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무차입 종결·이사회 선진화' 고려아연 확 바꾼 분쟁 1년재무건전성은 약화, 이사회는 선진적 변화…고려아연 주도권 향방은
허인혜 기자공개 2025-10-15 16:46:21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5일 16시45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4년 9월 13일.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날이었죠.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들도 오랜 만에 찾아온 여유에 부산으로, 홍콩으로 떠나고 있었다는 데요.하지만 곧 운전대를 서울로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날 영풍과 MBK 파트너스 연합은 김앤장이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고려아연의 지분을 주당 66만원에 사들이겠다는 내용을 기습 공시했습니다.
분쟁의 불씨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불씨는 양측 모두에게 큰 불로 자라났는데요. 공개매수 가격이 주당 89만원까지 상승하며 차입금이 불어난 고려아연은 무차입 신화를 끝내고 말았습니다.
거버넌스와 재무에 초점을 맞춰 고려아연의 분쟁 1년이 어떤 좌표들을 찍어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1년간 가장 크게 변화한 지표는 거버넌스와 재무 건전성입니다. 기업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보드의 의석 수를 두고 다퉜으니 이사회 변화가 큰 것도 당연한 결과죠. 세 가지 흐름으로 짚어본다면 우선 조단위 '분쟁의 비용'이 만든 재무의 변화, 그리고 분쟁이 촉발한 이사회의 선진화. 마지막으로 11대 4로 정리된 주도권의 현위치입니다.
#분쟁의 비용: 무차입 종언, 커진 단기부담
영풍·MBK 연합의 첫 번째 공개매수 선언 당시 책정한 값은 66만원. 이후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89만원까지 올라갔습니다. 지분 확보 다툼 속 돈의 전쟁이 시작된 셈이죠.
고려아연은 오랫동안 무차입 경영과 102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온 대표적인 현금창출 기업이었습니다. 경영 성과와 흑자기조는 이어졌지만 지난 1년사이 무차입경영의 신화는 끝났습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이자보상배율은 2023년 말 23배에서 2024년 9배, 올해 상반기 6.8배 수준까지 낮아졌습니다. 부채비율은 10%대에서 80~90% 구간으로 상승했습니다.
자금 조달의 성격도 달라졌습니다. 분쟁 방어를 위한 급한 돈이 필요했던 만큼 신용등급 대비 높은 금리, 단기성 위주로 들어왔습니다. 메리츠증권 차입 1조원의 금리가 연 6.5%. 기업어음 4000억원, 사모 회사채 1조원, 은행과 증권 대출분을 더한 1조5000억원 등, 작년 9~10월 충전한 외부 실탄만 3조원 안팎으로 추산됩니다.
그 결과 단기 조달 의존이 커졌고, 차환 주기는 짧아졌으며 금리 변동에도 취약해졌습니다.
하지만 건전성이 위험한 수준은 아닙니다. 현금창출력은 여전히 강하고, 차환으로 당시 대비 이자부담은 일부 낮아진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무차입이 주던 신뢰 프리미엄은 사라졌죠. 이게 앞으로 투자와 신용도에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를 대규모로 매입했고, 68만주씩 세 차례 소각을 결정했습니다. 6월, 9월 소각을 마쳤고 12월 중 잔량 소각을 예고했습니다. 분쟁 과정에서 쓴 돈이 주주환원으로 귀결된 셈입니다.
#투자와 차입의 두 갈래: 방어 vs 성장 CAPEX
고려아연은 원래도 현금을 쓸 일이 많았습니다. 2023년 12월, 2033년까지 누적 17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제련사업 5조원, 트로이카 드라이브(TD) 사업 12조원입니다.
진행 중인 투자도 큽니다. 계열사 켐코의 올인원 니켈 제련소에 유증 자금 투입, 동순환자원 처리공정과 KZ 자가매립시설 등이죠. 2024년 설비투자 비용은 1조1300억원입니다. 호주 풍력 관련 투자금 6700억원이 반영됐고, 올해 1분기에도 1727억원을 추가로 집행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공격적인 투자 로드맵을 짠 건 그만큼 건전성과 현금 창출력에 자산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과거에는 현금으로 밀어붙이는 투자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분쟁 방어 자금과 성장을 위한 설비투자가 자금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낮아진 신용평가와 부정적 전망
신용평가사의 톤은 엇갈렸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AA+(부정적) 평가를 유지했고, 나이스신용평가는 6월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했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작년 11월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리며, 무차입 기반의 매우 우수한 안정성이 단기에 훼손됐다고 봤습니다. 자기주식 취득에 따른 부담을 경감할 실효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분쟁 관련 이벤트가 이어지고 있는 게 악영향을 줬습니다. 공개매수전, 자사주 매입, 대규모 현금 유출, 신주발행안 규제 점검과 수정, 수사 등이죠.
