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 판도변화는 시기상조 진로-하이트 지배력 막강...마케팅 비용·OB맥주 인수 여부 열쇠
이 기사는 2008년 12월 21일 09: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의 소주시장 진출은 주류업계의'해묵은 악몽'이었다. 수 차례에 걸친 태핑 때마다 업계는 막강한 유통망을 가진 롯데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롯데의 시도는 신통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늑대'가 나타날 것으로 걱정했던 경쟁자들 입장에서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을 듣는 기분이었다.
지난2004년 신격호 회장의 넷째 남동생인 신준호 롯데우유 회장은 대선주조를 인수했다. 당시 업계는 "롯데가 마침내 소주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며 시장의 일대 판도변화를 예상했다. 그러나 대선주조는 롯데그룹 '본가'의 의지가 담긴 그룹차원의 M&A가 아니었다. 시장점유율 확보 열기도 전국단위의 '전쟁'이 아닌 경남-부산지역에 국한된 '전투'수준에 그쳤다. 인수 3년만인 올해 초 대선주조를 매각해버렸다.
2005년 진로 인수 전에서도 롯데는 예상대로 이름을 내밀었다. 진로의 막강한 시장점유율과 롯데의 그룹차원에서 참여로 시장의 두려움은 한층 고조됐다. 하지만 진로는 롯데, CJ, 두산 등 쟁쟁한 대기업이 아닌 하이트의 손에 넘어갔다.
지난11월부터 시작된 두산 주류 매각에서도 시장은 '롯데'의 참여를 예상했다. 하지만 두차례에 걸쳐 실망감을 안겨준 터라 롯데에 대한 두려움은 크게 줄었다. 그 동안 롯데가 M&A시장에서 보인 행태도 이를 뒷받침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금 보유력은 국내 최고 수준이지만 다수의 입찰에서 최저수준의 가격을 써내고 슬그머니 발을 뺐던 기업이 롯데"라며 "두산주류 인수에서도 절대 비싼 가격을 쓰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마침내"늑대가 나타났다"
그랬던 롯데가 마침내 시장점유율2위의 소주 브랜드'처음처럼'을 사들였다. 보유하지 못했던 '희석식 소주' 면허도 확보하게 됐다. 다만 아직 주류업계의 대대적인 판도변화를 예견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감안해야 할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롯데의OB-카스 맥주의 인수여부다. 사실 자금력이 앞서는 롯데 입장에서 '의지'만 확고하다면 경쟁자들을 이겨내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만일 롯데가 시장점유율41.7%의 OB-카스맥주까지 사들이면 진정한 변혁이 시작된다. 여기에는 롯데가 스카치블루를 통해 확보한 20%대의 위스키시장 점유율과 2000년 설립한 (주)롯데아사히 주류를 통해 일본 아사히 맥주 및 와인 80여종을 수입해온 노하우들도 덧붙여야 한다.
둘째는 롯데가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감내하느냐 여부다. 두산이 처음처럼 전국 점유율 11%, 수도권 점유율 20%를 달성한 배경은 낮은 출고가 산정과 막대한 광고선전 및 마케팅비 투입이 주효 했다.
롯데의 마케팅 행태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의 '분가'격인 신준호 회장이 인수했던 대선주조조차 롯데백화점, 호텔 울산점 직영 및 하청업체에게 마케팅비를 제공해 판매망을 높였고 광고탑설치, 판촉사원 확대 및 판촉망 강화 등을 대대적으로 펼쳤다"며 롯데의 막대한 마케팅 비용지불을 예상했다.
하지만 또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막대한 판관비 지출은 롯데의 그룹문화 성격과 맞지 않다"며 "현재보다 더 많은 마케팅비용을 지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도변화 예견은 시기상조
마지막으로2010년 이후 진로-하이트의 영업 통합망 효과가 어느 정도 일지 따져봐야 한다. 진로-하이트는 지난 9월말현재 전국 소주시장 점유율 51%, 맥주시장 점유율 58%을 갖추고 있다. 영업통합망은 이를 구성한 지역별 시장점유율을 더 높여줄 가능성이 높다.
맥주의 경우 수도권 점유율90%이상인 진로의 유통망으로 하이트 맥주가 공급되면 수도권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OB-카스맥주의 점유율 잠식이 가능하다. 거꾸로 경상도권에서 막강한 힘을 보유한 하이트맥주의 유통망으로 진로 소주가 공급되면 전국 점유율 확대도 꿈꿀 수 있다. 일반 소매유통망과 주류유통망의 차이까지 감안하면 롯데의 막강한 유통망이라도 진로-하이트의 지배력을 위협하기는 쉽지 않다.
하이트맥주의 한 고위관계자는 “(처음처럼을)재무적투자자가 인수하는 것보다는 신경이 쓰이겠지만 두산보다 롯데가 더 신경 쓰이는 대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롯데의 '처음처럼' 인수로 인한 주류업계의 판도변화는 시작단계에 불과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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