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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펀드 열전]'메가펀드' 칸서스하베스트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었다"순자산 1조서 300억대 급감, 하우스 소송·매각에 휘청

윤기쁨 기자공개 2024-07-02 07:49:47

[편집자주]

최근 수년간 직접 투자와 ETF를 필두로 한 패시브 상품들이 개인들의 투자 트렌드로 고착화되면서 공모 액티브 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하지만 운용사 입장에서는 '펀드의 꽃'이라 불리는 이들 액티브 펀드는 포기할 수 없는 한 축이기도 하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장기적인 자산증식의 수단으로서 운용사의 얼굴이자 대표 상품의 면면을 더벨이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7일 11: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칸서스자산운용은 '칸서스하베스트'와 역사를 같이한다. 2004년 회사 출범과 동시에 선보인 이 상품은 3개월 만에 AUM 1000억원을 돌파했다. 공모펀드 열풍을 이끌며 3년만에 수탁고는 1조원을 돌파했다. 신생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중 자금을 빠르게 빨아들였고 곧바로 '메가 펀드'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하고 공모펀드 전성기가 끝나면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회사가 각종 소송과 매각 이슈에 휘말리면서 '칸서스하베스트'는 첨차 쇠락의 길을 걸었다. 투자자들에게 잊혀져갔고 순자산총액은 1조원에서 300억원대로 쪼그라들어 명맥만 유지하는 상태다.


◇국내 최초 멀티클래스 도입, 사세 기울자 펀드도 '곤두박질'

'칸서스하베스트'는 2004년 10월 설정된 대표적인 장수 펀드다. 동시에 국내 최초로 멀티클래스를 도입한 상품이기도 하다. 멀티클래스는 한 개의 펀드에 다양한 보수체계를 적용한 방식이다. 지금은 보편화돼 있지만 처음 나왔을 당시만 해도 투자금액과 기간에 따라 보수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클래스만 다를 뿐 개인들도 기관투자자와 똑같은 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전성기도 잠시 사세가 점차 기울면서 펀드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부 변수와 내부적으로 송사와 실적 악화가 겹치면서 고꾸라졌다. 일부 소송에서는 패하면서 손해배상금액도 불어났다. 여기에 최대주주였던 한일홀딩스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 해소를 위해 매물로 내놓으면서 혼돈의 시기를 맞이한다.

'칸서스사할린' 투자자였던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당시 우리투자증권)은 펀드 손실을 물어 400억원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케이프인베스트먼트(전 LIG투자증권)는 2013년 한국토지신탁 인수를 위한 합작관계 불발을 이유로 600억원 소송을 걸었다. 또 '칸서스타슈겐트JSK' 사모펀드에 가입한 17명 투자자들과 판매사인 하나은행은 21억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자금 회수도 지연되면서 칸서스자산운용은 경영난을 겪게 된다. 2017년 이후 결손금이 꾸준히 누적되면서 부분 자본잠식 상태도 장기화됐고, 운용사 필요유지 자기자본금 미달로 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매각은 계속해서 불발되면서 제대로 된 펀드 운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칸서스자산운용은 2019년에 마침내 새로운 주인을 맞이했다. 한일홀딩스에서 HMG그룹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HMG그룹과 NH투자증권은 컨소시엄을 이뤄 유상증자로 각각 50억원, 20억원을 투입해 신주를 인수한다. 이후 칸서스자산운용은 이 작업에 참여했던 김연수 당시 NH투자증권 투자금융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하지만 망가진 조직을 일으키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실적은 매년 들쑥날쑥했다. 2018년 73억원 순손실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이듬해 16억원으로 반짝 흑자 전환했지만 2020년 다시 순손실(54억원)로 돌아섰다. 순이익은 △2021년 25억원 △2022년 6857만원에 이어 지난해 14억원까지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다.

칸서스자산운용은 과거 영광을 누린 '칸서스하베스트'를 중심으로 재건 작업에 한창이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 규모가 작거나 운용 경쟁력이 없는 대다수 펀드들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칸서스하베스트'를 간판 펀드로 다시 내세우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박성현 프로골퍼를 통해 '박성현 펀드'로 리브랜딩을 시도했다. 박성현 프로는 2017년 LPGA(미국여자프로골프)에 진출해 신인상,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 등을 수상한 국내 대표 선수다. 칸서스자산운용이 후원하고 있는 박성현 프로가 후원금을 이 펀드에 재투자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탁고는 여전히 제자리다. 순자산총액은 현재 368억원 수준이다.



◇데이터와 분석 기반으로 관리 'ESTJ', 주도 섹터에 집중 투자

이 펀드는 내재 가치 대비 저평가된 우량 종목들로 구성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벤치마크(BM)로 코스피지수를 추종하지만 수익률은 이를 초과하는 액티브 펀드에 해당한다. 밸류에이션과 향후 3~5년간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고려해 유망 종목들을 선정하고 있다.

