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재무정책 U턴?..CP 대폭 줄여 올해 1조 이상 감소···"재무안정성 높이려는 의도"
이 기사는 2009년 06월 04일 12: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최근 기업어음(CP)을 적극적으로 상환하고 있다. 올들어 줄어든 CP 규모만 이미 1조원에 이른다. 발행잔액 1조원이 넘는 계열사도 사라졌다.
SK그룹은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회사채와 CP를 통해 대대적인 유동성 확보에 돌입했다. 그러나 최근엔 그룹의 재무정책이 유동성 확보 일변도에서 재무안정성 개선으로 돌아선 눈치다.
신용경색이 한풀 꺾이자 단기차입 비중을 줄이는 대신 차입금의 만기를 골고루 분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SK그룹은 CP를 공격적으로 축소하고 있는 것과 달리 회사채는 올들어서도 1조원대의 대규모 순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4일 더벨이 SK그룹 계열사 가운데 CP를 발행하는 10개 기업의 발행규모를 조사한 결과, 5월말 현재 그룹의 CP잔액은 3조6079억원으로 지난 1월말(4조6390억원)에 비해 1조311억원이 줄었다.
대상 기업은 SK가스, SK건설, SK네트웍스, SK브로드밴드, SKC, SK C&C, SK에너지, SK인천정유, SK케미칼, SK텔레콤, SK해운 등이다.
SK그룹은 지난해 9월 리먼 사태 이후 CP를 지속적으로 발행했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충분해야 금융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직접 계열사의 보유 현금 현황을 챙길 정도로 유동성 확보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룹의 CP규모는 지난해 9월말 2조3336억원에서 10월말에는 3조6799억원으로 늘더니 지난해 말에는 4조161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 1월에는 4조6392억원을 기록, 사상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정부의 유동성확대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지난 2월부터는 발행이 서서히 감소, 지난 4월 이후에는 3조원대로 줄었다.
발행 규모가 1조원이 넘는 계열사도 사려졌다. 지난해까지 SK에너지와 SK텔레콤의 CP규모는1조원을 훌쩍 넘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절반수준으로 줄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말 1조1000억원의 CP를 발행했지만 현재는 4315억원(5월31일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SK에너지도 지난해 말 1조5137억원에서 7773억원으로 감소했다.
대신 회사채발행을 늘려 차입금의 만기를 장기로 바꿨다. 한국채권평가에 따르면 현재 SK그룹(SK증권 제외)의 회사채 잔액은 8조2210억원으로 올 들어 1조2650억원의 채권을 순발행했다. 대부분 단기차입금을 갚거나 운영자금으로 사용, CP가 줄어든 만큼 보유 유동성이 줄지는 않았다.
자료:한국채권평가
SK그룹이 CP를 상환하는 이유는 유동성 확보보다는 재무안정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환율이 하락하면서 원자재 수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고 매출도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등 경영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SK C&C상장 등으로 하반기에 대규모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CP 상환에 나서는 이유 중에 하나로 꼽힌다.
은행권 CP매니저는 "최근 CP시장이 안정됐지만 SK그룹은 발행보다는 상환에 주력하고 있다"며 "필요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해 금융비용을 지불하기 보다는 재무안정성을 높이려는 전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도 "지금은 단기 차입금을 장기로 돌리는 등의 안정적인 재무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며 "CP는 앞으로도 조금씩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