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규제자본 점검]4대은행 발행 키워드는…우리 '추격' vs 하나 '신중'④[은행]시장보다 경영전략이 좌우…국민·신한 투톱, 우리은행 '공격적 확충'
고진영 기자공개 2025-06-23 08:15:35
[편집자주]
자본은 금융회사의 생명줄이다. 사업 확장의 기반이자 위기가 닥치면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장치가 된다. 금융사들은 이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자본성증권을 활용해왔다. 특히 최근 잦아진 자본성증권 조달에선 두 가지 큰 흐름이 엿보인다. 업계가 마주한 규제 강화, 리스크 고조의 파도다. 금융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은 얼마나, 왜 늘었으며 자본의 질은 어떻게 변했을까. THE CFO가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8일 08시40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업권의 자본성증권 발행은 4대 시중은행이 주도해왔다. 시장 상황에 따라 통일된 경향이 드러나기보다는, 개별 은행들의 경영 전략이나 인수합병(M&A) 등 특정 이벤트가 좌우하는 발행 패턴이 관찰된다. 은행별로 다른 자본관리 경향과 당면 과제를 엿볼 수 있다.발행규모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투톱'으로 조사됐다. 다만 최근엔 경쟁사들을 따라잡기 위한 우리은행의 공격적 자본확충이 두드러진다. 하나은행의 신중한 기조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KB금융,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발행규모 '출렁'
THE CFO 집계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올 5월 말까지 국내 일반은행들이 약 5년 반 동안 발행한 자본성증권 규모는 9조8520억원을 기록했다. 대부분은 4대 시중은행 몫이다. 90%를 넘는 9조6120억원을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이 발행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이 기간 최다 금액인 3조2480억원 규모를 찍어냈고 신한은행(3조830억원), 우리은행(2조4500억원), 하나은행(1조710억원)이 차례로 뒤를 따랐다.

전반적 추이를 보면 저금리 기조였던 2020~2021년 2조원대로 급증했다가 2022년 이후 눈에 띄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4월 신한은행이 발행한 4000억원어치 코코본드 외엔 자본성증권 발행이 없었다. 2022년 흥국생명 사태, 2024년 기준금리 상승 등 시장환경이 이런 흐름에 일조했지만 개별 시중은행들의 경영전략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선 2020년 4대 은행의 발행규모가 갑자기 뛴 이유는 KB금융그룹이 그 해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을 2조2650억원 주고 인수했기 때문이다. 인수대금을 지원하기 위해 KB국민은행은 사상 첫 중간배당으로 KB금융에 6000억원을 밀어줬다. 당시 KB금융의 가용자금이 1조원을 밑돌았던 만큼 유동성 풍부한 국민은행의 지원이 불가피했다.
이후론 자본조달 수요가 정상화되면서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에 따른 BIS 비율 대응, 만기가 다가온 기존 자본성증권의 차환 등 일반적인 자본관리 차원에서 발행이 이뤄지고 있다. 2021년 8300억원, 그 뒤론 연 3000억~4000억원 규모를 꾸준히 찍는 중이다.
KB국민은행 다음으론 신한은행의 발행이 많았다. 하지만 규모와 별개로 4대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변동성이 없는 양상을 나타내왔다. 2020년~2022년은 연간 6000억원 안팎, 2023년 이후로는 매년 4000억원을 일정하게 찍어내고 있다.
지난해 차환(3000억원)을 제외하고 신한은행이 순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1000억원이다. 총자본비율을 4대은행 평균보다 윗줄로 수성하면서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유지 중이다. 올 1분기 말 기준 BIS 비율은 18.0%로 4대은행 평균(17.4%)을 0.6%p 상회했다.
◇우리은행 발행 증가세, 4대은행 유일
우리은행의 경우 2022년 이후 발행이 그 전보다 증가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4대은행 중 유일한 흐름이다. 2020~2021년엔 연간 후순위채 3000억원씩을 찍었을 뿐이지만 2022년 7500억원, 2023년 7000억원으로 발행규모가 점프했다.
지난해 역시 4000억원어치 후순위채를 6월 발행했고, 집계엔 잡히지 않았지만 5억5000만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연달아 찍었다. 원화와 외화 자본성증권을 거의 같은 시기에 발행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이후 국내 금융기관이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것은 3년 만이기도 했다. 우리은행 발행의 주목적이 자본건전성 확충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4대은행간 경쟁구도에서 위치를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자본건전성은 시중은행 중 최하위 수준을 보여왔다. 2021년부터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업계 평균을 웃돈 적이 없다. 2025년 3월 말 기준 BIS 총자본비율은 16.22%를 기록했다. 지난해(15.85%)보다 오르긴 했지만 4대 은행 평균인 17.4%와 비교하면 적잖이 낮은 수치다.
우리은행은 올해도 2700억어치 후순위채 발행을 이달 말 계획하고 있다. 조달 뒤 BIS총비율은 16.36%로 0.14%p 오르고, 보완자본비율은 같은 기간 1.84%에서 1.98%로 상승한다.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하나은행은 자본성증권을 통한 조달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모습을 고수하고 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연간 3000억~4000억원 내외, 총 1조원 상당을 발행했으나 그 뒤 발행이 전무한 상황이다. 고금리 기조가 본격화한 2023년 이후 발행을 완전히 중단했다는 점에서 조심성이 두드러진다.
BIS 비율의 경우 4대 시중은행 평균과 거의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다. 자본을 무리하게 확충하지 않고 이익 유보를 중심으로 규제자본를 늘려가는 방식이다. 발행사에 불리한 시장에서 이자비용을 지불하기 보다는 기존에 축적한 자본을 활용하는 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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