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사무관리 전면전]"220조가 움직인다"…신한·하나펀드, 자존심 건 한판승부②국민연금·연기금풀 위탁사 뽑아…각사 임직원, 전주시로 총출동
박상현 기자공개 2025-08-13 08:01:19
[편집자주]
펀드 산업의 무대 뒤편, 묵묵히 시스템을 지탱해 온 이들이 있다. 기준가 산정과 회계 처리 등 백오피스 전반을 책임지는 사무관리사들이다. 이들 업무는 비교적 조용하지만 이들 간 경쟁은 결코 조용하지 않다. 대형 펀드 이관과 국민연금 사무관리 수주전, 상장지수펀드(ETF) 진출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점유율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더벨은 주요 사무관리사들이 어떤 전략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는지, 그 변화의 흐름을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8월 08일 15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220조원 가량의 수탁고 주인이 바뀔 수 있을까. 국민연금공단과 기획재정부가 각각 국민연금기금, 연기금투자풀의 위탁 사무관리사를 새롭게 선정한다. 148조원, 70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도합 218조원에 달한다. 시장 전체 공·사모펀드 수탁고가 약 1300조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규모 약 16%가 움직이는 셈이다.이를 두고 업계 1위 신한펀드파트너스와 하나펀드서비스 간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현재 두 기금은 하나펀드서비스가 담당하고 있다. 하나펀드서비스는 이들과의 계약 건을 발판 삼아 최근 몇 년간 급성장했다. 업계 1위 신한펀드파트너스는 이번에 자존심 회복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연금·연기금풀 도합 220조…수수료는 최저수준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6월 27일 국민연금기금 위탁 사무관리사를 선정하겠다고 공고했다. 공고안에 따르면 △국내주식(70조원) △국내채권(53조원) △국내대체자산(25억원)을 관리할 사무관리사를 모집한다. 합하면 148조원에 달한다. 새롭게 선정된 사무관리사는 올해 12월 31일부터 2028년 12월 30일, 3년 간 자산을 관리한다. 국민연금은 오는 14일까지 입찰을 마감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거쳐 최종 사무관리사를 선정한다. 재무 안정성 등을 고려해 12개 정량·정성 지표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 서류심사(10점)와 구술심사(70점), 수수료(20점) 부문을 검토한다. 이후 내달 중 현장실사와 구술심사를 완료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9~11월 계약을 완료하고 12월 자산 이·수관 및 계약 체결을 맺는다. 말일 업무를 개시한다는 게 국민연금의 구상이다.

국민연금이 이번에 제시한 수수료(주식·채권)는 최저 0.45bp에서 최고 1.40bp다. 0.05bp씩 상향 간격으로 제안하도록 열어뒀다. 다만 평가배점 항목을 보면 사실상 입찰에 참여하는 사무관리사는 제안서에 0.45bp를 기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0.45bp를 기입할 경우 15점을 받을 수 있고, 0.05bp씩 높일 때마다 배점은 0.75점씩 줄어든다.
대체자산은 펀드 단위로 수수료가 책정된다. 최저 40만원(직접투자), 200만원(위탁투자)에서 최고 80만원(직접), 400만원(위탁)으로 구분된다. 각각 10만원, 50만원씩 간격으로 높은 수수료를 기입할 수 있다. 제안서에 최저 수수료를 기입하면 5점, 최고 수수료를 기입하면 1점을 받는다.
모든 참여사들이 최저 수수료를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량평가에서 만점을 받은 뒤 정성평가에서 승부를 본다는 의미다. 실제 업계에는 정량평가에서는 무조건 만점을 받아야 한다고 인식하는 모습이다. 한 사무관리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수탁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느 회사가 수수료를 더 받기 위해, 점수를 잃겠느냐”고 언급했다.
연기금투자풀 역시 9월 중 입찰제안서(RFP)가 공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분기 연기금투자풀 수탁고는 70조원을 돌파했다. 연기금투자풀의 사무관리 수수료는 대략 0.3bp로 알려져 있다.
가장 최근인 2021년 공고문에 따르면 정량평가(20점), 정성평가(70점), 가격평가(10점)으로 총 100점 만점 구조다. 참가하는 사무관리사들은 최저 수수료를 제안, 가격평가에서 만점을 받고 정성평가에서 승부를 볼 것으로 관측된다. 새롭게 선정된 사무관리사는 내년부터 4년간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사업성보다는 '자존심'…전주시로 임직원 총출동
현재는 하나펀드서비스가 두 기금을 위탁 관리하고 있다. 하나펀드서비스는 2021년 신한아이타스(현 신한펀드파트너스)가 관리하던 국민연금 자리를 확보했다. 2022년 기획재정부가 연기금투자풀 위탁 사무관리사를 처음으로 선정했다. 하나펀드서비스는 이 자리도 차지했다.
사실 두 기금의 위탁 사무관리 업무는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간 운용사들에게 수취하는 수수료율과 비교해 크게 낮다는 평가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전주시에 18~20명 정도의 인력을 파견해야 한다. 현장에 시스템을 직접 구축하고 자산을 이관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비용이 드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사무관리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위탁사무관리 수수료는 0.45bp라고 보면 된다”며 “최소 4~5년 정도의 계약을 유지해야 국민연금 사업 건으로 흑자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3년 계약을 맺고 기간을 2년 연장할 수 있다”며 “2021년 계약을 맺은 하나펀드서비스도 연장 계약을 성공하면서 흑자를 봤을 것”이라고 했다.
두 기금의 위탁 사무관리사 선정에 신한펀드파트너스와 하나펀드서비스가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선정 가능성이 높은 두 개사만 참가한다고 보면 된다. 현재 하나펀드서비스는 방어자, 신한펀드파트너스는 도전자 입장에 섰다. 과거 신한펀드파트너스는 신한아이타스 시절 오랜 기간 국민연금의 사무관리 업무를 담당해 왔다. 신한펀드파트너스 입장에서는 리벤지 매치가 성사됐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사무관리업계 관계자는 “신한펀드파트너스가 국민연금과 연기금풀, 한화운용 등을 연달아 하나펀드파트너스에 빼앗기면서 업계 1위로서의 면을 구긴 측면이 있다”며 “신한펀드파트너스 입장에서는 국민연금기금을 되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양사는 올해 상반기부터 국민연금기금이 있는 전주시에서 사회공헌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국민연금 수탁과 관련된 행사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신한펀드파트너스는 지난 4월 전북자치도와 함께 전주 한옥마을 일대의 플로깅 및 전통시장 이용을 결합한 ESG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행사에는 전 임직원이 참여했다. 하나펀드서비스는 하나은행과 함께 전주시에서 ESG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한펀드파트너스의 공·사모펀드 기준 수탁고는 404조2626억원으로 파악된다. 전체 시장 점유율 31.4%를 차지하면서 업계 1위다. 2위 하나펀드서비스는 321조6108억원이다. 하나펀드서비스는 이번 두 기금과의 계약을 연장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3위 한국펀드파트너스(223조4883억원)와 더 근접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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