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펀드 열전소형펀드 전성기 견인 삼성FOCUS, 현재는 '잠행중'펀드 소외로 AUM 급감속 명맥 유지…16년만에 운용계보 변화
윤종학 기자공개 2024-06-17 07:42:20
[편집자주]
최근 수년간 직접 투자와 ETF를 필두로 한 패시브 상품들이 개인들의 투자 트렌드로 고착화되면서 공모 액티브 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하지만 운용사 입장에서는 '펀드의 꽃'이라 불리는 이들 액티브 펀드는 포기할 수 없는 한 축이기도 하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장기적인 자산증식의 수단으로서 운용사의 얼굴이자 대표 상품의 면면을 더벨이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2일 10: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중소형FOCUS 펀드는 주식형 액티브펀드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와중에도 성과를 입증하며 명맥을 이어가는 펀드다. 2007년 삼성자산운용에서 출시된 뒤 분사 과정에서 자회사인 삼성액티브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겨가면서도 간판펀드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다만 투자시장에서 펀드가 소외돼가는 시대흐름을 비켜가지는 못했다. 국내 중소형펀드 전성기를 이끌며 한때 설정액이 9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현재는 800억원대까지 빠졌다. 2007년부터 2022년까지 삼성중소형FOCUS 펀드를 운용해온 민수아 삼성액티브운용 대표가 책임운용역에서 물러나고 김지운 본부장이 운용을 맡는 운용계보의 변화도 발생했다.
◇중소형펀드 대표주자...상위 3개사 판매비중 절반 차지
삼성중소형FOCUS 펀드는 '세상의 변화에 투자하자'라는 운용 철학을 바탕으로 대형주로 성장할 수 있는 국내 중소형주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한다. 주식에 60% 이상을, 채권에 40% 이하를 담는 구조지만 실상 대부분의 자산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5월말 기준 펀드내 99.5% 비중이 국내주식으로 나타났다.
중소형주는 코스피 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 100위 안에 들지 않는 종목들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종목들 중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 100위'에 해당하는 종목보다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들로 정의된다. 10일 기준으로보면 시가총액 약 3조3000억원을 넘기지 않는 기업들이 대상인 셈이다.
삼성중소형FOCUS가 일반적인 중소형주 펀드와 차별화되는 점은 단기 모멘텀보다는 가치투자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실제 매매회전율이 굉장히 낮은 편이다. 2023년 6월~2024년 3월까지 최근 3분기 매매회전율 추이를 보면 각각 40.9%, 23.2%, 24.9% 등으로 집계됐다. 연환산 102%로 타 공모펀드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친다.
중소형 기업 중에서 향후 대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에 베팅해 장기 성과를 노리는 셈이다. 이를 위해 경영전략 및 경쟁력, 사업모델, 지배구조 등 질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동시에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순이익성장비율(PEG),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수익률 등이 양호한 기업을 선별하고 있다.
또한 수치만으로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기업탐방을 중시하고 있다. 중소형 기업의 특성상 경영진이 회사를 성장시키려는 의지와 능력 등을 보유했는지도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판매채널을 보면 국민은행, 경남은행, 삼성증권 등 상위권 3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삼성중소형FOCUS의 운용펀드는 클래스 통합 876억원이 판매됐다. 이중 대표 클래스인 A클래스의 설정액 522억원 중 16.09%인 104억원을 국민은행에서 판매했다. 2등인 경남은행이 98억원으로 15.22%를, 3등인 삼성증권이 95억원으로 14.72%를 차지했다.
판매수수료는 A클래스 기준 1%로 타 펀드와 유사한 수준이다. 판매보수 0.9%, 운용보수 0.73% 등을 포함한 총보수는 1.68%다.
◇조단위 펀드 앞두고 '휘청'…2016년 이후 설정액 내리막
삼성중소형FOCUS는 2007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책임운용역을 단 한 차례만 교체할 정도로 책임운용 성향이 강한 펀드다. 민수아 책임운용역이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에 오르면서 운용역 교체가 이뤄졌다.
민수아 대표는 LIG손해보험 주식운용본부에서 운용업무를 시작해 인피니티투자자문 창업멤버 등을 거쳐 2006년 삼성자산운용에 입사하게 된다. 입사 후 중소형 펀드 라인업을 구축하기 위해 삼성중소형FOCUS의 출시 단계부터 참여했다.
