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2025]귀국 대신 우즈벡행 택한 신한은행 김요셉 소장②CIS 전문성이 뒷받침한 9년 만의 재파견, 법인 전환·SME 개척·민영화 기회 선점이 과제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김보겸 기자공개 2025-09-16 08:57:46
[편집자주]
국내 금융회사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네트워크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해외 진출 전략도 질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과거 단순 진출을 넘어 현지화는 물론 IB, 자산운용, 디지털금융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 여전사 등 비은행권도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흥국과 선진국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수익원과 성장동력을 찾는 흐름이 뚜렷하다. 더벨은 '기회의 땅'을 향해 나아가는 국내 금융사의 글로벌 사업 전략을 집중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1일 07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귀국길을 앞두고 있던 김요셉 신한은행 우즈베키스탄 사무소장(사진)은 지난해 우즈베키스탄행을 선택했다. 신한은행 카자흐스탄 법인에서 5년간 주재원으로 일한 뒤 본점 복귀가 예정돼 있었지만 신한은행은 9년 만에 사무소장을 다시 파견하며 김 소장에게 두 번째 중앙아시아 무대를 맡겼다.배경에는 김 소장이 쌓아온 러시아·CIS(독립국가연합) 지역 전문성과 현지 감각이 있었다. 러시아 모스크바대 MBA 과정을 마치고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영업 성과를 이끌어낸 경험은 신한은행이 우즈베키스탄을 차세대 전략 거점으로 낙점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됐다. 법인 전환과 SME(중소기업대출) 개척, 민영화 기회 선점이라는 과제를 풀어낼 적임자로 김 소장이 선택된 이유다.
◇귀국길 접고 다시 중앙아로…'포스트 카자흐'로 우즈벡 낙점
지난해 8월, 김 소장은 5년 간의 신한카자흐스탄은행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귀국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그가 향한 곳은 신한은행 한국 본점이 아닌 우즈베키스탄 대표사무소였다. 사무소장 없이 현지 직원 체제로만 9년간 유지돼 온 곳이었다. 카자흐스탄 현지법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신한은행이 중앙아시아 차세대 전략거점으로 우즈베키스탄을 점찍으며 김 소장은 중앙아시아에서 두 번째 개척을 이어가게 됐다.
신한은행 우즈베키스탄 사무소는 2009년 설치됐다. 법인 전환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 요건 충족이 필요한 만큼 사무소 설치를 통해 시장조사에 나서기 위한 차원이다.
실제 우즈베키스탄 중앙은행은 지난 2023년 상업은행의 자본금이 최소 적정 요건에 미달할 경우 은행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경고했다. 개정된 은행 및 은행활동법에 따르면 자본금 기준은 2023년 9월 1000억숨(약 111억원)에서 시작해 2024년 4월 3000억숨(약 333억원), 2025년 1월 5000억숨(약 555억원)까지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이는 금융분야 외국인 투자 유치와 기업 대출 확대를 위한 정책적 조치다.
