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 적정 주가는 얼마? 신탁금액 대비 주가 참고해야...공모가 유지가 '최선'
이 기사는 2010년 03월 04일 1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1호 스팩(SPAC)인 대우 그린코리아 기업인수목적회사가 증시에 상장되며 적정 주가 수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원활한 인수합병(M&A)을 위해선 공모가 근처에서 유지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우 그린코리아 스팩은 지난 3일 한국형 스팩 최초로 거래소 시장에 상장됐다. 상장 첫 날 거래량은 590만여주. 공모 주식 수 2500만주 중 4분의 1 정도가 거래된 것. 시초가는 공모가(3500원)보다 다소 높은 3705원에 형성됐고 등락을 거듭하다 3550원으로 마감됐다.
1년 이상 장기 투자가 기본 성격인 스팩의 상장 첫 날 손바뀜은 예상보다 극심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실체가 보이지 않는 스팩에 대한 보유 부담감이 컸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주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5.8% 높게 형성되니 일단 이익 실현부터 하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스팩은 주가의 고평가·저평가를 따질 수 있는 명확한 지표가 없다. 단순한 돈이 뭉친 서류상회사에 불과해 주가 산정에 흔히 쓰이는 주가순이익배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은 물론 영위하는 사업조차 없다. 기댈 수 있는 지표가 없으니 수요와 공급으로만 주가가 등락한다.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스팩 주가 판단 기준으로 '신탁금액 대비 주가비율'(P/T)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스팩 청산 시 주주가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을 현 주가 대비 비율로 환산한 것이다. 스팩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모 금액의 90% 이상을 한국증권금융 등에 예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는 M&A 실패 후 회사 청산 시 주식 비율에 따라 주주들에게 환급된다.
대우 그린코리아 스팩의 경우 총 공모금액 875억원 중 96%인 840억원을 한국증권금융에 신탁했다. 여기에 IPO 수수료 중 절반인 13억1250만원도 함께 맡겼다. 이 수수료는 M&A 합병 이후에 IPO 주관사인 대우증권과 한화증권에 지급된다. 합병 이전에 회사가 청산되면 주주들에게 나누어준다.
IPO 수수료 절반을 포함한 대우 그린코리아 스팩의 총 신탁금액은 853억여원. 회사가 최소한 1년 이상 존속한다고 가정하고 국공채 1년물 수익률 3.03%를 적용하면 1년 후 신탁금액은 878억9700만원이 된다. 이를 주식수만큼 나누면 3516원선이다.
지금 주식 1주를 가지고 있는 주주는 1년 후 스팩이 청산된다해도 3516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청산가치의 개념이다. 이 선을 넘으면 비싼 것으로, 미달하면 싼 것으로 판단하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재 대우 그린코리아의 P/T는 1년 기준 1.01배로 약간 비싼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상장 후 원활한 M&A 성공을 위해선 주가가 공모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주가가 높아지면 유통 시장에서 주식을 취득한 주주의 원금 보장이 어려운데다 M&A 후 기대감이 커진다. 반대로 너무 낮으면 안정적 수익을 원하는 주주들이 전략적으로 합병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해 아시아나IDT와 미국 스팩 TGY의 합병이 무산된 이유도 일부 주주들의 스팩 주식 취득가가 너무 낮았던 데 있다. 금융위기 직후 공모가보다 20% 이상 주식을 싸게 인수한 주주들이 주주총회를 거부한 것. 이들 주주들은 신탁자금만 돌려받아도 20%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아시아나IDT와의 합병이라는 모험에 나서려 들지 않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합병 전 기대감으로 주가가 일시 상승하는 것은 괜찮지만 공모 직후 주가 등락폭이 큰 것은 상당히 스팩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정착을 위해선 스팩을 장기 투자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투자자들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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