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관료 리포트]롯데그룹 비상장 계열사, 관료 사외이사 등용문 역할 '톡톡'②상장·비상장사 가리지 않고 최근 6년여 간 고위 공무원 출신 18명 영입
이돈섭 기자공개 2025-09-08 08:21:05
[편집자주]
전직 관료 사외이사는 기업의 대외 전략과 정책 대응 방향을 드러내는 일종의 ‘신호’다. 이들을 통해 이사회가 외부 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정책 환경에 주목하는 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theBoard는 국내 주요 상장사를 중심으로 전직 관료 출신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들여다본 데 이어 최근 수년 간 관료 출신 사외이사 면면을 분석해 기업들이 선호하는 전관 유형과 그 배경을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8월 27일 11시09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직 관료 영입에 적극적인 기업집단은 어디일까. 공직자윤리위가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퇴직 공무원 사외이사 취업심사 신청 결과 6년여치를 분석한 결과 롯데그룹이 전직 관료를 활발히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은 타 그룹과 달리 상장·비상장 계열사 가리지 않고 전직 관료 영입을 시도, 상당수 관료가 윤리위에 취업심사를 신청했다. 비상장 계열사가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를 꾸리고 있는 영향이 컸다.theBoard가 최근 6년 5개월 간 퇴직 공무원 공직자윤리위 취업심사 신청자 428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 집단 중 롯데그룹이 전직 관료 사외이사 영입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롯데지주와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케미칼, 롯데하이마트, 롯데물산, 롯데알미늄, 롯데이노베이트, 롯데캐피탈, 롯데컬처웍스, 롯데푸드, 호텔롯데 등 13개 롯데 상장·비상장 계열사에 대해 전직 관료 18명이 심사를 신청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롯데지주 산하 계열사는 모두 92개. 같은 시기 한화그룹의 경우 계열사 121개를 두고 있었는데 조사 기간 한화그룹 계열사 대상으로 취업심사를 신청한 전직 관료 수는 4명에 불과했다. SK그룹은 산하 813개 계열사를 두고 있지만 역시 같은 기간 전직 관료 5명이 심사를 신청했을 뿐이다. 롯데그룹이 전직 관료를 이사회에 영입하려는 경향성이 다른 그룹에 비해 뚜렷하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퇴직 이후 일정 기간 내 공직자윤리위 취업심사를 받아야 하는 이는 공직자윤리법 상 재산등록의무자로 이들은 정무직 공무원을 비롯해 4급 이상 공무원, 법관과 검사 등 특정 분야 공무원들을 지칭한다. 대부분의 경우 사외이사 경력이 풍부하진 않다. 롯데그룹이 공무원 사회 민간기업 이사회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표현을 달리 하면 전관 예우에 특히 적극적이라는 뜻으로 읽힐 수도 있다.
특히 롯데물산과 롯데알미늄, 롯데이노베이트 등 사외이사 기용 의무가 없는 비상장 계열사도 전직 관료를 꾸준히 영입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앞서 theBoard가 전한 바와 같이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의 경우 기업인 출신 이사 비중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비상장사 계열사가 복수의 사외이사를 영입해 이사회를 꾸린 것이 자연스럽게 관료 출신 사외이사 기용으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비상장사임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를 기용해 이사회를 꾸리고 있는 것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라면서 "그룹 차원에서 특정 분야 인사를 사외이사로 기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롯데물산과 롯데알미늄, 롯데푸드, 호텔롯데 등 복수의 비상장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사외이사를 두고 있으며 호텔롯데 사외이사 수는 5명에 달한다.

롯데그룹 계열사 사외이사 취직을 신청한 전직 관료 면면은 전체 흐름과 유사했다. 심사 신청 당시 검찰청 소속이었던 인사가 3명으로 가장 많았다. 조상철 롯데쇼핑 사외이사(서울대)를 비롯해 차경환 전 롯데케미칼 사외이사(서울대), 권순범 롯데캐피탈 사외이사(고려대) 등이다. 현재 대형 로펌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롯데그룹 이사회에 법률 전문가로 합류한 것을 계기로 현재까지 관련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심사 신청 당시에는 다른 정부 조직에 몸담고 있었지만 판·검사 출신 인사가 롯데그룹 계열사 이사회에 진입한 사례는 더 있다. 판사 출신의 최혜리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2022년 롯데하이마트 사외이사로 합류했고 검사로 오랜기간 근무한 성영훈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2019년 롯데캐피탈에서 이사회 활동을 시작했다. 검사 출신의 이영주 전 법무부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2021년 호텔롯데에 합류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나란히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과 2차관으로 활동한 박진규 전 차관과 박기영 전 차관은 2024년 3월 나란히 각각 롯데이노베이트와 롯데컬처웍스 이사회에 합류했다. 두 현직 사외이사는 서울대 동문이며 행시 34회로 공직에 함께 발을 들였다. 박진규 전 차관은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두 차관 출신 인사는 현재 각각 고려대와 단국대에 겸임교수와 석좌교수로 적을 두고 있다.
산업부 공무원 출신으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을 역임한 권평오 전 사장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과 부총재보까지 지낸 서영경 전 부총재보는 각각 2022년과 올해 롯데지주 이사회에 합류, 현재 롯데지주 사외이사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 경찰청장 출신으로 한국전력공사 감사를 역임한 이성한 전 청장은 2020년 롯데물산에 합류했고 합동참모의장을 역임한 원인철 전 합참의장이 지난해 이 전 청장 뒤를 이었다.
이 밖에도 금융감독원 수석검사로 활동하고 현재 위드회계법인 회계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인숙 회계사는 지난해 한국쉘석유에 이어 올해 롯데칠성음료에 합류했고 오랜기간 감사원에서 근무한 한현철 전 한국교직원공제회 감사는 2020년 롯데푸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커리어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열거한 계열사를 상장 여부로 나눴을 때 비상장 계열사 수가 절반(9명)에 달하는 점이 특징 중 하나로 거론할 수 있다.
상장사 중에서는 삼성그룹 계열사가 신규 전직 관료를 영입하는 데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E&A, 삼성중공업,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 8개 상장 계열사가 조사 기간 13명의 전직 관료 영입을 시도, 해당 전직 관료들이 사외이사 취업심사를 신청했다. 취업심사 신청 시점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통령비서실에 몸담았던 전직 관료가 각각 2명씩이었던 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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