법인 설립을 위해선 신한금융지주를 상대로 "왜 우즈베키스탄인가"를 설득하는 과정도 필수다. 김 소장은 "현지 시장환경을 직접 경험하며 데이터를 확보해야만 설득력이 생긴다"라며 "시장 분석과 네트워크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에게 우즈베키스탄 시장의 역동성은 낯설지 않았다. 그는 "2017년 모스크바에 있을 때도 도시가 매년 달라질 만큼 변화가 컸다"며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봤고 이제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외국 자본 유입과 기업 활동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기구들도 우즈베키스탄 경제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IMF는 올해 우즈베키스탄 경제성장률을 5.4%로, 월드뱅크는 5.8%로 전망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6% 까지 내다봤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유일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2030년까지 최대 100만대 생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 BYD와 합작해 전기차 공장도 작년 6월부터 가동해 생산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생션 리스크에 직면하면서 금융과 물류 중심축이 중앙아시아로 이동하는 상황이다. 한국 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자본 역시 모스크바 대신 알마티와 타슈켄트를 거점으로 삼는 추세다. 이에 더해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해외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으며 FDI(외국인직접투자)는 2020년 29억달러(약 4조275억원)에서 2023년 149억달러(약 20조6931억원)로 급증했다. 신한은행이 9년 만에 사무소장을 다시 파견한 것도 이 같은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SME·개인금융이 남긴 틈새, 우즈벡 진출 앞둔 신한은행이 선점할까
김 소장이 주목하는 기회는 국영은행 중심의 시장 구조에서 비어 있는 SME(중소기업대출)와 개인금융 영역이다. 그는 "우즈베키스탄 경제가 국가계획 경제에서 개방개혁 정책으로 선회하면서 GDP와 소득수준 등은 의미있는 반등을 만들어 냈다"라면서도 "국영은행 중심의 구조 속에서 개인과 중소기업은 여전히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SME 및 개인에게 금융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가 부족해 리스크가 큰 것은 맞지만 신한은행의 글로벌 경험을 접목하면 다른 은행보다 빠르게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라며 "그간 은행 서비스가 닿지 않았던 SME 및 개인 시장이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즈베키스탄 중앙은행 역시 SME 지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현지 산업을 뒷받침하는 국영은행 대부분은 특정 국영은행과 일대일 매칭 구조로 얽혀 있어 민간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확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김 소장은 "우즈베키스탄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허리에 해당하는 중소기업 발전이 필수적이고 중앙은행 역시 중소기업 육성이 중점 과제"라며 "하지만 로컬 은행들이 이미 확보한 대규모 국영기업을 상대로 안정적인 영업을 하고 있어 리스크를 감수하며 SME 영역을 확대할 유인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장 신뢰도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김 소장은 현지 진출 은행들과의 교류 경험을 전하며 "우즈베키스탄 은행과 거래했을 때 대금을 받지 못한 사례가 한 차례도 없었다는 말마저 나온다"라며 "정부가 금융기관의 평판을 중시하는 만큼 부실은행이 발생할 경우 다른 은행이 인수한 이후 차입금 상환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등 금융질서가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연 5%대 경제성장률을 지속하고 있는 점도 은행업 전망에 긍정적이다. 정부와 기업 모두 자금을 조달해 경제성장을 이어가야 하는 구조인 만큼 은행업 수요가 꾸준히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외자유치 기조는 은행업 라이선스 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 김 소장은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해외투자 유치를 1순위 과제로 여기고 있어 외국 자본의 안정적인 유입을 위해 명망 있는 외국계 은행의 현지 진입을 선호한다"라며 "특히 국영은행 인수를 검토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우즈베키스탄 정부 역시 실사나 자본투입 부담을 고려해 신규 법인 설립에 대해서도 열린 입장이라고도 덧붙였다. 김 소장은 "정부가 선호하는 진출 방식이 시점마다 달라질 수 있다"라며 "신규 라이선스 취득이나 기존 은행 인수 등 진출 방법에 대해서는 복합적인 상황을 반영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일관성이 부족하고 예상하지 못한 제도변경 위험이 상존한다는 점은 우즈베키스탄 금융시장 진출의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 2016년 개방개혁 경제로 전환한 지 10년 가까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즈베키스탄이 권위주의적 색채가 강한 국가라는 점이 진출 기업들의 공통된 평가다. 중앙은행의 행정절차 역시 때로 권위주의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김 소장은 중앙은행 고위층과의 면담 과정에서 받은 긍정적인 인상을 전했다. 우즈베키스탄 금융시장의 중장기 로드맵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국 금융산업의 강점과 약점을 솔직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정책의 신뢰성 부족과 권위주의적 의사결정, 낙후된 행정 프로세스 등 문제를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게 김 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우즈베키스탄 중앙은행 당국자들이 강조하는 지점 중 하나는 한국의 금융감독원과 교류하며 규제 선진화에 힘쓰고 있다는 것"이라며 "실제로도 권위주의적인 모습보다는 고객친화적인 서비스 직원 같은 인상을 받을 때가 많다"고 전했다.
법인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조건을 묻자 김 소장은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 확립과 철저한 시장 조사, 그리고 개발도상국의 변수를 뚫고 나갈 수 있는 의지"라고 정리했다. 이어 "상황이 변할 때마다 '이래서 안 된다'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낼 수 있다'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우즈베키스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해 선점 효과를 누리려면 이러한 의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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