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표적된 중견 지주사]KISCO홀딩스, '쌓아둔' 현금 곳간 상법개정이 자극'캐시카우' 자회사 한국철강, 수익성 둔화에도 배당 4배 '주요 표적'
임효진 기자공개 2025-09-17 13:44:38
[편집자주]
행동주의 펀드가 들어온 중견 지주사의 공통점은 기업가치가 심각하게 저평가돼 있으면서도 유보현금을 쌓아둔 경우였다. 두 조건은 모두 배당 확대 요구의 근거가 됐다. 지금까지 사례는 많지 않았지만 ‘더 센 상법’이 시행되면 비슷한 장면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행동주의의 표적이 된 중견 지주사들을 자세히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2일 14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철강을 자회사로 둔 중견 지주사 KSICO홀딩스는 2018년 행동주의 펀드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과 맞닥뜨렸다. 밸류파트너스가 KISCO홀딩스를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중견 지주사라는 사실과 자회사 한국철강의 탄탄한 현금흐름 때문이다. 자회사 배당을 확대하면 지주사의 배당 여력이 커지기 때문에 행동주의에게 좋은 구조다.실제 밸류파트너스는 수익 변동성이 낮고 현금창출력이 뛰어난 한국철강을 근거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요구했다. 자회사 현금흐름이 지주사 이익과 직결되는 구조적 특성상 이런 중견 지주회사들은 더 강한 상법 개정이 현실화될 경우 행동주의의 주요 표적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밸류파트너스, 이익잉여금 과잉 지적…시황 악화 우려에도 배당 확대
KISCO홀딩스가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것은 2018년. 밸류파트너스은 KSICO홀딩스 지분 1.11%를 확보한 뒤 그해 정기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후보 3명 모두에 대한 선임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극도로 낮은 PBR을 방치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밸류파트너스는 자사주 소각을 요구했다.
KSICO홀딩스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투자 대상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2014년 10월 KSICO홀딩스 지분 6.34%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이후 2019년 보유 지분을 11.9%까지 늘리며 주요주주에 올랐다. 밸류파트너스가 들어오기 직전인 2018년 1월 모든 지분을 처분했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자산운용사의 투자 대상이 됐다는 것은 KISCO홀딩스의 기업가치가 크게 할인돼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행동주의 펀드에는 배당 확대를 요구할 근거를 장기투자자에겐 수익에 기반한 가치 상승을 기대할 근거를 마련해 준 것이다. 2023년 밸류파트너스가 주주연대와 함께 행동주의 캠페인을 진행했을 때 제시한 KISCO홀딩스 PBR은 0.2였다.
밸류파트너스는 KSICO홀딩스의 자산 배분 구조가 비합리적이라고 문제 제기했다. KISCO홀딩스의 순현금성 자산은 매년 평균 15.8%씩 불어나는데 이를 투자나 배당하지 않아 ROIC에 비해 ROE가 낮게 정체돼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과도한 잉여현금이 자본 효율성을 떨어뜨려 주주가치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에 대한 근거가 된다.

배당금이 회사가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도 비판했다. KISCO홀딩스의 주당 순이익은 2018년 약 2000원, 2019년 약 4000원을 기록한 반면 같은 시기 주당 현금배당금은 2년 연속 280원이었다. 주당 순이익이 2배 올랐음에도 현금배당금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배당성향은 16.89%에서 9.62%로 떨어졌다. 이후에도 배당성향은 10% 내외의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당시 KISCO홀딩스는 밸류파트너스가 제안한 배당 확대를 주총 안건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철근 업황이 악화되고 있어 배당 확대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다만 밸류파트너스를 비롯한 소액주주들의 배당 확대 요구가 커지자 회사는 지난해 주당 현금배당금을 1800원으로 올렸다. 시황과 별개로 배당 확대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KISCO홀딩스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배당은 시장 상황에 맞춰 한 것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밸류업 관련 계획은 따로 세워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캐시카우’ 자회사 한국철강…’더 센 상법’ 앞둔 중견 지주사 압박
KISCO홀딩스의 주요 수익원은 자회사인 한국철강에서 발생하는 배당금이었다. 2018년 매출 133억원 중 배당금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113억원이었다. 약 84%의 매출이 한국철강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지난해 회사는 배당금 지급에 120억원을 썼는데 배당금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218억원으로 증가한 상태였다.
밸류파트너스가 KISCO홀딩스의 지분을 확보하기로 결정한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철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철강은 국내 전기로 봉형강 시장에서 안정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수백억원대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재무구조도 안정적이다. 부채비율은 10~20%대로 금융비용 부담이 거의 없다. 변동성이 낮고 현금창출력이 뛰어난 일명 ‘캐시카우형 제조사’라고 할 수 있다.
실제 한국철강은 수익성 악화에도 배당액을 늘리며 캐시카우형 제조사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주당 현금배당금은 2018년 200원에서 2024년 800원으로 4배 늘었다. 2018년 한국철강은 매출 7774억원, 영업이익 254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배당금으로 총 82억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한국철강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000억원, 18억원으로 감소했다. 배당금 지급에 사용된 액수는 155억원이었다.
KISCO홀딩스의 사례는 더 센 상법 개정과 맞물려 중견 지주사가 행동주의 펀드의 주요 타깃으로 떠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특히 이사에게 모든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명시함으로써 자본의 비효율성을 법적 책임 대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중견 지주사들의 주주 환원 실천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탄탄한 현금흐름에도 낮은 PBR에 머무는 중견 지주사들은 주주환원 요구를 넘어 충실의무 이행을 촉구받는 국면에 놓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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