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 새 FI 유치…1500억 들여 '시간 벌기' 바이백 부담 여전…상장 지연되면 1.4조원 자금 부담
이 기사는 2009년 06월 25일 16: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5년 무려 3조4288억원을 투입해 진로를 인수했던 하이트가 서서히 투자금 회수시기를 맞고 있다.
당시 하이트 컨소시엄에 참가했던 6개 재무적투자자(FI)들 가운데 4개사가 진로 재상장 일정이 틀어지면서 이미 손을 털고 나갔다. 대신 하이트는 신규 재무적투자자(FI) 2곳을 유치해 현금유출을 최소화했다.
총 1500억원 가량이 투입된 이번 딜을 통해 하이트가 확보한 것은 진로 재상장을 위한 1년의 시간이다.
제3자 매각 성공...하이트, 고가에 사고 저가에 되팔아
하이트의 진로인수에는 교원공제회, 군인공제회, 모건스탠리(MSJILLC), 산은PEF, 산은캐피탈, 새마을금고 6곳의 FI가 참여했다. 이들은 진로의 재상장을 통한 '대박'을 기대했지만 금융위기 발발 탓에 일정이 꼬여 풋옵션 행사를 통한 탈출이 예상됐다.
하이트는 작년부터 이 같은 FI들의 발빼기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진로 지분에 대한 FI들의 풋옵션은 2009년부터 행사가 가능했다. 하이트의 콜옵션은 그 이전부터 행사할 수 있었다.
진로 주식 취득가격을 감안할때 '콜옵션 가격'이 '풋옵션 가격'보다 싼 것은 당연한 일. 이에 하이트는 작년 5월말 (군인공제회 보유지분 141만주, 산은PEF 및 산은캐피탈 지분 각각 35만주), 6월초(산은캐피탈 지분 17만주), 8월초(교원공제회 지분 109만주) 진로지분을 주당 5만6000~5만7000원을 들여 미리 사들였다.
해당 지분을 나중에 FI들의 풋옵션 행사 형태로 사들이게 되면 주당5만9000원을 들여야 했다. 이럴 바에야 어차피 살 주식 미리 싼 값에 사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진로 재상장이 올해 초까지 성사되지 않으면서 예상대로 FI들의 풋옵션 요청이 들어왔다. 3월말 모건스탠리(MSJILLC), 산은PEF, 산은캐피탈 3곳이 보유지분 전부를 계약대로 되사달라고 요청했다. 요청가격은 모건스탠리의 경우 연복리 5%가 적용된 주당5만 1914원, 산은PEF와 산은캐피탈은 연복리 8.25%가 적용된 5만9093원이었다.
하이트는 이 지분을 직접 사는 대신, '제3의 FI'를 확보해 대신 사들이는 방안을 연구해왔다. 이를 위해 연기금과 공제회를 비롯한 다수의 금융회사에 진로 지분 인수의사를 타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하이트는 3545억원을 들여 4월 산은PEF등의 지분을, 5월 모건스탠리의 지분을 매입해 줬다.
이후 하이트는 마침내 새로운 FI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 리얼디더블유 유한회사와 신용협동조합 2곳이다. 이들은 과거 모건스탠리가 들고 있던 진로 지분등을 주당 5만2000~5만3000원 수준에 하이트로부터 매입했다. 이로써 하이트홀딩스는 거꾸로 2894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남아있는 교원공제회, 군인공제회, 새마을금고는 모두 풋옵션 시기가 2010년부터다. 하지만 하이트는 새로 확보한 현금을 기반으로 다른 곳보다 보유비중이 적은 새마을금고의 진로지분 3.29%를 연복리 8%정도의 금리를 주고 먼저 샀다. 재상장 이후 구주매출 비중을 최소화하기 위한 거래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844억원이 다시 소요됐다.
하이트홀딩스는 원년 멤버들을 교체하면서 총 1495억원(-3545억+2894억-844억)가량의 현금을 썼다. 보장수익률 때문에 고가에 사고 저가에 팔다보니 발생한 비용이 상당했다. 업계는 해당 비용이 하이트홀딩스 등이 4월~5월 발행했던 1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등을 통해 조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새 FI도 내년 풋옵션 행사가능...'상장여부+공모가' 관건
하이트홀딩스의 이번 거래는 최근 몇년간의 대규모 M&A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FI교체에 성공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과거 이랜드는 홈에버를 인수하면서 끌어들인 FI를 교체하고자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시도했으나 아예 회사 자체를 되팔아버렸다. 대우건설 인수의 풋옵션조항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금호그룹 역시 신규 FI확보가 최대 관건이다.
하지만 새로 참여한 FI들과 하이트가 맺은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신규 FI인 리얼디더블유는 4~5개 가량의 금융회사가 공동설립한 유한회사로 알려졌다. 이들은 진로 재상장 여부와 무관하게 내년 7월18일부터 하이트측에 진로지분 바이백을 요구할 수 있다.
신협은 내년 5월30일까지 진로가 재상장되지 않거나 혹은 재상장되더라도 6개월(보호예수기간)만 지나면 하이트에 바이백을 요구할 수 있다.
이전 FI인 교원공제회나 군인공제회가 내년 9월까지 상장이 안되면 바이백을 요구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업계는 또 이들 신규 FI들이 풋옵션 행사에서 상당한 수익률을 보장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8%대 금리를 보장받았던 FI가 빠지고 남은 자리를 메우는 거래이기 때문.
물론 이 같은 이슈들은 하이트가 성공적으로 진로를 상장시키고 공모가나 향후 주가가 6만원대를 넘어선다면 단번에 해결될 수 있다. FI들 입장에서는 풋옵션을 요구하느니 구주매출을 진행하거나 지분을 더 갖고 있는 게 이익이 더 많기 때문.
하지만 상장이 더 지연되거나 상장되더라도 5만원대 후반을 넘기지 못하면 하이트는 내년에 최대 1조4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들여 이들 지분을 해소해 줘야 한다. 하이트는 상장과 공모가 이슈를 해결할 시간이 1년 남짓 남아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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