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14일 08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솔직히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기가 애매합니다. 잘 안돼도 문제지만, 잘 돼도 문제라서요."한 자산운용사 관계자가 '디딤펀드'를 두고 한 말이다. 디딤펀드는 자산운용사가 주식, 채권 등 자산에 배분해 투자, 안정적인 중장기 수익률을 추구하는 콘셉트의 퇴직연금 특화 펀드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의 역점 사업으로 운용사별 1개의 펀드를 출시하면 디딤펀드라는 브랜드로 협회가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총 25곳의 운용사가 참여하면서 최근 25개 펀드가 시장에 일제히 쏟아졌다. 원자재, 부동산, ETF(상장지수펀드)에도 배분해 투자하는 펀드, 바이오로 섹터를 한정한 상품 등 성격은 다양하다. 다만 새 상품을 만들기 보다는 기존에 운용하고 있던 자산배분형 펀드를 디딤펀드라는 새로운 포장을 씌워 출시한 곳들이 대다수다.
동시다발격 출격에도 아직까지 시장 반향은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디딤펀드 흥행의 핵심은 판매사를 얼마나 많이 포섭하는가에 있다. 그러나 주요 연금상품 판매 채널인 은행 중에는 아직 한 곳도 디딤펀드를 판매하겠다고 손든 곳이 없다. 당초 운용사들이 디딤펀드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운용사 내에서도 디딤펀드의 존재가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에서 자산배분형 펀드는 TDF(타깃데이트펀드)가 싹쓸이하고 있는 구조다. 2016년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TDF가 도입된 이후 160배 성장, 지난 7월 기준 설정액 10조원을 돌파했다. 8년간의 공격적인 영업 끝에 현재의 점유율에 이른 셈이다.
8년의 기간 동안 운용사들은 자산배분형 상품의 대표주자로 TDF를 소개했다. TDF 도입 이후 출시된 자산배분형 펀드가 디딤펀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투자자 생애주기에 맞춰 위험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상품으로 대대적 홍보를 진행하다보니 자산배분형 상품 종류가 TDF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고객들도 많다는 설명이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디딤펀드가 흥행할 경우 TDF 설정액을 디딤펀드에 내줘야 한다. 수익자가 한정된 가운데 불가피하게 경쟁관계가 형성된 셈이다. TDF 점유율이 높은 운용사의 경우 디딤펀드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투자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진행된 사업이나, 운용사와 협회는 '동상이몽' 상태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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