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9년 09월 01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진로의 공모희망가격(밴드)이 5만4000~6만원으로 결정됐다. 이제 수요예측 과정을 거쳐 최종 공모가가 어떻게 결정되는지가 관심사다.

공모가는 진로 인수에 참여했던 재무적투자자(FI)의 풋백옵션 행사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변수다. 이들은 공모가가 기대수준을 넘지 않으면 지분을 하이트에 되팔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만약 이들이 풋백옵션을 행사하면 하이트측은 약 9000억원 가량의 재무적 부담을 지게 된다.

2005년 진로를 인수했던 하이트 컨소시엄에 참가했던 6개 재무적투자자(FI)들 가운데 4개사가 진로 재상장 일정이 틀어지면서 이미 손을 털고 나갔다. 현재 남아있는 FI는 2대주주인 교원공제회와 3대주주인 군인공제회 2개사.

공모 주식 1440만주(전체 주식의 33.4%) 가운데 교직원공제회는 791만주(지분 18.4%), 군인공제회는 565만주(13.1%) 전량을 처분할 예정이다. 최대주주인 하이트홀딩스가 매각하는 구주는 83만주(1.9%)에 불과하다.

현 시점에서 두 공제회가 보유하고 있는 진로 주식의 원가는 주당 취득가격에 연복리 8%를 4년간 적용할 경우 주당 6만1000원 가량이 산출된다. 달리 말해 공모가격이 이 정도는 돼야 교원공제회나 군인공제회가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공동대표주관사인 삼성증권과 발행사인 진로가 고민 끝에 제시한 공모가 밴드는 5만4000~6만원. 당초 6만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지만 알려진 것보다 낮은 가격대다.

공모가가 6만1000원보다 낮게 결정될 경우 하이트측은 풋백옵션 행사를 막기 위해 차액을 보전해 줄 예정이다. 이럴 경우 적지 않은 자금이 나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5만1000원에 공모가가 결정되면 1만원의 금액을 보전, 하이트측은 약 1400억원(791만주+565만주*1만원)의 자금 소요가 발생하게 된다.

때문에 하이트측은 현 공모가 수준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이트가 원하는 공모가는 재무적 부담이 완전히 사라지는 6만2000원. 이는 증권신고서를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인수수수료 항목.

진로는 인수수수료를 확정 공모가에 따라 차등 지급키로 했다. 공모가 밴드는 5만4000~6만원이지만 수수료는 이를 뛰어넘은 6만2000원을 기준으로 적용했다. 확정 공모가가 6만2000원 미만이면 총 공모금액의 1%, 6만2000원 이상 6만4000원 미만이면 1.2%, 6만4000원 이상이면 1.5%를 지급키로 한 것.

일반적으로 공모가 밴드는 대표주관사가 실사 후 다양한 방법으로 가치를 평가한 후 상장 신청인과 협의해 결정한다. 시장 상황을 감안하기 때문에 확정 공모가는 보통 공모가 밴드 내에서 결정된다.

공모가 밴드를 밑돌 경우 상장 자체를 취소하기도 한다. SKC&C가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수수료도 공모가 밴드를 기준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확정 공모가가 밴드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며 "이럴 경우 하이트 입장에서 적지 않은 자금소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밴드 상단 윗쪽의 가능성이 낮은 가격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책정한 것은 수수료를 주기 싫다는 말과 같다"며 "하이트가 대표주관사의 업무 역량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하이트그룹이 잡음을 일으키면서까지 대표주관사를 삼성증권으로 변경한 것은 보다 높은 공모가를 자신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표주관사 변경이란 강수가 오히려 평판만 훼손시킨 악수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최종 공모가가 기대치에 못미칠 경우 상장 자체가 취소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