성격유형 지표인 MBTI로 구분하면 ESTJ에 가깝다. '경영자'로 통하는 이 유형은 데이터와 분석을 바탕으로 조직을 관리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실제 '칸서스하베스트'에는 멀티매니저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각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펀드매니저 5명이 섹터를 나눠 종목들을 선별하고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정해 펀드를 공동 운용하는 식이다. 펀드가 개인의 역량이 아닌 시스템으로 돌아가게끔 설정해놨다.

대표적인 특징은 △구성 종목들의 업종이 다양하고(E·외향형) △우량주와 중소형주 비중을 적절히 섞고(S·감각형) △비교지수 아웃퍼폼을 노리는 액티브형(T·사고형) △장기투자형(J·계획형)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최초 운용역은 칸서스자산운용 창립 멤버인 유승우 펀드매니저다. 스타매니저 출신으로 대신투자신탁운용 등을 거치며 명성을 쌓았다. 최우수 펀드매니저에 다수 선정되면서 1999년에는 '유승우 펀드'라는 실명 펀드를 운용하기도 했다.

설정 초기 '칸서스하베스트'는 연수익률 10% 이상을 꾸준히 내는데 주력했다. 중소형주 비중은 15~20%, 포트폴리오 구성종목은 50개 전후로 유지했다. 당시 삼성전자, 국민은행, 현대중공업 등 코스피 시총상위 종목 비중 순으로 편입했다.


하지만 칸서스자산운용이 부침을 겪으면서는 이 펀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운용역이 변경됐다. 김관오, 김영배 매니저를 거쳐 현재 고재훈 본부장이 맡고 있다. 2018년 칸서스자산운용에 합류한 고재호 주식운용본부장은 아데나투자자문, 유리자산운용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투자 전략은 완전히 수정됐다. 우량주나 대형주보다는 반도체, 바이오, IT(정보기술)와 같은 주도 섹터들을 담는 식으로 변경했다. 가령 반도체 업황이 주춤하면 시장을 새롭게 이끌고 있는 바이오 섹터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식이다. 코스피지수 대비 5%포인트 이상 수익률을 내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큰 변동성에 수익률도 들쑥날쑥, 샤프지수 매년 1 밑돌아

'칸서스하베스트'는 출시 직후만 해도 10%를 웃도는 우수한 수익률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주식형 공모펀드 수익률이 평균 5~6% 내외인 걸 감안하면 높은 편이다. 그러나 회사가 부침을 겪은 이후로는 수익률도 큰 기복을 보이고 있다.

연간 기준 수익률은 2017년 28%로 치솟았지만 이듬해 곧바로 -17%로 급락했다. 이어 △2019년(5.90%) △2020년(34.27%) △2021년(15.77%) △2022년(-22.0%) △2023년(15.37%) 등 일정하지 않은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펀드가 대내외 변수와 금융시장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은 탓이다.


실제 샤프지수(투자위험 대비 초과수익률)는 2018년 이후로 1을 밑돌고 있다. 샤프지수는 표준편차를 이용해 펀드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변동성이 크지 않으면서도 수익을 잘 내는 상품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1을 밑돌수록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해 얻은 수익성이 나쁘다는 것을 뜻한다.

2012년 0.08이었던 샤프지수는 2013년 0.18로 소폭 올랐다. 그러나 2014년 -1.21로 떨어진데 이어 2016년과 2018년도 각각 -0.26, -1.17을 기록했다. 2020년 1.07로 다시 치솟았지만 △2021년 0.89에서 △2022년 -1.46으로 떨어졌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0.79, 0.91을 기록하며 여전히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주요 포트폴리오는 1분기 기준 삼성전자(21.79%), SK하이닉스(8.20%) 등 대형주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어 현대차(3.44%), 삼성바이오로직스(2.63%), 기아(2.43%), HD현대일렉트릭(1.88%), 하이브(1.83%), 삼성물산(1.74%) 순이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42.62%), 운수장비(12.46%), 반도체(7.43%), 금융업(6,74%), 서비스업(6.14%), 의약품(5.03%) 등으로 집계되고 있다.


판매 채널은 은행의 비중이 높다. NH농협은행이 52.43%(196억원)로 가장 컸고, 우리은행이 36.37%(136억원)로 뒤를 이었다. 이어 신한은행(6.70%, 25억원), NH투자증권(2.5%, 9억원), 부산은행(0.71%, 3억원), 하나은행(0.60%, 2.25%), 아이엠뱅크(1.26%, 0.34%) 등의 창구를 활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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