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2025]실크로드 금융의 부활…블루오션 된 중앙아시아[총론] 러시아 자본 공백 메우는 한국계 금융사, 우즈벡·카자흐·키르기스 잇단 진출
김보겸 기자공개 2025-09-05 12:55:46
[편집자주]
국내 금융회사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네트워크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해외 진출 전략도 질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과거 단순 진출을 넘어 현지화는 물론 IB, 자산운용, 디지털금융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 여전사 등 비은행권도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흥국과 선진국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수익원과 성장동력을 찾는 흐름이 뚜렷하다. 더벨은 '기회의 땅'을 향해 나아가는 국내 금융사의 글로벌 사업 전략을 집중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03일 08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반사효과로 중앙아시아가 새로운 금융 수혜지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발 자금 유입과 금리상승에 따른 마진 확대, 국경 간 송금 증가 등이 맞물리며 현지 은행들의 영업이익과 자산은 오히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젊은 인구 구조와 빠른 산업화, 금융 시스템의 성장 잠재력까지 더해지면서 한국계 금융사들의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우즈베키스탄에는 9년 만에 신한은행 한국인 소장이 파견돼 사무소 재가동에 들어갔다. 산업은행은 현지에서 국내보다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며 교민 사회를 넘어선 현지 대표 외국계 은행으로 자리잡았다. BNK캐피탈은 카자흐스탄에서 16년 만에 현지 MFO 가운데 최초로 은행업 인가를 획득하며 개소식을 마쳤다. 우즈베키스탄에서도 법인 설립을 완료해 본격 영업을 앞두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역시 13년 만에 주재원과 현지 인력을 늘리며 조직을 확충했다.
그러나 기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계 금융자본이 중앙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점은 위협 요인이다. 우즈베키스탄 등 일부 국가는 외국계 MFO 진입을 경계하는 등 규제 장벽도 존재한다.
◇ 우즈베키스탄, 잠자던 거점 다시 깨어나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우즈베키스탄 시장이다. 한국계 금융사의 첫 거점은 산업은행이었다. 2006년 대우그룹의 우즈대우은행을 인수하며 국내 은행 최초로 KDB우즈베키스탄을 설립했다. 현재까지 20년 가까이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KDB우즈베키스탄은 기업금융을 넘어 유가증권투자와 교민 대상 리테일 금융까지 포괄하는 현지화 모델을 구축했다. 체크카드 발급 등 현지화된 리테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유일 거점이기도 하다. 산업은행의 해외 네트워크 가운데 가장 완성된 조직으로 꼽힌다.
뒤이어 진출한 한국수출입은행도 조직 확대에 나섰다. 2007년 설립된 타슈켄트 사무소는 최근 13년 만에 주재원 2명 체제에서 3명 체제로 확대했다. 현지 직원 1명도 추가로 충원했다. 단순 인력 보강이 아니라 속도감 있게 움직이는 우즈벡 정부의 사업 추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는 설명이다.
신한은행 역시 9년 만에 사무소장을 파견하며 사실상 법인 설립을 염두에 둔 재진출을 시작했다. 은행업 라이선스 취득부터 합작법인(JV) 설립, 현지 은행 인수 등 다양한 형태의 법인화를 검토 중이다.

◇한국계 금융사의 실험무대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 작지만 빠른 성과
카자흐스탄은 한국계 금융사들이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는 전초기지로 자리 잡았다. 신한은행 카자흐스탄 법인은 꾸준한 성장세 속에서 현지인 임원을 승진시키며 현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카드는 국내 카드사로서는 최초로 카자흐스탄에 진출하며 카드사 해외진출 포문을 열었다. 작년 8월에는 현지 중고차 판매 1위 딜러사 아스터오토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신한은행 카자흐스탄 법인을 통한 은행 준캡티브 채널에 더해 딜러 캡티브까지 확보해 영업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BNK캐피탈은 16년 만에 현지 MFO 가운데 은행업 인가를 따냈다. 외국계와 로컬을 통틀어 최초 사례다. 지난달 26일 BNK커머셜뱅크 개소식을 마치며 카자흐 금융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다.
BNK캐피탈은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중앙아시아 3개국에 모두 진출했다. 특히 키르기스스탄 법인은 진출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현재는 MCC(소액금융사)에서 MFC(멀티파이낸스)로 전환을 신청해둔 상태다. 전환이 승인되면 대출 한도는 현 8000만원에서 최대 5억원까지 상향되고 리스금융 및 법인 대상 영업도 가능해진다. 나아가 별도 라이선스를 취득하면 저축은행 수준의 수신 기능까지 확보할 수 있다.

◇성과 뒤의 그림자…중국과 규제
중앙아시아 금융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면서 기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계 자본 역시 속도를 높이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우즈베키스탄에 투자한 중국 기업은 2337개로 한국(736개)의 세 배를 넘어섰다.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서도 중국계 금융기관의 은행업 전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근무 중인 한 은행권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자본과 기술을 앞세워 중앙아 진출을 늘리고 있다"라며 "아직 영업점 진출은 없었지만 중국 수출입은행이 사무소를 열었고 은행업 인가를 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신금융전문업권 관계자도 "중국계 금융기관이 은행업 전환을 존재하는 등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존재감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라며 "외자 유치가 활발해지면 금융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현지 금융당국 규제도 여전히 걸림돌이다.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경우 은행업 외자 유치에는 적극적이지만 외국계 MFO 영업에 있어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이다. 현재 몽골과 카자흐스탄, 러시아, 동남아시아, 독일 등 6개국 11개 MFO사가 영업 라이선스 인가를 대기 중이다. 하지만 실제 영업 중인 100여개 MFO 대다수가 현지 금융사이며 일부는 현지 자본이 포함된 합작법인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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