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SPAC, '개인 공략' 성공할까 수요예측 하루 · 공모가 밴드 설정 안해
이 기사는 2010년 02월 10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 1호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의 '개인 중시' 전략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개인 물량 배정 등에서 다른 기업공개(IPO) 딜과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변수가 많아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미래에셋 1호 스팩의 희망 공모가는 1500원이다. 오는 25일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 뒤 다음달 3~4일 일반 공모를 거쳐 3월 중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1333만3334주를 모집해 총 200억원을 조달한다.
이번 미래에셋 1호 스팩의 IPO는 일반적인 IPO와는 물론 대우 그린코리아 스팩과도 상당히 다르다. 우선 수요예측이 하루뿐이다. 공모가 밴드도 설정하지 않았다. 밴드를 제시한 뒤 이틀간 기관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모가를 결정하는 절차를 과감히 축소한 것이다.
통상 기관투자가들은 IPO에서 이틀간 진행되는 수요예측에 참여해 공모가와 청약 수량을 제시한다. 미래에셋 1호 스팩이 수요예측 기간을 줄이고 공모가를 최초 제시가로 못 박은 것은 기관투자가 참여 폭을 줄이고 그만큼 개인투자자 몫을 늘리기 위한 방침이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실제로 미래에셋 1호 스팩은 공모 물량 1333만3334주를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에게 50대 50으로 균등 분배했다. 일반 IPO에서의 개인투자자 물량 배정 비율(20%)보다 2.5배나 많다. 대우 그린코리아 스팩의 배정 비율은 기관 70, 개인 30이었다.
공모가 산정도 개인투자자를 염두에 뒀다. 기본적으론 대우 그린코리아 스팩과 비슷한 방식(사모투자펀드 성공 보수 20%를 기반으로 역산)으로 계산해 액면가의 4배 정도를 공모가로 뽑았다. 이후 내부 검토를 거쳐 액면가의 3배인 1500원을 공모가로 확정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을 액면가의 3배라고 봤기 때문이다.
주당 1500원이라는 공모가가 주 공략 층인 개인투자자들에게 절대값 면에서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점도 고려됐다. 철저히 개인투자자를 위주로 공모를 기획한 것이다. 공모가를 확정하며 기관투자가의 의사를 배제한 것은 이 때문이다. 만약 공모 과정에서 기관투자가 물량 중 실권이 발생할 경우 개인투자자 청약분에 배정할 방침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발기인에 미래에셋증권 외 다른 기관투자가가 참여하지 않는 등 처음부터 개인 배정을 염두에 두고 스팩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스팩의 도입 취지 자체가 개인 투자자도 인수합병(M&A) 딜에 손쉽게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국내 개인 투자자에게 새로운 투자상품을 소개, 투자 기회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미래에셋 1호 스팩의 '개인 중시' 전략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펀드 판매에 강한 미래에셋증권의 특성상 적절한 선택을 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개인투자자 속성상 공모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럽 발 신용위기로 주식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위축된 개인투자자들이 실체가 없는데다 생소한 스팩 공모에 쉽사리 참여하겠냐는 것이다.
스팩 특성상 자금이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묶인다는 점도 부담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여윳돈 수백만원 정도만 가지고 소액 청약에 나설 가능성이 커 200억원을 모으려면 마케팅 부담이 만만찮다.
자산운용사 공모주 펀드매니저는 "스팩은 장기적인 비전을 설명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필수"라며 "미래에셋의 개인 공략 전략이 성공할 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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