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9년 04월 30일 11: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최근 계열사인 ㈜코오롱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매입했다. 코오롱 지분 17%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이 회장이 지분 확대 수단으로 종종 활용되는 BW를 매입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룹 안팎에선 코오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및 경영권 승계를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하고 있다.
◇코오롱, 사실상 지주사 역할 = 한국에 나일론을 최초로 소개한 코오롱그룹은 재계 32위(2009년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공기업 제외) 그룹이다. 자산총액 5조9000억원(4월 현재)에 계열사만 38개사를 거느리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은 코오롱.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코오롱은 FnC코오롱(지분율 85.43%), 코오롱건설(14.88%), 코오롱아이넷(31.72%), 코오롱글로텍(53.83%) 등 주요 계열사들의 최대주주다.
결국 코오롱을 확보하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구도다. 현재 코오롱의 최대주주는 그룹 오너인 이웅열 회장이다. 4월말 현재 이 회장은 코오롱 보통주 295만2274주(16.56%)를 갖고 있다.
지분율이 낮은 듯 보이지만 그룹 지배권을 유지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부친인 이동찬 명예회장의 지분(2.85%)과 자사주(9.74%)를 합치면 30%에 육박한다. 여기에 우호세력으로 알려진 일본 도레이(11.85%)가 가세할 경우 경영권 위협에선 완전히 벗어난다.
이 회장은 또 신주인수권부사채(BW)란 숨겨진 무기를 들고 있다. BW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일정가격에 기업이 새로 발행하는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
최근 코오롱 주가가 강세를 띠면서 이 회장이 BW 행사를 통해 평가차익까지 챙기며 코오롱 보유지분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이 회장은 최근 1000억원 규모의 135회차 코오롱 신주인수권부사채(BW) 중 63만8000여주를 인수했다. 투자금액만 170억원에 달한다. 현 주가는 3만6000원대지만 BW를 활용할 경우 2만6800원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다.
앞서 1999년 6월 코오롱은 만기 40년짜리 BW 300억원어치를 발행했는데 이 중 178만1250주(95%)를 이 회장이 인수했다. 현재 사채 원금은 전액 상환되고 워런트만 남아 오는 2039년 6월까지 1만6000원당 코오롱 보통주 1주씩 받을 수 있다.
이 회장이 보유한 BW는 모두 241만9309주. 이를 전량 행사한다고 가정할 경우 이 회장 단독으로만 30%(537만1583주)대에만 육박하는 코오롱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지주사 전환 사전 대비 = 경영권 유지에 전혀 무리가 없는 이 회장이 BW를 대량 확보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선 코오롱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앞둔 사전 정지작업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코오롱이 그룹 패션 사업의 축인 FnC코오롱을 합병, 화학과 패션사업을 아우르는 사업지주사로 전환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즉 코오롱의 지주사 전환 이후를 대비, 그룹 지배권을 탄탄히 하기 위해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는 말이다. 계열사 전체를 통제하는 지주사에 대한 지분율이 낮아 외부의 공격을 받을 경우 그룹 전체가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코오롱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선 상장계열사 지분 20%, 비상장계열사 지분 4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지분율 미달 상태인 상장사 코오롱건설(14.88%)과 비상장사 코오롱제약(35.99%) 등에 대한 지분확보 작업도 순차적으로 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권 승계 포석? = 이와 함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50대 초반인 이 회장의 장남 규호(84년생)씨는 물론 두 딸도 아직 계열사 주식을 한주도 갖지 않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4세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선 '주식 상속 혹은 증여-세금 납부'라는 공식 외에는 다른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보유 주식을 팔아 상속(증여)세를 내더라도 그룹 지배권을 유지할 정도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선 주가가 낮을 때 최대한 지분을 확보해 놓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재 상속세와 증여세법 제 56조에 따르면 30억원 이상 증여할 경우 세율 50%를 적용받는다. 과거 전례로 보면 최종 세율은 45%선. 현재 이 회장의 코오롱 지분 가치는 현 시세로 약 2000억원 가량. 따라서 세금만 1000억원에 달한다.
물론 이 회장은 "(자식들이) 원하지 않으면 경영권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선 이를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BW 대량 매입은) 지주사 전환이라는 당장의 필요성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4세로의 그룹 지배권 승계의 목적도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