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SPAC 급등 '투기화 조짐', M&A 불발 우려 거품 탓 인수 대상기업 물색 차질...기관 빠져 주총시 전문성↓
이 기사는 2010년 03월 16일 15: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2일 상장한 미래에셋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 주가 급등으로 위기에 빠졌다. 자산은 그대로인데 시가총액에 거품만 끼고 있기 때문이다. 스팩에 거품이 끼면 유일한 사업 목적인 합병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미래에셋 스팩은 상장 후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현재 2340원에 거래되고 있다. 공모가 대비 56%올랐다. 시가 총액도 209억원에서 326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전 세계 스팩 역사상 유래 없는 급등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일반 기업에게는 주가 급등이 호재일 수 있지만 스팩에는 정반대다. 스팩 주가는 오르면 오를수록 투자 위험성이 커진다. 합병 대상 기업 물색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자칫 부담스런 주가로 인해 경영진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존속 기간(3년)내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거품 낀 스팩은 합병 대상 기업의 대주주에게 희생을 강요한다. 스팩 시가총액에 붙은 프리미엄을 고스란히 대주주가 지불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합병 회피로 이어질 수 있다.
미래에셋 스팩의 적정 시가총액은 공모가(1500원)가 반영된 209억원이다. 미래에셋 스팩이 시가총액 600억원(액면가 5000원, 발행주식수 1200만주, 대주주 지분율 100% 가정) 규모 비상장기업과 합병할 경우 합병 비율은 3대 1. 스팩 투자자들은 444만여주(27%)의 지분을 가지게 된다.
만약 미래에셋 스팩의 현 시가총액인 326억원으로 합병을 시도한다고 하자. 위 가정과 같은 기업이라면 합병 비율은 대략 2대 1정도다. 스팩 투자자들은 667만여주(35.7%)의 지분을 갖게 된다. 일견 시가총액이 높은 쪽이 스팩 투자자에게 유리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스팩 투자자의 지분이 늘어난다는 것은 합병 대상 기업의 대주주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위 사례의 경우 합병 대상 기업 대주주가 감수해야 하는 지분 감소분은 220만여주, 110억원에 이른다. 스팩에 붙은 거품과 일치한다. 이렇다면 굳이 미래에셋 스팩을 우회상장의 통로로 삼을 까닭이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00억원 규모 스팩의 시가총액이 300억원이라면 스팩 운영진은 200억원 짜리 회사를 300억원에 팔아야 하는 부담이 생기는 셈"이라며 "시너지도 없는 단순한 돈뭉치 회사에 50%나 프리미엄을 인정해 줄 회사는 없다"고 말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기관투자가 이탈도 스팩에는 큰 부담이다. 미래에셋 스팩 공모에서 기관이 받아간 물량은 667만여주. 이 중 이미 103만주가 시장에 나왔다. 1개월 보호예수 물량 500만주를 제외하면 기관이 팔 수 있는 물량 167만주의 60%가 상장 후 이틀만에 쏟아져 나온 것이다.
단기간 목표 수익을 달성해버린 기관투자가가 빠져나가면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 시 전문성과 무게감을 실어줄 '형님'이 사라지게 된다. 스팩 스폰서와 발기인을 견제할 사람이 없으니 투자 위험은 그만큼 커진다. 시장 상황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대안 없이 주식 매수 청구권부터 행사하고 보는 등 주주총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위험성 역시 높아진다.
스폰서인 미래에셋증권 역시 이런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누가 봐도 문제가 있다"며 "투자자들의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스팩 주가는 평시엔 공모가의 평균 98%에서 거래되다 합병 이슈가 나온 후 공모가 대비 20~30% 정도 오른다. 지난 2008년 7월 상장한 유럽 첫 스팩인 저머니1호도 상장 직후 10% 정도 올랐다가 이내 공모가 수준으로 되돌아갔고 합병이 발표된 후에야 14.5% 올랐다.
시장 전문가들은 합법적인 우회상장을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스팩 본래의 취지가 사라지고 '스팩' 자체가 투기를 위한 도구가 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오랜 기간 스팩을 연구해온 자본시장연구원 김갑래 박사는 "제도 시행 초기 적정 주가 탐색과정에서의 시행착오 같다"며 "이로 인한 피해 발생 시 투자자 신뢰가 저해돼 스팩 제도 정착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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