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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분할사도 타깃" ①지성배 대우SPAC 대표 "시총 4000억원 규모는 충분히 합병"

박준식 기자/ 이재영 기자공개 2010-03-18 09:03:16

이 기사는 2010년 03월 18일 09: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무척 조심스러워 했다. 말 한마디에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의 주가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성배 대우증권그린코리아SPAC 대표는 "우리는 선두 주자라 모든 이들이 주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부담감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 미래에셋 SPAC은 상장 이후 나흘 연속 상한가 행진을 벌였다. 상장된 SPAC은 인수합병(M&A) 자금 외에는 껍데기 밖에 없는 페이퍼 컴퍼니. 합병 타깃이 뚜렷이 정해지지도 않은 회사에 투자자가 몰리는 건 이상과열이다. SPAC이 이처럼 머니게임의 재물이 된 건 다른 시장에서도 유례가 없다.

대우SPAC도 지난 15일 한 때 주당 3835원까지 올랐지만 17일엔 다시 공모가(3500원) 수준인 3580원으로 하락했다. 지 대표는 "개인 투자자들이 '원금보장'이란 말을 공모가 기준으로 봐야지 시가로 오인하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합병 타깃이 정해지기 전에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시장의 관심을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하지만 1호 SPAC에 거는 기대가 상당하단 걸 그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청약 경쟁률이 86.9대 1을 기록했고 증거금만 1조1415억원이나 몰렸다. 덕분에 투자자는 물론 경쟁사와 감독기관 등 모든 시장 관계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공모 후 SPAC의 주요 이슈는 인수합병(M&A)를 위한 타깃 선정이다. 이전까지가 증권사의 몫이라면 이제부턴 SPAC 경영진의 역량이 성패를 좌우한다. 그래선지 사모펀드 IMM인베스트먼트 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지 대표는 "IMM과 발기인들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합병대상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두 회사 대표의 겸직으로 인한 이해상충 지적에 대해선 "SPAC을 회사가 아닌 투자 상품으로 보면 오해가 풀린다"고 설명했다. IMM이 투자 규모나 구조에 관계없이 다양한 종류의 M&A를 아우르는 매니저(GP)라면 SPAC은 투자 대안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동안은 연기금이나 기관투자가의 자금을 모아 M&A 펀드를 만들었지만 이제 펀딩 소스가 SPAC을 통해 공모로 바뀌었고 그 출처가 개인까지 확대된 셈이다.

지 대표는 "대체투자 매니저는 투자할 만한 기업을 찾고, 일정기간 후에 투자분 보다 많은 수익을 거둬야 한다"며 "SPAC은 투자 대상 중 상장을 원하는 기업에 결합해 수익을 올릴 하나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투자 대상에 따라 기초사업 자금이 필요한 신생 회사에는 IMM의 벤처캐피탈 자금을 투입하고, 그보다 규모가 크거나 업력이 오래돼 자금소요가 큰 기업에는 SPAC 자금을 투자해 기업공개 효과를 누리게 할 계획이다. 지 대표는 "어떤 기준으로 투자 대상을 분류할 것인가가 어려운 문제이지만 바로 그게 매니저의 역할이고 SPAC의 성패를 가를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사모펀드 시장에서 순수 국내파 인력으로 구성된 IMM은 지난 5년간 적잖은 투자성공 실적을 쌓아왔다. 내부수익률(IRR)을 기준으로 △IHQ 41.7% △하이트주조 22.6% △모나리자 24% △한국하이네트 61.7% △셀트리온 787.6% △영화엔지니어링 32.2%의 성과를 거뒀다. IMM에 돈을 맡긴 연기금과 공제회 등은 투자 대상에 따라 상기 수익률을 연간 복리로 누린 셈이다.

지 대표는 사모펀드와 SPAC이 경쟁관계라는 지적에 대해 "타깃 선정에 있어선 경쟁적이지만 투자 회수 시점에선 오히려 상호보완적"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성장할 기업이라면 PEF가 수익배분을 위해 투자를 회수할 때 그 출자 분을 SPAC으로 충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 대표는 합병 타깃에 대해 "대우SPAC은 성장성이 높은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대기업 신생 분할회사 등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우SPAC의 규모(900억원)가 다른 곳에 비해 큰 것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4000억원 가량의 기업까지 투자하려는 계획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IMM은 최근 두산그룹 계열사 구조조정에 참여해 800억원을 투자하고 두산DST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의 지분을 사들인 실적이 있다.

지 대표는 대우SPAC의 합병 시기에서 관해 "오는 12월16일이면 세금 규제가 사라지기 때문에 그를 역산해 최대한 앞당길 수 있는 시점을 모색하고 있다"며 "안정성을 제일 우선순위로 삼으면서 몇 달간 기업을 찾는다면 타깃 선정은 연내라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1호 SPAC에 대한 책임감 때문인지 모든 전제조건은 수익률이나 합병 시기보다는 투자 성공 가능성에 두고 있었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지만 그 부분에선 한마디 한마디에서 에너지가 느껴졌다.

지 대표는 "2호나 3호 SPAC으로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선 성공적인 롤 모델이 필요하고 대우SPAC은 기념비적인 성공작이 돼야 한다"며 "IMM이 사모시장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쌓은 명성을 공모시장에서도 인정받기 위해 모든 투자 건을 SPAC과 연계해 구상해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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