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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5% 룰 원칙에 SPAC '골머리' SPAC 시행령 금산법과 충돌...CB 조건도 애매

이재영 기자공개 2010-01-28 08:11:43

이 기사는 2010년 01월 28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의 '5% 룰'이 지난해 도입된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위가 제시한 스팩 주관사 출자 기본 요건과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이하 금산법)이 서로 충돌해 혼선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스팩 관련 시행령을 만들며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금융투자업자(증권사)가 스팩 총 발행금액의 5% 이상을 출자하도록 의무화했다. 증권사와 일반 투자자들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한 포석이었다. 주관사가 수수료만 먹고 슬쩍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규정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금산법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금산법은 증권사를 포함한 금융회사가 비금융사의 주식을 5% 이상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스팩 역시 비금융사라 이 5% 룰이 적용된다.

스팩 관련 규정은 '법'이 아니다. 법 보다 한 단계 낮은 '시행령'이다. 지난해 12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의해 근거가 마련됐다. 특별법 같은 초법적 지위가 없는 이상 기존 법을 따라야 한다. 결국 스팩에 참여하는 증권사들은 '스팩 총 자기자본의 5% 이상을 출자하면서 5% 미만의 지분을 가져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5% 룰은 스팩 구조를 설계할 때 상당히 골치 아픈 규정 중 하나 "라며 "금융위가 법률 입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소한 시행령 개정으로 스팩을 도입해 생긴 결과"라고 지적했다.

스팩에 참여하는 증권사들은 주식연계증권(ELB) 발행을 통해 이런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신주인수권 행사 후에도 채권이 남는 특성이 있어 증권사 특혜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채권이 전량 주식으로 전환되는 전환사채(CB)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CB를 발행 한다 쳐도 문제는 남는다. 규제가 이중으로 적용되는 것. 증권사는 일반 공모 이후는 물론 스팩을 설립할 당시에도 이 상반된 '5% 룰'을 지켜야 한다.

총 200억원 규모에 발기인이 20억원을 출자하는 스팩이 있다고 하자. 관련 규정상 증권사는 스팩 설립시 10억원 이상을 출자해야 한다. 하지만 공모전에도 증권사는 5% 이상 지분을 가지면 안된다. 때문에 증권사는 출자 시 주식은 5000만원 미만으로, CB는 9억5000만원 이상으로 나누어 발행해야 한다. 사실상 대부분의 지분을 CB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CB는 재무제표 상 부채로 잡힌다. 단순히 돈이 뭉쳐 만들어진 회사가 만들자마자 '부채'를 갖게 되는 우스운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게다가 최소 자기자본 요건(코스피 200억원·코스닥 100억원)에 딱 맞춰 공모를 하려는 스팩이라면 부채로 변환된 주관사 출자분을 고려해야 한다. CB 발행액만큼 자금을 더 끌어들이지 않으면 자칫 자기자본 요건을 맞추지 못할 수 있다.

만약 스팩이 해산된다면 증권사가 보유한 CB가 제일 먼저 보상을 받고 나머지를 지분율에 따라 분배하게 된다. 증권사와 일반 투자자가 채권자와 주주로 신분이 갈려 이해상충이 발생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CB 발행 조건을 두고서도 증권사간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며 "일단 스팩의 특성에 맞춰 △전환가 액면가 △금리 제로 △기간 3년으로 하는 것이 유력해보이지만 정해진 규정이 없는 만큼 실제론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5% 이상 소유 규정은 사후승인 대상으로 나중에 금융위 심사에서 지배 의사가 없다는 것만 명확히 하면 된다"며 "CB 발행 조건 등은 증권사의 재량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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