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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해외거점 구축 셈법]지정학 리스크 속출, 확장·유턴 '저울질'[총론]미국공장 건립계획 철회, 국내 증설 고심 '제각각'

전기룡 기자공개 2025-09-17 13:53:21

[편집자주]

코스닥 기업의 해외거점 마련이 갈수록 가시밭길 형국이다. 고객사 요구에 맞춰 따라 나가기만 하면 되던 시절과는 달리, 지정학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미국이 촉발한 정책 변수와 인력 규제는 또다른 고민거리다. 더벨이 국내외 생산거점 마련에 나선 코스닥사의 고민과 대응방안을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1일 10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 이차전지 리사이클링업체인 성일하이텍은 올해 미국 조지아주에 생산공장을 구축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OBBBA법안 등장에 따라 이뤄진 조치였는데 이번 미국의 불법체류자 단속과정을 지켜보면서 경영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반기 미국 인디애나주에 신규 전처리 시설을 확보하는 정도를 목표로 삼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전북 군산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2514억원을 투입해 국내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2. 이차전지 부품업체인 상신이디피는 2023년부터 미국 인디애나주에 생산거점 마련하기 시작했다. 주요 발주처인 삼성SDI가 제네럴모터스(GM)와 해당 지역에 합작공장을 설립하면서다. 올해 공장이 준공 시점에 도달했지만 정책 변수가 속출하면서 현지 원재료 수급에 속앓이를 하는 분위기다.

코스닥 소부장 기업이 해외 진출에 비상이 걸린 분위기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최대 투자처로 미국이 낙점되는 모양새였지만, 각종 변수와 규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면서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였다. 초대형 입법패키지인 OBBBA 법안에 최근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에서 불법체류 단속까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기업들의 행보는 제각각이다. 성일하이텍은 올해 조지아주에 공장을 건립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조지아주 대신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신규 공장을 짓기로 했다. 고객사 현지법인과의 접근성이 더 이상 해외 진출의 원동력으로 작용하지 않는 모양새다.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캐즘 때문에 조지아주보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인디애나주 공장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조지아주가 분명 전략적인 요충지는 맞지만 인근 공장들의 가동률을 고려할 때 긍정적이라 말하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또 "전반적인 산업 사이클에 맞춰 국내에 생산거점을 마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장이 준공된 기업들이라면 사후조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상신이디피 관계자는 "현지 주력 제품의 원재료는 알루미늄"이라며 "관세 정책이 바뀐 뒤 알루미늄 수입품에 50%에 달하는 관세율이 부과돼 수익성 문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익성 담보 차원에서 현지 공급업체를 선별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일부 글로벌 고객사에선 오히려 국내 생산을 주문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 공급망을 견제하는 추세이다 보니 한국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 등과 함께 상대적으로 '안전한' 생산 지역으로 분류된 셈이다.


코스닥 상장사의 해외 진출은 그동안 고객사 요구에 절대적으로 따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소부장 기업이 대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어서다. 삼성전자가 베트남 현지법인(SEV·SEVT 등)으로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시점과 맞물려 KH바텍이나 파워로직, 위츠 같은 협력사와 동반 진출해 산업 클러스터를 구성하는 게 일반적인 방식으로 통했다.

이제는 고객사 요구를 포함해 현지법인이 속하는 지정학 변수를 더 고려해야 되는 상황이 됐다. 정책방향이 완전히 뒤바뀌는 상황이 생긴 데다가 인력확보조차 어려운 형국에 놓일 수 있어서다. 자칫 투자만 해놓고 공장을 비워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놓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시장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생산공장을 정리할 때 설비라도 매각할 수 있지만 해외는 그렇지 않다"며 "많은 금액을 투입한 설비일지라도 막상 철수할 시점에는 고철값 정도만을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사가 동반 진출을 요청하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협력사 입장에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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