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시그널: PBR 0.3]'저평가’ 꼬리표 떼는 은행주…밸류업이 불 지폈다PBR 0.3~0.4배 머물던 은행주, 자사주 소각·배당 확대에 구조적 한계 '극복'
김현정 기자공개 2025-05-14 08:14:45
[편집자주]
주가는 단기적으론 인기 투표지만 길게 보면 계량기라는 말이 있다. 왜 헐값에도 투자자가 발길을 돌릴까. 시간이 지나면 진짜 무게가 드러난다. 그 괴리를 찾는 과정에 사용되는 지표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다. 최근 유력 대선후보는 PBR이 0.3배도 안되면 시장에서 정리해야 한다며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가시방석에 앉은 종목들을 더벨 SR본부가 저울에 올렸다. 저평가인지, 벗어날 수 없는 밸류트랩인지, 시장평가와 본질가치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재고 구조적 원인을 파헤쳐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8일 14시21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주는 오랜 시간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꼽혀왔다. 글로벌 금융사 대비 저조한 배당성향, 높은 이자이익 의존도, 금융당국 개입이 잦은 ‘규제산업’의 특성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나타난 결과였다. 최근 2~3년 전만해도 모든 금융지주사들의 PBR이 0.2~0.3배대에 머물기도 했다.하지만 최근 들어 금융지주사들 대부분이 저 PBR을 탈피한 모습이다. KB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는 PBR이 0.5배를 넘어섰다. 금융지주들 가운데 이제 PBR이 0.3배 미만인 곳은 iM금융지주뿐이다. 밸류업 열풍과 함께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은’ 덕분이다. 대부분 금융지주사들은 자사주 매입·소각, 해외 투자자 대상 IR 강화, 배당성향 제고 등 주주환원 정책에 힘을 쓰며 주가 부양에 공을 들였다.
◇장기간 대표적 저PBR주였던 금융지주…'iM·BNK금융'만 경계선
더벨 SR(서치앤리서치)본부가 코스피 상장사 808곳과 코스닥 상장사 1675곳 등 합계 2483곳 상장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연결 기준 PBR이 0.3배 미만인 곳은 총 225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내 8개 금융지주사 가운데서는 iM금융지주만 PBR 0.3배를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기준 JB금융과 KB금융은 각각 0.55배와 0.54배로 높은 수준이었고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0.42배, 0.37배였다. 우리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의 경우 각각 0.33배, 0.31배로 0.3배를 가까스로 넘겼으며 iM금융의 경우 0.23배로 크게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국내 증시 부진의 원인으로 저평가 기업들을 꼽으며 "PBR이 0.3배 미만인 회사는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으로 청산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과거 은행들의 M&A 역사는 파란만장했지만 사실상 추후 은행권에 적대적 M&A 등 강도 높은 방안이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이다. 1990년대 후반까지 국내 은행권을 주름잡던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는 외환위기 여파로 M&A를 거쳐 간판을 내리게 됐고 현재는 ‘국신하우농(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체제가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럼에도 PBR 0.3배 미만의 저평가는 사실 심각하다는 평과 함께 해당 기업들이 자체 성장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사실상 오랜 시간 대표적 저평가주로 불려왔었다. 은행주 중에선 가장 높다는 곳이 KB금융과 신한금융이었는데 가까스로 PBR 0.4배 수준이였고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경우 0.3배 초반대에 머물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동안 KB금융과 신한금융마저 0.3배대로 떨어졌으며 우리금융은 0.29배로 하락한 바 있다.
시중은행 대비 자산규모 및 건전성, 디지털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방금융의 경우 저평가가 더 심했다. BNK금융은 사실상 오랜 기간 PBR 0.3배 미만 기업이었다. 지난해에 들어서야 0.3배를 겨우 넘겼다. iM금융의 경우 최근 5년 내내 0.2배대에 머물렀다. 2021년 반짝 올랐던 게 0.29배였고 대부분 0.2배대 초반을 유지했다. 그룹 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여파가 가시기 전이었던 작년 역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은행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으로 정부와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의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은행들의 자산건전성부터 자본비율, 대출총량에 배당 정책까지 관여해왔다. 갑작스레 자본완충력을 위해 배당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있으면 따를 수 밖에 없는 만큼 투자자들은 은행주를 꺼렸다. 또한 은행이 국가 경제정책의 도구로 활용되면서 기업의 수익성보다 사회적 역할을 우선시되는 일들이 많았다. 이 밖에 IT·바이오처럼 성장 산업으로서의 기대감이 낮다는 점도 저평가의 배경이 됐다.
◇규제산업 한계 넘는 밸류업 전략…'물 들어올 때 노젓다'
금융지주들의 PBR이 오르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최근 일 년 밸류업 정책의 기대감에 힘입어 은행주들이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밸류업 공시’들이 주가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금융지주사들은 밸류업 훈풍을 기회로 너도나도 주주환원책을 제시하며 저평가 탈출에 힘썼다. 은행주들이 ‘더는 싸지 않다’는 말이 나오게 된 것도 이 흐름의 연장선이었다.

지난해 최초로 순이익 ‘5조 클럽’에 입성한 KB금융은 증권 및 보험, 카드 등 비은행 부문 안정 등 탄탄한 기업가치를 바탕으로 주주환원 정책까지 더하며 주가 부양을 일궈냈다. 지난 2월 전년 실적발표 당시 공개한 CET1 비율과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주가가 장중 8% 넘게 급락하며 주주들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1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가는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타사 대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은 신한금융의 경우 2027년까지 ROE 10%를 내걸며 저ROE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정면 돌파했다. 지난해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40%가 넘는 주주환원율을 기록한 신한금융은 올 상반기 65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한다. 신한금융은 올해 주주환원율을 42%까지 높여 잡은 상태다.
하나금융의 경우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 달성’이라는 중장기적 목표에 따라 배당 확대 및 자사주 매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초 발표했던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상반기 안에 조기 달성할 방침이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보험 및 ABL생명보험 자회사 편입 성공을 발판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한 발 나아갔다. 추후 주주환원 체력도 더욱 탄탄하게 구축할 방침이다. 통상 1분기 CET1비율이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우리금융의 경우 CET1비율이 12.41%로 전분기 대비 0.29%p 상승했다.
사실상 iM금융과 함께 저 PBR 상태에 머물렀던 BNK금융 역시 CET1비율의 지속적 개선을 통해 향후 신용리스크 확대 대비 및 주주환원 확대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BNK금융은 최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처음으로 분기 현금배당을 결의하기도 했다.
iM금융의 경우 올 1분기 실적회복에 힘입어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융지주 가운데 홀로 실적 하락을 기록하면서 금융권의 밸류업 기조에도 다소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iM금융은 지난 2월 실적발표에서 올해 총 6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2027년까지 1500억원의 자사주를 소각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어 지난 3월에는 주주총회에서는 분기 배당을 허용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함께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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