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공모가 4만1000원으로 뚝 떨어진 배경은? 해외 투자가의 냉혹한 평가..매끄럽지 못한 주관사 선정 원인 지목
이 기사는 2009년 10월 01일 11: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진로 공모가격이 4만1000원으로 최초 수요예측 때 제시됐던 희망가격 밴드 상단(6만원)보다 32%나 낮아진 배경에는 기관 투자가들의 냉혹한 평가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해외 기관 투자가들의 싸늘한 시각이 이런 분위기를 주도했지만 촉박한 일정에 쫓기던 하이트홀딩스측은 상황을 반전시킬 마땅한 카드를 제시하지 못했다.
우선 싸늘한 분위기를 조성한 해외 기관 투자가의 밸류에이션 방식과 하이트홀딩스측 평가는 크게 차이가 났다. 가장 큰 차이는 주당 EBITDA(상각전 영업이익)의 멀티플(배수) 산정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진로의 EBITDA는 총 1765억원이다. 이를 발행주식수(4300만주)로 나눈 한 주당 EBITDA는 약 4100원.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여기에 8.8배를 한 3만6000원이 진로의 공모가로 적정하다고 판단했고 진로측은 14.6배인 6만원도 가능하다고 평가한 것.
극명하게 갈린 발행기업측과 투자기관의 밸류에이션은 사상 유례없이 2차 수요예측까지 가게 했다. 하지만 2차 수요예측에서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새로운 희망 가격의 밴드 하단(4만5000원)에 수긍하는 기관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국내 대형 기관에서 4만1000원대 가격이 나와 최종 공모가격으로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진로 IPO에 강한 힘을 발휘한 해외 기관투자가의 평가는 해외IB가 주도했다. 여기에 국내 기관 투자가들이 호응하는 흐름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골드만 삭스는 하이트홀딩스측에서 제시한 멀티플(13.5~14.9배)이 우리나라 음식료 업종의 평균 배수(8.8배)를 상회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이에 더해 해외IB와의 ‘반목’이 영향을 준 게 아닌지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금융시장의 흐름이 좋다면 예상 실적과 멀티플에 거품이 얹어지게 마련인데 상장 프리미엄조차 주지 않은 냉정가 평가를 내린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6월경 하이트홀딩스측은 진로 상장 주관사로 이미 선정돼 있던 메릴린치, 크레디트스위스, 도이치증권을 이유없이 주관사에서 제외시키고 UBS 한곳만을 해외 주관사로 남겨 놓았다”며 “이해할 수 없는 일로 IB들이 받아들이면서 관계가 악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와 중개 업무간 차이니스 월이 존재함에도 분위기는 하이트홀딩스에 비우호적으로 흘러갔고 결국 공모가 산정에까지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결정적으로 하이트홀딩스측은 증권신고서에도 없는 배당 계획 등을 기자간담회에서 밝히며 해외 기관 투자가들이 강력히 반발할 수 있는 빌미까지 제공했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진로의 공모가는 2차 수요예측까지 가는 촌극을 빚고도 밴드에서 벗어난 4만1000원으로 확정됐다. 하이트홀딩스 측은 진로 인수 당시 맺은 재무적투자자(FI)에 약정한 수익 부족액을 보전해야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매끄럽지 않은 주관사 선정과 진행이 딜 결과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 지 되돌아볼 수 있는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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