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1월 07일 0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관(官)'이 왜 관인지 아나. 입(口)이 두 개라서 한 입으로 두 말 해야 하거든."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들이 종종 던지는 농담이다. 금융사와 금융소비자 사이의 미묘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당국의 숙명을 자조적이지만 정확히 짚은 말이다. 농담이지만 그 안에는 관료의 무게감이 담겨 있다.농담은 금융감독원에도 적용된다. 금감원의 한쪽 입은 금융소비자보호를 말하고 다른 한쪽은 금융사 건전성 관리를 말한다. 두 입이 서로 다른 말을 하더라도 향해야 할 곳은 같다. 건전하고 신뢰받는 금융시장이라는 목표다. 금감원은 그 균형 위에서 존재해야 하는 조직이다.
IMF 외환위의 기억은 금감원에 건전성 추구 본능을 새겼다. 당시 국내 금융사 부실이 위기의 도화선이 되자 IMF는 금융정책과 감독기능의 분리를 주문했다. 기존 감독기구를 통합한 새로운 민관 합동기구로 금감원이 탄생했다. 애초부터 금융회사 건전성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출발한 셈이다.
이후 감독당국 DNA에는 건전성 관리라는 본능이 자리잡았다. IMF 트라우마를 기억하는 세대의 당국자들에게 건전성 관리는 결코 놓을 수 없는 키워드였다. 이 DNA가 지금까지 조직 기저에 흐르고 있었다.
지금은 금융소비자보호 무게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감독기능과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논의가 불거졌을 때 금감원은 "두 기능을 한 기관 안에서 함께 수행해야 효율적"이라며 조직 분리를 막아냈다. "한 입으로 두 말하는 감독기관으로 남겠다"는 선언이다.
중요한 건 금감원이 관의 숙명을 감당할 역량을 실제 보여주느냐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최근 직접 민원인을 만나며 불완전판매 관련 내부통제 위반을 점검하고 배상 기준을 다시 손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 실효성을 높이고 금융사 책임을 더 무겁게 묻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진정한 신뢰를 확보하려면 평가방식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홍콩H지수 연계 ELS 불완전판매 사태 때 일부 은행은 해당 상품을 가장 많이 팔았음에도 금감원 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 일부 항목 '양호' 등급을 받았다. 이후 이뤄진 현장검사에선 불완전판매 사실이 드러났다. 평가 점수는 좋았는데 결과는 달랐다는 현실이 금감원 신뢰에 의문을 남겼다.
현재 추진 중인 금융소비자보호처의 총괄본부 격상이나 조직개편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장의 실태를 정확히 반영하는 평가체계 개편이다. 그래야만 금감원이 두 입으로 말하면서도 하나의 신뢰를 얻는 진짜 감독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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