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의 현대차 쟁탈전]'경쟁과 동시에 협력' 배터리·반도체 공생관계 늘어난다③총수 만남 이후 '맞손', 완전한 K-전기차 등장 기대
김도현 기자공개 2024-07-02 07:51:21
[편집자주]
현대차그룹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아울러 전기차를 넘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 전환까지 준비 중이다. 이같은 흐름에 양대 전자기업인 삼성과 LG도 올라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을 다루는 각 그룹 계열사의 미래 먹거리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TV·가전을 넘어 자동차 부품을 두고 겨루는 중인 삼성과 LG의 경쟁 구도를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7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라인업을 늘려감에 따라 관련 공급망을 확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LG와 접점이 넓어진 가운데 삼성도 새로 합류했다. 두 그룹은 각각 전장부품, 반도체를 납품하는 한편 배터리를 두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배터리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한발 앞선다. 단순히 교류하는 것을 넘어 해외에서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SDI는 뒤늦게 현대차와 거래를 텄지만 동맹전선 확대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일련 과정의 시발점이 총수 회동이라는 부분이 주목할 만하다.
◇삼성 '유럽', LG '북미·동남아' 배터리 파트너
삼성SDI는 지난해 10월 현대차와 사상 첫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 현대차의 차세대 유럽향 전기차용 배터리가 대상이다. 금액 규모는 4조원 내외로 추정된다.
삼성SDI는 내후년부터 기존 P5 대비 에너지 밀도를 10% 높이고 10분 만에 80% 이상 충전 가능한 P6를 헝가리 공장을 통해 납품하게 된다. P6는 삼성SDI가 올해부터 본격 생산하는 프리미엄 배터리다.
이번 계약 이후 최윤호 삼성SDI 대표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선도하는 현대차와 전략적 협력의 첫발을 내디뎠다"며 "삼성SDI만의 초격차 기술경쟁력, 최고의 품질로 장기적인 협력 확대를 통해 현대차가 리더십을 강화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후 현대차발 배터리 공급이 증대될 수 있음을 암시한 대목이다. 실제로 양사는 차세대 배터리 플랫폼 선행 개발 등 협력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전지 부문에서의 협력이 유력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과거부터 현대차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SK온 비중이 컸다. 최근 들어서는 LG에너지솔루션 몫이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작년 5월 현대차와 미국 조지아에 공동으로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25년 양산 목표로 6조원에 가까운 금액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연간 생산능력(캐파)은 30기가와트시(GWh)로 30여만대 전기차에 장착할 수 있는 양이다. 양측은 향후 7~8년간 추가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카라왕에 배터리 생산기지를 구축한 바 있다. 이곳은 올 4월부터 양산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아의 소형 전기차 'EV3' 등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만든다. 초기 캐파는 10GWh, 추후 30GWh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연이은 파트너십으로 현대차는 유럽, 북미, 동남아 등에 안정적인 배터리 조달처를 확보하게 됐다.
이와 별개로 현대차는 배터리 내재화 작업도 착수한 상태다. 소재 및 원재료 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고 자체 라인 설립 등을 준비 중이다. 협력사 다변화와 수직계열화 동시 추진으로 돌아올 전기차 호황기에 치고 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주요 부품 국산화, 대기업 컬래버 '모범사례'
배터리 이외에도 현대차는 국내 기업끼리의 협업을 지속 모색 중이다. 최근 현대차는 LG마그나와 전기차 모터 공급량 확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마그나는 LG전자와 캐나 마그나인터내셔널이 합작한 법인으로 구동모터, 전력변환 장치 등 파워트레인을 주력으로 한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부터 LG전자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제품도 활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전장 사업을 꾸준히 육성 중인 LG전자와 외산 의존도를 축소하려는 현대차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로 현대차와 손을 잡았다. 내년부터 현대차 차량에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920'을 제공하기로 했다. IVI는 엔터테인먼트와 인포메이션 시스템을 총칭하는 용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V920은 이전 세대(V9) 대비 대폭 개선됐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이 각각 1.7배, 2배, 2.7배 강화됐다.
이전에 삼성전자가 메모리, 이미지센서 등 일부 납품하긴 했으나 차량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첫 사례다. 그동안 현대차는 독일 인피니언, 미국 퀄컴 및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핵심 반도체를 조달했다.
현대차그룹은 반도체 내재화도 진행 중이다. 일부 칩을 자체 개발해 활용하려는 심산이다. 삼성전자가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도 하는 만큼 또 다른 협력을 기대해볼 수 있다.
다방면 동행은 2020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을 만나면서 이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시 정 회장은 이 회장과 구 회장을 각각 사업장에서 만나 배터리 등 협업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술 교류 등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도 함께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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