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펀딩' 고려해 주관사 KB증권 선택 [롯데의 선택]①두산과 '가격 깎기' 협상 나설지 주목
이 기사는 2008년 12월 23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주류BG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롯데그룹은 언제부터 딜에 참여했을까. 처음처럼 입찰에 참여한 후보는 몇 곳일까.
두산그룹이 주류BG 우선협상자를 발표했지만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맺은 비밀유지협약(CA : Confidential Agreement) 조항으로 관련 딜 내역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있다.
두산이 주류BG 매각을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은 테크팩 매각을 은밀히 성사시킨 11월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라이빗 딜로 테크팩 매각을 성사시키자, 주변에서 주류매각에 대한 요청이 쇄도했다.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있는 두산 입장에서 두산주류BG도 불필요한 사업부였다. 매각에 탄력을 받은 두산은 '처음처럼'의 프로젝트 명을 '알파(alpha)'로 짓고 잠재적 투자자들을 접촉하기 시작했다. 11월말 CA를 맺고 약식 데이터 룸을 개방한 후보군은 어피니티파트너스, CCMP, CVC, H&Q, 골드만삭스PIA 등 5곳에 불과했다.
매각사실이 시장에 공식화되면서 롯데그룹을 비롯해 디아지오코리아, 국순당 등 국내외 전략적투자자(SI)들도 관심을 보였다. KTB네트워크와 서든캐피탈-스카이레이크컨소시엄 등도 후반부에 참여하며 팽팽한 경쟁구도를 이어갔다.
하지만 12일 열린 본입찰 당일 H&Q, CCMP, CVC, 골드만삭스PIA 등 해외 사모펀드(FEF)들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본 입찰 과정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MBK와 GS그룹은 참여설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GS그룹의 경우 골드만삭스의 이니셜 약자(GS)가 같은데서 비롯된 해프닝이었다.
본 입찰에 참여한 5곳의 후보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아든 두산그룹은 고민에 빠졌다. 대부분 후보들의 가격대가 4000억원대 초중반에 몰리며 파격적인 제안을 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두산은 급기야 본입찰 일주일 뒤인 18일부터 후보들로부터 2-3차례에 걸쳐 추가적인 가격 제안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롯데는 본 입찰 당시 4100억원대를 써내며 사모펀드에 비해 인수의지가 뒤쳐지는 듯 싶었다. 하지만 18일 롯데, 어피니티, 서던캐피탈컨소시엄, KTB 등 4곳으로부터 추가 가격제안을 받는 과정에서 롯데는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후발 주자였던 롯데가 두산주류 인수를 위해 선택한 어드바이저는 KB증권. 딜이 시작할 무렵 롯데는 자문사로 회계법인을 선정할 예정이었다. 수차례에 걸쳐 회계법인에 집요할 만큼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지만 결국 KB증권을 선정했다. 국내외 인수금융이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은행계 자문사를 이용하는 게 펀딩에 유리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제 관심은 M&A업계 선수로 통하는 두산그룹이 '가격깎기'의 일인자인 롯데를 상대로 협상력을 어떻게 발휘하느냐 여부다. 롯데그룹은 수조원대의 유동성이 무색할 만큼 '가격할인'에 올인하는 행태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의 M&A는 신동빈 부회장의 '입'으로 통하는 황각규 부사장이 '신뢰'보다 '저가인수'에 올인하는 전략을 선호하는 데서 특징이 나오는 것 같다"며 "지난해말 롯데가 인수한 대한화재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무리한 가격인하 전략이 되풀이될 경우 두산이 어떻게 풀어나갈지 자못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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