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8월 26일 08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 고수는 시장이 침체될 때 빛을 발한다. 호황기엔 누구나 어떤 종목에서도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시장 전반에 기대감이 높고 투자금은 밀물처럼 유입되기 때문이다. 가치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은 기업의 주가도 이유 없이 상승하곤 한다.기업에 대한 평가도 불황기에 결정된다. 산업 성장기엔 누구나 호실적을 낸다. 부실은 가려지고 경쟁력 분별도 쉽지 않다. 재무구조와 이익창출력, 지배구조와 경영전략 등 기업의 명운을 가를 핵심 지표는 눈부신 단기 성과에 밀려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다.
글로벌 새 무역질서가 정립되고 있는 현재 우리 화학산업은 옥석 가리기가 한창이다. 수년 째 불황을 겪으며 주요 화학사들의 ‘밑천’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누가 먼저 무너질 것인가’는 최근 업계 최고 관심사다. 호황기 대규모 증설에 나선 회사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기업들과 주력 상품이 겹치는 기업들은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정부는 화학산업 구조조정 의지를 드러냈다. 산업통상자원부 주도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을 위한 산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에선 밑그림이 나왔다. 나프타분해시설(NCC) 중심 과잉설비 감축 및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전환, 재무 건전성 확보, 지역경제·고용 영향 최소화 등 구조개편 3대 방향이 제시됐다.
업계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현재 1470만톤 규모인 NCC 생산능력을 270~370만톤 정도 감축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각 기업들에 재무구조 개선 등 자구안을 내놓으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스스로 자신의 약점을 진단해 얼만큼 체급을 줄일지 결정하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국내를 대표하는 화학사들이다. LG와 SK, 한화, 롯데 등 단일 회사부터 여천NCC 등 합작사까지 다양하다. 이들 모두 중국 화학사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해 최근까지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편으론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부가·친환경 제품으로 전환하라는 요구도 나온다. 중국산 저가 공세를 피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하라는 뜻이다. 우리 화학산업 위기의 시작점이 중국발 증산에 따른 저가경쟁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면 납득이 가는 요구다.
국내 주요 화학사들이 살얼음판을 건너는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쟁사들이 천문학적 손실을 내거나 이익창출력이 급감한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은 꾸준한 이익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재무구조 등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화학산업 불황의 그림자가 무색할 정도로 탄탄하다.
호황기에 드러나지 않던 금호석유화학의 진가는 글로벌 화학산업 불황기에 발휘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른바 ‘스페셜티’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합성고무와 라텍스 등 제품군에서 글로벌 톱티어 지위를 확보했다. 정부가 화학업계에 요구하는 고부가 제품 전환을 금호석유화학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도해 결실을 맺었다.
화학산업 재편이 시작된 지금 금호석유화학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글로벌 수요 침체와 중국발 공급과잉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기술 격차를 좁혀오는 중국 기업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다.
금호석유화학은 그동안 화학산업에서 한국 대표선수는 아니었다. 범용성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화학사들이 몸집을 불리며 집중 조명을 받아왔다. 그러나 난세에 새 영웅이 탄생하는 법이다. 금호석유화학의 스페셜티 전략은 한국 화학산업의 새 이정표가 됐다. 금호석유화학이 만드는 또 다른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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