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0년 02월 19일 10: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잘 될 것 같으세요?"
"솔직히 말하면 정말 모르겠어요. 어렵겠지만 해봐야죠."
"투자자를 모집할 때의 마케팅 포인트는 뭔가요?"
"정말 모르겠어요. 일단 차별화라도 해보려고 합니다."
한국형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와 관련해 증권사 담당 실무자를 취재하면 대체로 오가는 대화의 내용이다. 시장의 관심은 뜨겁지만 실무자들은 죽을 맛이다. 스팩을 준비하는 일은 '안개 속에서 헤매는 기분'이라는 것이 이들의 평가다.
법규간 상충·세금 등 제도적 문제는 일단 제쳐놓고, 실무자들의 가장 큰 걱정은 투자자 모집이다. 일단 공모로 돈이 모여야 상장도 하고 인수합병(M&A)도 할 수 있는데 실무자들은 당장 이 상품을 기관에 팔아야 할 지 개인에 팔아야 할 지 조차 감을 못 잡고 있는 상황이다.
내달 상장을 앞둔 대우 그린코리아 스팩이나 미래에셋 1호 스팩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준비를 오래했고 주요 스폰서인 증권사의 인지도와 신뢰도도 높은 편이다. 역시 내달 중 공모를 진행할 예정인 동양 밸류오션 스팩과 현대PwC 드림투게더 스팩도 금융계 '올드 보이'를 대표로 전면에 내세우는 등 나름의 전략을 짰다.
문제는 이들의 뒤를 이어 시장에 나올 후발 또는 중소형 증권사 스팩이다. 후발 스팩은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프리미엄을 누리기 어렵다. 오히려 선발 스팩들의 공모 결과가 나쁠 경우 그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별별 꼼수가 다 나온다.
중견 증권사 A는 일단 최대한 빨리 스팩을 설립해 등기를 마친 뒤 일반 공모는 내년 초에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공모시 마케팅 포인트로 한다는 복안이다.
한국형 스팩은 법인세 문제로 보통 설립 후 1년 이후 M&A를 추진하게 된다. 법인세 과세이연(세금 납부 연기) 혜택을 위해선 1년간 사업을 계속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
이 때문에 공모 투자자들의 자금은 당분간 묶이게 된다. 만약 설립 1년 이전에 M&A가 완료되면 차익 대부분을 법인세로 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A증권사는 공모 시기를 설립 후 1년과 맞춰 투자자들의 자금이 묶이는 기간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방안에는 큰 단점이 있다. M&A의 준비기간이 크게 줄어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모 이전에 합병 대상 기업을 정해선 안된다는 규정에도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
올 상반기 스팩 설립을 추진 중인 중소형 증권사 B는 회사명에서 아예 자사의 이름을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신의 낮은 인지도가 스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현 규정상 스팩 회사명에는 '기업인수목적'만 들어가면 되지만 아직까지 주요 스폰서인 증권사 이름이 빠진 스팩은 없었다.
스팩은 결국 수익률로 말하는 투자 상품이다. 주요 스폰서인 증권사와 스팩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투자의 최우선 고려사항이다. 얄팍한 수단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이려는 두 증권사의 모습이 왠지 비겁해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팩은 결국 신뢰에 기반한 상품"이라며 "투자 리스크를 상쇄할만한 미래 비전을 투자자에게 제시하려는 증권사의 모습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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