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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 보드]하나금융, 계열사 겸직서 엿본 은행 '절대적' 위상겸직자 14명 중 10명, 은행 상근 임원…그룹 내 85% 달하는 이익 비중

김슬기 기자공개 2024-09-25 07:54:52

[편집자주]

기업은 본능적으로 확장을 원한다. 모이고 분화되고 결합하며 집단을 이룬다. 이렇게 형성된 그룹은 공통의 가치와 브랜드를 갖고 결속된다. 그룹 내 계열사들은 지분관계로 엮여있으나 그것만 가지고는 지배력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렵다. 주요 의결기구인 이사회 간 연결고리가 필요한 이유다. 기업집단 내 이사회 간 연계성과 그룹이 계열사를 어떻게 컨트롤하는지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9일 15:3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주사 임원들의 겸직 현황이 비교적 단출하다고 할 수 있다. KB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가 기타비상무이사를 통해 계열사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은행 임원들이 겸직하는 비율이 높았다. 기타비상무이사(비상임이사)도 은행과 증권 두 군데에만 뒀다.

그나마 은행을 제외한 하나증권이나 하나금융티아이 겸직자인 강성묵 부회장과 박근영 부사장은 각 사의 대표로 과거 하나은행에 몸을 담은 바 있다. 통상 하나금융그룹은 은행 출신을 계열사 대표로 보내고 있는만큼 각 사에 따로 기타비상무이사 등의 연결고리를 촘촘하게 둘 필요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 지주 겸직자 대부분이 은행 인사, 은행장부터 상무까지 배치

2024년 상반기 기준으로 하나금융지주 내에서 계열회사간 임원 겸직을 하고 있는 인물은 총 14명이다. 이 중 10명이 하나은행에서 상근직으로 근무 중이다. 현재 이승열 은행장을 비롯, 박병준·성영수·오정택·이선용·김영훈 부행장, 장일호·김기홍·정재욱 본부장, 정준형 상무 등이 지주에도 적을 두고 있다.


은행장을 비롯해 부행장, 본부장 등 임원들이 지주 업무도 함께 하고 있는 것은 그룹 내 은행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의 은행 내 역할과 지주 내 역할은 대동소이하다. 은행의 정책이 은행 외 계열사 전반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실제 이승열 은행장은 지주 내에서 미래성장전략부문장과 그룹브랜드부문장을 맡고 있고 박병준 부행장은 그룹 지원부분장, 성영수 부행장은 그룹 CIB본부장, 오정택 부행장은 그룹 ESG부문 소속, 이선용 부행장은 그룹 개인금융본부장, 김영훈 부행장은 그룹 자산관리본부장, 장일호 본부장은 AI데이터 본부장 등으로 있다.

하나금융지주 내 은행이 차지하는 이익 비중이 높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그룹 연결 당기순이익은 2조687억원이었고 은행은 1조7509억원의 이익을 냈다. 비중으로 따지면 85%에 달한다. 2023년에는 은행 이익 비중이 101%를 기록, 타 계열사의 적자까지 은행 이익으로 상쇄했다고 볼 수 있다.

타 금융지주가 계열사 이사회를 장악하는 방법 중 하나로 꼽히는 기타비상무이사의 선임도 하나금융지주는 많지 않다. 박종무 지주 그룹 재무총괄 부사장은 하나은행 비상임이사를 겸하고 있고 양재혁 그룹 전략부문장은 하나증권 비상임이사로 있다.

다만 박 부사장은 하나은행 재무기획부장, 여의도금융센터 지점장을 거쳐 하나증권 경영관리그룹장 등을 거친 후 2023년 지주 그룹재무총괄(상무)에서 올해 1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양 부사장 역시 하나은행으로 입사했고 미국 미시간대학교 MBA 과정을 밟은 뒤로 지주 내 전략통으로 자리매김했다. 결국 두 인물도 은행 출신 인사로 분류될 수 있다.

◇ 강성묵·박근영, 계열사 대표도 지주 겸직

현재 하나은행 외 다른 계열사에 상근이사로 있는 인물은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와 박근영 하나금융티아이 대표 두 명 뿐이다. 계열사 대표이사가 지주사 임원으로 겸직하고 있는 경우는 하나금융지주가 유일하다. 현재 KB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은 계열사 대표가 지주임원으로 속해있지 않다.

하나증권 대표가 지주 겸직을 했던 시기는 2020년부터다. 이진국 전 대표를 시작으로 2021년 이은형 전 대표(현 지주 부회장), 2023년 강성묵 대표까지 지주 겸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의 경우 이익은 미미하지만 그룹 내에서 은행 다음으로 자산 규모가 크고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키우기 위한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하나금융티아이는 박근영 대표가 취임한 후인 2021년부터 지주 내 자리를 확보했다. 그는 그룹 디지털 부문장 겸 ICT본부장을 겸하고 있다. 하나금융티아이는 2023년 연결 매출액 3215억원, 영업이익 96억원, 순이익 48억원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다. 하지만 그룹 전반의 금융IT 전문서비스와 신성장동력을 담당하고 있는만큼 지주와 긴밀하게 소통할 일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두 인물 모두 은행 출신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1991년 하나은행 전산부를 시작으로 IT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하나은행과 KEB외환은행 통합 핵심인물이기도 했다. 2015년 9월 IT통합추진부 부장을 거쳐 2016년 IT개발본부장을 지냈고 2017년 정보보호본부장(상무)으로 승진했다. ICT본부장(전무)를 거쳐 2021년 3월 하나금융티아이 대표이사가 됐고 같은 해 7월 그룹 디지털 총괄이 됐다.

특히 강 대표는 지주 내 실세로 분류된다. 그는 1993년 하나은행에 입행했고 경영지원본부장, 대전영업본부장, 영업지원그룹장, HR본부장, 영업지원그룹장, 중앙영업2그룹장 등을 지냈다. 2021년 하나UBS자산운용 부사장, 2022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이사를 거쳐 2022년 하나증권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함영주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며 현재 함 회장,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함께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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