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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김준하 디든로보틱스 대표 “산업용 휴머노이드 도전”조선소 작업 로봇 상용화 박차, AI 학습 기반 ‘디든 월드’로 산업 현장 혁신

이채원 기자공개 2025-09-09 07:57:0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05일 07시5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로봇의 본질은 두 가지다. 사람이 하기 위험한 일을 대신하거나, 사람보다 더 잘하는 일을 수행하는 것. 조선소를 시작으로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글로벌 로봇 기업이 되고 싶다.”

김준하 디든로보틱스 대표(사진)는 최근 서울시 성동구 본사에서 더벨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디든로보틱스는 KAIST 휴보랩 출신 연구진들이 뭉쳐 만든 로보틱스 스타트업이다. 김준하 대표는 한양대 기계공학 학사, KAIST 석·박사를 거친 정통 ‘로봇 엔지니어’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창업 동아리를 이끌며 로봇 창업을 꿈꿔왔다.

김 대표는 디든로보틱스의 지향점을 단순히 로봇을 만드는 것이 아닌 산업 현장의 실질적 문제 해결이라고 규정한다. 그는 “연구실에서 끝나는 로봇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사람을 대신해 쓸 수 있는 로봇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모든 요소기술을 내재화하고, 하드웨어·소프트웨어·AI 제어까지 직접 설계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자석 발·보행 제어 경쟁력…학습 기반 차별화

디든로보틱스의 경쟁력은 ‘자석 발(승월)’ 기술과 보행 제어 역량에 있다. 김 대표는 “네오디뮴 자석과 알리코 자석을 결합해 전력 소모 없이 부착·해제가 가능하다”며 “정전이 발생해도 벽에 안정적으로 붙어 있을 수 있어 조선소 작업 환경에서 안전성을 확보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보행 제어 역량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카이스트 휴보랩 시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족보행 로봇 기네스 기록을 세운 경험을 갖고 있다”며 “하드웨어부터 전장, 소프트웨어까지 통합 개발이 가능한 팀”이라고 강조했다.

디든로보틱스 사족보행 로봇

김 대표는 디든로보틱스의 차별성을 학습 기반 제어에서 찾는다. 단순히 사람이 프로그래밍한 대로 움직이는 수준을 넘어, 로봇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해 성능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자체 통합 플랫폼인 디든 월드를 구축하고 있다. 디든 월드는 가상 시뮬레이션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생성·축적하고 이를 실제 로봇 제어에 반영하는 구조다. 보행, 장애물 인식, 경로 계획 등 로봇의 모든 요소 기술을 데이터 기반으로 학습시켜 보다 정교하고 유연한 움직임을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자체 프레임워크 디든 월드를 통해 강화학습과 모델예측제어(MPC)를 병행하고 있다”며 “다른 팀이 0점에서 시작할 때 우리는 70~80점에서 출발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구축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조선소와 PoC 진행…현장 수요 확인

김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조선소를 핵심 적용 산업으로 겨냥했다. 조선소는 선박 블록 조립, 용접, 도장 등 고위험·고강도 작업이 많아 산업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이다. 인력난 역시 심각하다. 김 대표는 “조선소는 사고 위험 때문에 젊은 세대가 기피하는 직종”이라며 “이런 환경이 로봇 수요를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미 국내 대형 조선소들과 PoC(개념 검증)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중공업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일부 현장에서는 장애물 극복·보행 테스트 등 실제 환경 실험까지 마쳤다. 김 대표는 “조선소들과 안전성, 효율성을 입증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첫 상업적 성과도 나왔다. 국내 한 대형 조선소와 1억원 규모 판매 계약을 체결하며 선수금 기준 매출을 확보했다. 김 대표는 “아직 완제품 단계는 아니지만, 조선소 측이 일단 구매 계약부터 하고 같이 완성해보자는 의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향후 목표는 상용화다. 그는 “2027년까지 최소 10대 이상의 로봇을 실제 조선소 공정에 투입할 계획”이라며 “단순 시연이 아니라, 생산 라인에 실질적으로 쓰이는 로봇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 글로벌 시장 도전…휴머노이드 내년 선보일 것

디든로보틱스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컴퍼니케이파트너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최근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컴퍼니케이로부터 70억원 규모 프리A 투자를 유치했다. 김 대표는 “투자사들은 국내 1위가 아니라 세계 무대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전략의 출발점은 조선소다. 김 대표는 “한국 조선소들이 미국 현지 조선소를 인수·협력하는 과정에서 인력난 해소 수단으로 로봇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로보틱스 업계의 최종 목표는 휴머노이드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사람과 유사한 형태의 로봇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아직은 생산성보다 기술 과시와 시연 위주의 단계지만 시장에서는 향후 가장 큰 성장 축으로 평가된다.

김 대표는 “현재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은 대부분이 아직 연구 단계나 시범적인 홍보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단순히 명목상의 해외 진출이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서 매출로 연결되는 글로벌 확장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디든로보틱스는 이미 휴머노이드 개발을 본격화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이족 보행 로봇을 선보일 계획이다. 하체는 자석 발을 활용한 사족보행 기반으로 설계돼 조선소 같은 철 구조물 환경에서 안정적인 이동이 가능하다. 이어 내년 하반기에는 상체를 더한 휴머노이드 버전을 공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구상하고 있는 상체는 사람의 손과 같은 정밀한 기계가 아니라 협동로봇(Co-bot) 수준의 팔”이라며 “이 정도만으로도 용접, 이송 등 대부분의 산업 현장 작업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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