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2년만에 고갈된 3조원, 올 최대 7조 필요 공룡 조선사의 불황기 신호탄?...회사 체력은 탄탄

문병선 기자공개 2010-03-17 17:25:39

이 기사는 2010년 03월 17일 1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룡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의 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금융감독원에 공시가 이뤄진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9580억원)로 돌아섰다. 영업활동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순수하게 사업으로 유입된 현금보다 유출되는 자금이 많았다는 의미다. 사상 최대 호황기를 보낸 이후 드러난 반전의 '신호탄'으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고 해서 현대중공업이 당장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다. 조선 업황은 부진했지만 플랜트 부문은 호조를 보였고 건설장비를 제외하곤 엔진기계와 전기전자 부문 매출도 전년보다 나아졌다. 사업 영역의 황금 분할에 따른 안정적인 다각화가 구축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업종 안팎의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올해 소요 자금 최대 7조

우선 현대중공업이 올해 필요한 자금은 거의 4조~7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금성자산은 1조원 이하로 뚝 떨어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현대중공업의 2009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조선업 부문에서 최대 약 3조3513억원 가량의 선박건조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파악됐다.

세부적으로 전년말 계약잔액의 27% 가량이 해당 사업년도의 매출로 인식됐음을 감안할때 올해 매출 추정액은 약 6조7026억원. 과거의 경우 '톱-헤비(Top-Heavy)' 계약 방식에 따라 이 자금(6.7조)은 기간을 나눠 약 20% 씩 현금으로 들어온다. 이 자금을 가지고 공사대금을 지급해 최종인도시점까지 선박을 건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활황기 때 현대중공업은 대다수 선박 건조 계약 방식을 선박 인도 시점에 50%를 지급받는 '헤비-테일(Heavy-Tail)' 방식으로 바꾸었다. 보유자금이 워낙 많았고 신규수주도 지속적으로 이어져 계약금이 꾸준히 유입됐기 때문이다. 공사대금을 20%씩 중간에 받지 않아도 건조 자금이 충분했기 때문에 협상력을 높여 수주금액을 키우는 방안을 채택한 것이다.

즉 헤비-테일 방식에 따르면 올해 매출 추정액의 절반은 현대중공업이 중간중간 자체 조달해서 선박을 제작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자금이 약 3조3513억원이다.

다만 계약별로 선박 인도 시점이 다르고 매출 인식과 현금 유입 시점이 달라 3조3513억원 전부를 자체 조달할 필요는 없다. 이는 최대한의 자금이고 업계에서는 실제 부족한 자금 규모를 약 1조원 가량으로 넓은 범위에서 추정한다. 지난해 이러한 용도로 사용된 자금은 약 8800억원대로 추정된다. 추정 근거는 단기차입금(5853억원)과 회사채발행(3000억원)을 합한 금액이었다.

부족한 선박건조 자금(1조~3.3조)에다가 시설투자 자금과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 대금까지 더할 경우 올해 필요한 자금은 4조~7조원에 달하게 된다.

◇보유 현금은 급감..2005년 이전 수준 회귀

반면 현대중공업의 보유 현금이 크게 줄어들었다. 약 3조원의 현금이 2년만에 사라졌다. 2007년말 3조6000억원에 달했던 현금은 지난해말 7415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는 2005년 이전의 현금잔고 수준이다.

보유하던 현금은 부족한 공사대금 지불과 M&A, 그리고 시설투자(1조4300억원)등에 쓰인 것으로 파악된다. 부족한 공사대금은 계약방식 변경 원인이 컸고 일부 선사의 잔금 미납 등도 포함됐다. 매출채권은 5조834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약 4000억원 늘어났다. M&A로 쓰인 자금은 총 2600억원대였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신규 수주가 없어 운영자금이 부족해 회사채 등을 발행한 것"이라며 "경기가 안좋아지면 차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조선 수주 목표는 낮게 가져가고 있으나 해양 플랜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올해 필요 자금을 회사채 발행 등 시장에서 직접 조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차입기조는 지난해부터 순차입기조로 전환했다. 대체적인 시각은 현대중공업의 자금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는 기류다. 오히려 시장의 관심은 금리나 규모에 쏠려 있다.

수출입은행의 제작금융을 활용한 선박건조 자금 조달과 단기차입도 함께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조선경기 불황이 얼마나 장기화되느냐에 달려있다. 은행 여신관련 부서 관계자는 "2007년까지 수주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과다한 비정상적 상황이었다"며 "침체가 올해까지도 계속되면 중소형 조선사와 함께 대형 조선사도 일하지 않는 유휴 인력이 많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정비는 계속들어가고 가동률은 지금 100% 가까이에 올라와 있으나 만일 60%선까지 떨어지면 영업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