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8년 07월 18일 1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를 처음 만난 건 지난 5월. 강남 파이낸스 센터로 본사를 옮긴 지 한달 됐을 때였다.
"임대료가 2.5배 더 비싼 데다 관리비까지 포함하면 5배 이상 비용이 늘었지만 고객가치를 생각한다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투자자문사에서 자산운용사로 전환한 에셋플러스 강방천 회장 얘기다.
업계에서 '강방천'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가치투자'다. 강 회장에게는 '가치주 중심의 장기투자', '바이앤홀드(Buy&Hold)전략'처럼 일반적으로 알려진 가치투자의 개념과는 다른 구석이 엿보인다.
강 회장은 '상식'에 근거한 가치투자를 강조했다.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원한다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1등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소비자가 지갑을 여는 기업은 매출이 증가하기 마련이고 매출 증가는 이익으로 이어집니다. 기업의 이익 증가는 그 기업의 가치를 상승시켜 주가에 반영될 수 밖에 없습니다"
단순하지만 명쾌한 논리다. 1등 기업이라면 주가가 아무리 비싸도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불황이 오거나 경쟁이 치열해지면 결국 살아남는 것은 1등 기업 뿐이란 논리다.
반면 강 회장은 "절대적인 PER(주가수익비율) 혹은 PBR(주가순자산비율)등에 집착한 주식투자는 필패(必敗)한다"고 강조했다. 가격만 추종하다가 실패한 일부 베트남펀드가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고객가치'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다. 은행·증권사 등의 판매사를 거치지 않고 본점과 온라인만을 통해 펀드를 팔겠다는 '직판'전략은 '강방천식' 고객가치 실현에 기반을 두고 있다. 펀드운용사가 고객들과 직접 소통함으로써 투자철학을 공유해 나간다는 의미가 숨어있다.
하지만 직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모 투자자문사 대표는 "강방천 회장이 소신을 가지고 직판에 도전한 것은 높이 살 만하다"면서도 "펀드의 판매실적이 판매사의 입김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직판 실험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증권사와 은행을 포함한 판매사들은 강 회장의 독자 행보에 사뭇 경계하는 눈치다. 지금까지 보여준 트렉레코드(수익률 성과)와 그만의 확고한 운용철학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사위는 이미 7월7일 던져졌다. 암울한 증시 상황에도 불구하고 10일간의 수탁고(160억원)는 업계의 예상액을 뛰어넘었다. 강 회장이 고객들과 쌓아놓은 신뢰가 두터웠다는 증거다.
강 회장은 "이번에 출시하는 펀드를 통해 글로벌 1등 기업에 우리 국민 5%가 주주로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어지간한 자신감이 없으면 쉽게 내뱉을 수 없는 말이다.
강 회장의 말이 허풍으로 그칠 지 아니면 펀드 업계의 또다른 신화가 될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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