실제로 고려아연의 판관비는 분쟁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 중입니다. 판관비는 2024년 4173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150억원 상승했습니다. 법조계 전문가는 고려아연이 자문의 비용으로 약 1000억원 안팎을 사용했다고 봤습니다.
#보드 체인지: 분쟁이 불러온 선진화
분쟁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만은 아닙니다. 이사회의 지표는 선진화됐는데요, theBoard 평가 점수는 2024년 166점에서 2025년 195점이 됐고, 순위는 68위에서 12위로 점프했습니다.
세 장면이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2024년 11월 최윤범 회장의 이사회 의장 사퇴 선언과 이듬해 1월 임시 주총, 2025년 3월 정기 주총입니다.
영풍·MBK 연합은 최 회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제를 지적하며 공개매수를 선언했습니다. 고려아연은 주장을 수용하진 않았지만, 의장·대표이사 분리와 사외이사 의장 선출을 예고했고, 외국인 사외이사 선임 계획을 밝혔습니다.
1월 임시 주총에서는 연합 측 우세가 점쳐졌지만, 주총 전날 고려아연 측이 자회사를 통해 영풍과 상호출자 구조를 만들며 의결권을 제한했습니다. 집중투표제 도입이 가결됐고,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신규 사외이사 7인은 전원 선임됐습니다.
3월 정기 주총에서는 고려아연은 자회사 썬메탈홀딩스(SMH)를 활용해 영풍 의결권을 다시 제한했습니다. 이사 수 상한을 19인으로 정관에 명시했고, 집중투표로 8인을 선임했습니다. 결과는 고려아연 5인, 연합 측 3인이었죠.
이사회 구조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2월, 황덕남 사외이사가 의장으로 선임되었습니다. 창사 이래 첫 사외이사 의장입니다. 사외이사 비중은 약 58%에서 74%로 확대됐죠. 제임스 앤드류 머피 이사와 김보영 교수 등 외국인과 여성 사외이사도 늘었습니다. 법·규제·산업기술·국제통상 등 이사회 역량 평가의 여러 영역을 고르게 보강했습니다.
위원회도 손질했습니다. 감사위·사추위·내부거래·보수·ESG 등 5개 체계. ESG와 내부거래위원회는 분쟁 이후 신설되거나 격상됐습니다. 올 하반기에는 외부 전문기관의 이사회 평가를 도입해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을 10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영풍측 자리 늘었지만, 아직은 고려아연 주도권
현재 이사회는 19인 구성입니다. 이 중 4인은 직무 정지 상태로 실제 활동 멤버는 15인이고, 구도는 고려아연 측 11인, 영풍 측 4인입니다.
분쟁 직후, 새 보드가 완성되기 전에 긴급 이사회를 통해 큰 의사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작년 10월 자사주 공개매수와 차입 조달. 사모사채 발행, 자기주식 취득·소각 가결. 10월 30일에는 공모 유증 추진이 의안으로 올라 통과됐지만 감독당국의 정정 요구와 시장 반발이 겹치며 한 달 뒤 철회됐습니다. 이후 고려아연은 차입과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올해에는 자기주식 처분, 회사채 발행, 단기사채 발행한도 승인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작년 말이 공개매수 집행·고금리 단기 조달·증자 시도와 철회의 '속도전'이었다면, 올해는 저금리 차환과 소각 로드맵으로 전환한 셈입니다.
보드의 의사결정 틀도 바뀌었습니다. 사외이사 의장제, 이사 수 상한, 집중투표제 도입입니다. 일부 쟁점은 법정으로 갔지만, 집중투표제 도입 등은 유효한 변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연합 측 의안도 상정됐습니다. 올해 5월, '정보제공 및 보고 요구' 안건은 연합 측 4인이 찬성했지만 다수 반대로 부결됐습니다. 의견이 나왔다는 자체를 눈여겨볼 만합니다. 본회의 표 대결에선 다양성이 살아 있으나, 소위원회는 전원 고려아연 측 사외이사로 구성돼 상정 안건이 모두 가결되는 구조입니다.
#여전히 치열한 주도권 싸움, 칼자루는 외인·소액주주?
결론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이사회 독립 강화 등 연합 측이 제기한 의제는 상당 부분 도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주도권은 고려아연 측이 유지했습니다.
주가 환원과 주가 흐름은 어떨까요? 전량 소각 계획과 실행으로 올해 상반기 총주주환원율은 113.1%를 기록했습니다. 9월 주가는 90만원을 상회해, 양측 공개매수 가격을 넘어섰습니다.
주도권 싸움은 여전히 치열합니다. 시장과 법조계 전문가들은 결국 법리다툼을 통해 다툼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내년 3월 정기주총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양쪽의 팽팽한 지분 다툼 속, 외국인과 소액주주도 캐스팅보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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