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지주사 전환 포인트 'SK C&C' IPO로 순환출자 해결.. SK증권 지분 인수 주체될 수도
이 기사는 2009년 06월 08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7년 7월1일자로 지주사 전환을 공식 선언한 SK그룹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결국 2년간 유예 신청을 냈다.
시장에선 주무부서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유예기간 연장 신청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C&C 상장 추진 등은 공정위에서 요구한 ‘지주사 조건 충족을 위한 충분한 노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원래부터 지주사 전환의 핵심 쟁점은 순환출자고리 해소와 금융자회사 매각 등 2가지로 국한됐다. 일부 계열사 지분 확보 등은 큰 장애가 되지 않았다.
SK는 이를 위해 사실상의 지주사인 SK C&C를 상장시켜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었다. 또 금산분리정책에 따라 SK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SK증권 지분도 매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예 만료기간인 2009년 6월말이 다가왔는데도 아무 것도 해결된 게 없다. 금산분리 완화 및 지주사 설립기간 1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만 바라보다 시기를 놓친 셈이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당분간 국회 파행이 예상돼 6월중 법안 통과는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법 개정이지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SK그룹의 전술 마련에 관심이 쏠린다.
◇SKC&C 순환출자문제, IPO로 해결
우선 SKC&C와 관련된 순환출자 문제는 법 개정과 상관없이 '정공법'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장 일정을 철회한 SKC&C는 최근 한국거래소에 예비상장심사를 재청구했다. 이를 통해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각각 보유하고 있는 지분 30%, 15%를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하면 최태원 회장은 지분을 그대로 유지한 채 순환출자 고리를 자연스럽게 끊을 수 있다.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도 적지 않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문제는 공모가.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인 2007년 말까지만 해도 SKC&C의 주당 가치는 10만원 이상을 호가했다. 하지만 SKC&C의 자산 가치 대부분을 차지한 SK홀딩스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가치가 급락했다.
SK홀딩스 주가가 하락하면 할수록 SKC&C 공모가는 낮아지는 구조다. 6일 현재 SKC&C가 보유 중인 SK홀딩스의 가치를 시가로 평가하면 1조6438억원(주당 11만원, 총 1494만4432주)을 기록 중이다. SK홀딩스 주가가 30만원대에 육박했던 2007년 11월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급락한 셈이다.
아울러 공모가가 낮게 산정되면 구주를 매각하는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 입장에서 유입되는 자금이 크게 감소, 상장 메리트가 줄어든다.
따라서 SKC&C 상장의 핵심은 10만원대 이상의 공모가를 만드는 것이다. SK그룹은 이를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SK C&C가 SK E&S 지분 24.5%를 2090억원에 매입한 거래도 이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SK㈜의 가치 하락을 SK E&S 보유분으로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엔 999억원을 배당했을 만큼 배당성향이 높아 SK C&C는 막대한 현금을 챙길 수 있다. SK C&C로 유입되는 현금이 늘수록 기업 가치는 증가한다.
SK그룹 측도 “충분히 가치를 올린 뒤 시장에 내놓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C&C의 공모가를 높이기 위해 SK E&S 지분을 매입하는 등 기업가치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만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면 내년 상반기 중에는 IPO를 완료,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증권 지분, 지주체제 외부 계열사가 인수할수도
SK증권 문제는 아직 명확한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SK증권의 주요 주주로 SK네트웍스(22.71%)와 SKC(7.57%)가 있다. 앞서 SKC는 5월28일 보유 중이던 SK증권 지분 12.26% 가운데 4.69%를 블록세일로 시장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SK그룹의 SK증권 지분율을 약 30%로 맞췄다.
SK그룹측은 일단 공정거래법 개정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법 개정을 통해 금융자회사 소유가 허용되면 굳이 SK증권을 매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지주사인 SK홀딩스가 SK네트웍스와 SKC가 보유 중인 지분 30%를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
황규원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산분리 완화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포석"이라며 "그룹측의 SK증권 지분율이 30.4% 수준에 달한다는 것 자체가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SK그룹은 단순 지분매각, 타사와의 전략적 제휴, 지주사 체제 외부에 있는 관계사를 통한 지분 인수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단순 지분매각이나 타사와의 전략적 제휴 대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룹 자금을 보다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관리·운용할 수 있는 백업 비즈니스의 성격을 갖고 있는 SK증권의 효용 가치가 높기 때문.
SK그룹 관계자는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 등이 증권사를 보유하는 것처럼 그룹 내 증권사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주사 체제 외부에 있는 관계사를 통해 SK증권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주사 체제 외부에 있는 관계사로는 SK C&C, SK건설, SK케미칼 등이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법 개정이 안될 경우 계열 분리 가능성이 높은 SK케미칼이나 SK건설 보다는 SK C&C의 인수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최 회장이 직접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실성은 거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리먼 사태에서 보듯 금융회사의 리스크는 상상 외로 크다"며 "개인회사가 될 경우 부실이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최 회장이 직접 져야하기 때문에 그런 리스크를 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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