의 협업을 통해 발굴한 조현병 신약 라투다의 국내 출시가 기점이다. 라투다는 전 세계에서 2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적이 있는 블록버스터로 시장성은 입증됐다.
가교임상이나 신약 도입 전략은 혁신신약보다 어렵지 않은 길이다. 그러나 성공만 하면 수익성에 대한 고민을 꽤 내려놓을 수 있다. 마침 조현병이라는 CNS 계열 특수 적응증 치료제를 확보했고 이를 세일즈할 국내조직만 완비하면 수익성 고민은 어느 정도 내려놓게 된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아직은 세일즈 포션이 크지 않지만 CNS 쪽 특화 사업에 중점을 둘 전망"이라며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역시 여전히 유효하며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나 변화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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