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사무관리 전면전]치열한 점유율 다툼, 고착화된 낮은 수수료③신한펀드, 수수료 올린 뒤 고객 이탈…하나펀드, 반사이익
박상현 기자공개 2025-08-18 17:10:19
[편집자주]
펀드 산업의 무대 뒤편, 묵묵히 시스템을 지탱해 온 이들이 있다. 기준가 산정과 회계 처리 등 백오피스 전반을 책임지는 사무관리사들이다. 이들 업무는 비교적 조용하지만 이들 간 경쟁은 결코 조용하지 않다. 대형 펀드 이관과 국민연금 사무관리 수주전, 상장지수펀드(ETF) 진출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점유율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더벨은 주요 사무관리사들이 어떤 전략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는지, 그 변화의 흐름을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8월 11일 14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통상 자산운용사들은 한 번 선정한 사무관리사를 교체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 일선들이 익숙해진 시스템을 변경할 경우 업무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이유로 지금도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신한펀드파트너스는 과거 신한아이타스 시절 수수료 인상을 시도하기도 했다.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오히려 업계 수수료 인하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펀드파트너스와 계약을 맺은 자산운용사들이 사무관리 공개 입찰에 나섰다. 한화자산운용도 이러한 맥락에서 사무관리업체를 신한펀드파트너스에서 하나펀드서비스로 교체했다.
◇'수수료 인상' 신한펀드파트너스, 총대 멘 업계 1위

사무관리업계는 1990년대 후반 투자신탁사에서 분화하며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당초 운용사 내부에서 기준가 산정과 회계 처리 등 사무 업무를 직접 수행했다. 그러나 펀드별 기준가를 임의로 왜곡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자 금융당국이 사무관리 기능의 아웃소싱을 권했다. 이를 계기로 사무관리 조직이 독립적인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한국투자신탁과 대한투자신탁, 현대투자신탁은 2000년 자회사로 아이타스와 에이엠텍(AM Tech), 팀스코리아 등을 설립했다. 아이타스는 이후 신한금융그룹에 편입, 신한아이타스가 된 뒤 신한펀드파트너스로 사명이 변경됐다. 에이엠텍은 HSBC펀드서비스를 거쳐 코스콤펀드서비스로, 팀스코리아는 SC펀드서비스(SC은행과 통합)으로 이어졌다. 외환펀드서비스(현 하나펀드서비스)는 1999년 외환은행으로부터 설립됐다.
이후 아이타스의 독주가 이어졌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아이타스와 HSBC펀드서비스가 양분하는 구도였으나 금세 아이타스가 독보적 1위로 자리매김했다. 2008년 신한금융그룹에 편입될 당시 아이타스의 시장 점유율은 54%에 달했다. 여러 플레이어들이 나타나면서 점유율 자체는 줄었으나 공고한 업계 1위였다.
신한펀드파트너스는 2019년 말 수수료 인상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업계 수수료가 계속해서 줄어들자 이를 정상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운용사 차원에서 사무관리사를 변경하는 게 쉽지 않다. 수수료를 높여도 운용사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잔류할 것으로 판단한 모습이다. 그렇게 운용업계와 사무관리업계 간 샅바 싸움이 시작됐다.
◇신한의 패배, 하나펀드 반사이익…낮은 수수료 고착화
결과적으로 이는 신한펀드파트너스 입장에서 패착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한국투자신탁운용과 교보악사자산운용, 칸서스자산운용 등 신한펀드파트너스와 주 거래를 맺었던 운용사들이 곧바로 사무관리사 선정 공고를 냈다. 이들에게는 하나펀드서비스와 우리펀드서비스 등 신한펀드파트너스와 견줄 만한 선택지가 충분했다.
수수료 인상을 전제로 한 차례 계약을 연장했던 운용사들도 이탈하기 시작했다. 대표적 사례가 한화자산운용이다. 한화운용은 2023년 공개적으로 사무관리 입찰 제안 요청서(RFP)를 공시했다. 당시 한화운용의 운용규모(AUM)은 40조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화운용은 2020년 신한펀드파트너스와 수수료를 높이는 조건으로 3년간 계약을 맺었다”며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 새로운 사무관리사를 모색했다”고 말했다. 한화운용은 2022년말 신한펀드파트너스와 합의 하에 계약을 자동연장하지 않도록 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한화운용은 최종적으로 하나펀드서비스를 선택했다. 우리펀드서비스와 함께 최종 물망에 올랐으나 하나펀드서비스 쪽으로 기울여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운 한국펀드서비스와의 계약을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비슷한 시기 NH아문디자산운용과 현대자산운용 역시 사무관리사 재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모두 신한펀드파트너스의 고객사로 AUM은 당시 각각 22조원, 7조원 수준이었다. 이들도 신한펀드파트너스가 수취하는 수수료에 불만족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공개 입찰 과정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다시 한번 신한펀드파트너스를 선정했다. 다만 수수료는 종전 수준에서 하나펀드서비스와 한국펀드파트너스 등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췄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두고 일종의 사무관리사 길들이기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언제든 사무관리사를 교체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무관리업계에서 수수료 인상에 대한 요구가 나오지 못하도록 조치했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업계 1위인 신한펀드파트너스가 수수료 인상을 요구한 뒤 하나펀드서비스가 반사이익을 얻었다”며 “이러한 모습이 학습된 상태에서 그 어느 사무관리사도 쉽게 수수료를 높이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최근 몇 년간 운용사들이 사무관리 선정 RFP를 띄우지 않고 있다.
신한펀드파트너스는 이후 전략을 바꿨다. 경쟁적으로 마케팅을 나섰고 단가를 낮추는 형태로 점유율 방어에 나섰다. 고객 이탈이 심했을 당시, 하나펀드파트너스에 1위를 내어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다시금 점유율 격차를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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