삼성중소형FOCUS가 출시 초기부터 주목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2007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시기다. 자금모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수대비 꾸준히 초과 성과를 거두며 입소문을 탔다. 2011년 초 처음으로 설정액 100억원을 넘기며 자금유입이 급속도로 증가하기도 했다. 2011년에만 2000억원의 자금이 몰리며 판매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운용규모가 커지면서 초과수익 달성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2012년 펀드판매를 재개한 뒤 2016년까지는 코스닥시장의 부침과 함께 펀드 규모도 출렁이게 된다. 2012년말에서 2013년 8월까지 대형주가 부진한 대신 중소기업 육성정책 등으로 코스닥 시장은 강세를 보였다. 이 시기 약 3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며 삼성중소형FOCUS의 설정액도 5000억원을 넘어서게 됐다.
2013년말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는 그동안 급성장한 중소형주 차익실현 움직임과 증시 상승세에 따른 대형주 위주의 장세가 이어지며 자금 이탈로 이어졌다. 2000억원가량이 이탈하며 설정액도 300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이후 삼성중소형FOCUS가 역대 최대 설정액을 기록했던 2015년은 코스닥지수가 700선을 돌파하는 등 중소형주가 시장 상승을 이끌던 시기다. 중소형주펀드 유형에만 1조7000억원 가량이 유입되며 삼성중소형FOCUS도 설정액 9000억원을 돌파했다.
다만 이때를 기점으로 자금이탈이 이어지게 된다. 2016년 마이너스(-) 13.21%의 부진한 성과를 내며 1500억원 가량이 감소한데 이어 2018년에도 -14.22%를 기록하면서 자금이탈을 부추겼다. 여기에 ETF 시장의 득세로 뮤추얼펀드 시장이 위축되고 판매사들의 펀드 판매 축소 등 악재가 겹치며 2020년 4400억원에서 2021년 1400억원대로 대규모 자금이탈이 발생했다. 이후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며 현재는 800억원대를 유지 중이다.
◇샤프지수 회복세…중소형주 투자 전략 계승
현재 삼성중소형FOCUS 펀드는 김지운 본부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운용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2021년말부터 부책임운용역으로 참여해 2023년 1월 책임운용역을 맡았다.
김 본부장은 기존의 경쟁력을 갖춘 중소형주 중에 대형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에 집중투자한다는 투자 전략을 그대로 계승해 운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펀드가 투자자들에게 소외되는 상황에서 펀드 성과를 양호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실제 김 본부장이 책임운용역을 맡은 2023년부터 샤프지수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샤프지수는 주간 펀드 수익률에서 CD금리를 뺀 수치를 표준편차(펀드 수익률 변동성)로 나눈 값이다.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운용업계에서는 샤프지수가 '1' 이상이면 상위권의 운용성과로 평가한다.
삼성중소형FOCUS는 전성기 시절 수익률 측면에서는 주식형 공모주 펀드 가운데서도 수위권을 다투던 펀드다. 2007년 출시 이후 2015년까지 8년 연속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2009년 66.7%, 2010년 27.33%, 2011년 14.64%, 2012년 21.93% 등 두 자릿수 성과를 장기간 내기도 했다. 다만 2013년부터 수익률이 주춤하며 2013~2016년까지 샤프지수도 1에 미치지 못했다.
2016년(-13.21%)을 시작으로 2018년(-14.22%), 2022년(-23.85%) 등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는 연도도 생겨났다. 아직 김 본부장이 책임운용역을 맡은 시기가 짧긴 하지만 2023년에 들어서며 샤프지수가 1을 넘어선 것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수익률 자체도 20.83%로 높은 수준이다. 올해 5월 기준으로도 샤프지수 0.99를 기록해 안정적인 운용성과를 유지 중이다.
최근 중소형주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점도 성과 회복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김 본부장도 반도체, 2차전지, 풍력, 수소연료전지, 음식료, 화장품 등 국내 강소기업들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어 중소형주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중소형FOCUS는 포트폴리오 상위 10종목을 합쳐도 약 23%에 불구할 정도로 분산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6.7%), SK하이닉스(2.5%) 등 대형주가 1,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에서 두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과 비교하면 제한적으로 담았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3위 이하 종목들이 펀드 성향을 드러내는 종목으로 판단하고 있다. 키움증권, 효성중공업, 네이버, HD현대일렉트릭, 씨에스윈드, 농심, DN오토모티브, 이수페타시스 등이 포트폴리오 상위권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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