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닉스 road to IPO]거래소 지적받았던 FI 수익률 보장 '고심 끝 해지'②"주주 간 형평성 위배" 지적, 공모가 하단만 피해도 '사실상 수익보장'
성상우 기자공개 2024-09-10 09:50:16
[편집자주]
공장 자동화 솔루션 부문 강자 제닉스가 코스닥에 입성한다. 최근 6년간 꾸준히 흑자를 유지하면서 성장세를 주목받고 있다. 최고 실적 구간을 맞아 시의적절하게 상장을 추진하면서 밸류에이션을 극대화한 점이 눈에 띈다. 기술특례방식이 아닌 일반 상장기업이 밸류에이션에 추정 실적을 활용한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제닉스는 상장을 기점으로 글로벌 진출에 나선다는 포부를 내걸었다. 더벨은 제닉스의 공모 전략과 상장 후 성장 시나리오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9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닉스의 공모 구조를 보면 상장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어온 재무적 투자자(FI)에게 일정 수익률을 보장해주려 했던 흔적이 보인다. 투자 당시 FI에게 회사가 기업공개(IPO)를 할 경우 공모가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당 수익으로 보장해 주겠다는 주주간 계약이 있었다.해당 약정은 상장 예비심사 과정에서 한국거래소의 지적을 받고 자발적으로 해지했다. 다만 공모가 산정 내역을 보면 끝까지 해당 수익률 보장에 대한 의지를 관철시키려 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회사 측은 투자 유치 당시 주주간 계약서에 명시했던 최소 보장 가격을 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 가격으로 설정했다. 덕분에 FI로선 투자 6개월 만에 높은 수익률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남은 관건은 공모 후 락업 해제 시점까지의 주가 흐름이다.
최근 정정 공시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에이케이케이 로보테크밸류업 신기술투자조합’은 지난 3월 투자 당시 제닉스 구주 매도인인 배성관 대표와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에이케이케이 로보테크밸류업 신기술투자조합은 AIM인베스트먼트가 KB증권, 키움캐피탈과 함께 조성한 펀드다. 제닉스는 이 펀드를 통해 올해 3월 상장 전 처음이자 마지막 외부 투자(프리IPO)를 유치했다. 펀드 측은 당시 총 투자금 177억원을 들여 지분 22.66%(90만2041주)를 확보했다. 펀드가 당시 매입한 물량은 전량 구주로 제닉스가 보유하고 있던 자기 주식과 최대주주 배성관 대표 개인 지분이었다.
펀드가 당시 매도인(배성관)과 체결한 주주 간 계약 내용 중엔 일반적인 보통주주가 가진 권리·의무와 달리 정한 조항이 있다. ‘기업공개(IPO) 의무’를 비롯해 ‘의사결정 시 투자자의 사전 동의’와 ‘IPO 의무 위반 시 투자자의 풋옵션’ 등이 규정돼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IPO시 투자자의 수익률을 보장해준 부분이다. 주주 간 계약 제9조엔 ‘IPO 추진 시 주식 1주당 공모가격의 70%에 해당하는 단가가 주식매매계약서상 1주당 매매가격에 미달하는 경우, 매도인 1은 해당 단가차액에 거래 주식수를 곱한 가액만큼 신기술투자조합에게 현금을 추가 납입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펀드 측의 주당 매입단가는 1만9600원이다. 공모가격의 70% 해당 가격이 이 가격(1만9600원) 미달할 경우 미달분(1만9600원과 공모가 70% 가격 차이)만큼 현금으로 보전해 주겠다는 내용이다. 다시 말하면 공모가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당 최소 차익으로 보장해주겠다는 의미다. 수익률로 환산하면 43% 수준에 대한 보장 의무가 담긴 셈이다.
상장 예비심사 과정에서 해당 약정은 모두 삭제하기로 주주 간 합의가 이뤄졌다. 주주 간 형평성을 지적한 한국거래소의 권고를 그대로 반영했다. 이로써 배 대표에게 달려있던 ‘70% 가격 미달 시 현금 보전 의무’가 서류상 사라졌다.
거래소 측은 공모 후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주식에 대해 사모펀드에게 유리한 수익률을 보장하는 약정이 유지될 경우 다른 주주들과 비교했을 때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류상 약정은 해지됐지만 수익률 보장 합의는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결국 관철된 듯한 모양새다. 상장 주관사(신영증권)와 함께 도출한 공모가 산정 내역을 보면 밴드 하단 가격이 2만8000원이다. AIM인베스트먼트 펀드의 매입가인 1만9600원은 2만8000원의 정확히 70%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흑자 실현 기업인 제닉스가 수요예측 과정에서 밴드 하단 아래의 가격으로 확정 공모가를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물론 수요예측 과정에서 공모가 밴드 하단 미만에서 확정 공모가가 정해질 수 있다. 상장 후 락업 해제 시점(6개월)까지의 주가 하락 가능성으로 해당 수익률을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펀드 측이 심사 승인에 협조하기 위해 최초 합의했던 매도인 측의 현금 보전 의무까지 포기한 만큼 회사 측이 가격에 관여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인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나마 최소 수익률을 보장해준 형태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제닉스는 오는 11일까지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다. 밴드 하단 이상의 확정 공모가를 받을 경우 AIM인베스트먼트 펀드 측 입장에선 투자 6개월 만에 43% 이상의 수익률(공모가 기준)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펀드 수익률은 배 대표와 박 상무의 2차 엑시트 수익률과도 직결된다. 배 대표와 박 상무는 에이케이케이 로보테크벨류업 투자조합의 조합원이기도 하다. 각각 7.8%, 4.9%의 출자지분을 보유 중이다. 펀드 측과의 최초 투자 협의 당시 리스크 분담을 위해 최대주주도 같이 펀드에 참여하라는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배 대표와 박 상무가 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제닉스 지분은 펀드 해산 시기에 맞춰 자동 엑시트가 이뤄질 예정이다.
배성완 제닉스 경영지원실장(CFO)은 “(해당 약정은) 투자자 입장에서 일종의 안전장치로 요구한 것”이라며 “거래소로부터 사모펀드에게 유리한 조건을 해지하라는 권고를 받았고 상장을 하기 위해선 회사나 투자자나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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