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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 난립, '5월 공모 대란' 오나 10곳 이상 5월 전후 공모...일부 스팩 대량 실권 날수도

이재영 기자공개 2010-03-10 11:49:02

이 기사는 2010년 03월 10일 11: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가 난립하면서 5월 중 스팩 기업공개(IPO) 공모 대란(大亂)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후발 스팩 10곳 이상이 5월 전후로 공모를 실시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삼성생명 IPO도 겹쳐 일부 스팩에 대량 실권 사태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설립이 완료된 스팩은 모두 12곳이다. 이달 내 상장을 끝마치는 대우·미래에셋·현대·동양 스팩을 비롯해 우리·신한·하나대투·교보-KTB·대신·한국투자·메리츠·부국 스팩이 설립 등기를 마친 상태다. 설립을 준비 중인 신영·HMC·동부·SK·키움·이트레이드 스팩을 합치면 상반기 내 쏟아져 나올 스팩만 모두 18곳에 달한다.

문제는 대우·미래에셋·현대·동양 스팩을 제외한 대부분의 후발 스팩이 공모 일정을 5월 전후로 잡아놓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지난해 12월~올해 1월 사이 설립 등기를 마치고 시장을 관망하던 우리 1호 스팩·신한 1호 스팩이 오는 4~5월 중 IPO 일반 공모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증권이 전환사채(CB) 방식으로 투자한 메리츠 히든챔피언 스팩도 5월 초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2월 말 설립된 하나 그린 스팩·교보-KTB스팩·대신 1호 스팩·한국투자 스팩도 5월 중 공모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가장 최근에 설립된 부국 퓨쳐스타즈 스팩도 6월 초 공모를 실시할 계획이다.

설립이 쉽고 예비심사가 1~2주에 불과한 스팩 특성을 고려해보면 조만간 준비 중인 스팩 중 1~2곳이 더 얼굴을 내밀 수 있다. 이렇게 되면 10곳 이상이 5월 전후로 공모를 실시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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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은 단순한 '돈뭉치' 회사다. 합병도 사실상 1년 이후에야 가능해 스폰서인 주관사의 평판에 절대적으로 의지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대형 증권사를 제외하면 국내 증권사 중 IPO나 인수합병(M&A)에 제대로 된 트랙레코드를 가진 증권사는 거의 없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주요 금융권 인사를 초빙하고 공동 발기인을 세워도 투자자가 이를 속속들이 알기는 힘들다. 게다가 공동발기인이 신뢰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많다. 단순한 재무적투자자 역할에 그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벤처캐피탈은 4곳 이상의 스팩에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합병 대상 기업군마저 천편일률적이다. 제조업체를 합병하겠다는 대신 스팩을 제외하곤 모든 스팩이 합병 후 가치 급증이 기대되는 녹색 기업·신성장동력 기업을 합병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사실상 차별화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규모도 비슷한 스팩이 일시에 쏟아져 나오는 것은 제살 깎아먹기일 수밖에 없다. 시중 자금이 이리저리 갈려 평판이 떨어지는 일부 스팩은 공모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눈치만 보던 중소형 증권사들이 대우 스팩 성공 이후 앞 다퉈 스팩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차별화 된 스팩이 별로 없어 투자자들의 시선을 얼마나 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인 삼성생명 IPO도 부담이다. 삼성생명은 조만간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뒤 5월 중 공모를 실시할 예정이다. 5월 공모 스팩 상장과 일정이 겹칠 가능성이 높다.

삼성생명의 구주 매출 규모는 약 4000만주로 주당 10만원씩만 잡아도 4조원에 달한다. 일반적인 국내 IPO 시장 규모(2조원)의 두 배다. 규모도 규모지만 생명보험업계 1위라는 프리미엄이 겹쳐 시중 자금을 대부분 빨아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5월 공모 스팩은 삼성생명이 쓸고 간 '진공 상태'에서 투자자들을 끌어 모아야만 한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요즘 쏟아지는 스팩들은 '돈이 될 것 같으니 우리도 한다'라는 성격이 강한 것 같다"며 "충분한 고민과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 없다면 대량 실권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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