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현금 쏟아부어 풋옵션 최소화 '안간힘' '배당+이익소각'으로 주가 부양 나서
이 기사는 2010년 04월 09일 11: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진로가 가용 현금을 모두 쏟아 부으며 주가 부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만간 도래하는 재무적투자자(FI)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를 최소화 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진로는 지난 8일 총 176억원 규모의 이익 소각을 결정했다. 50만주를 대신증권을 통해 장내 매수해 이를 모두 소각하겠다는 것이다. 상장 이후 두 번째 이익 소각으로 지난 2~3월 50만주, 180억22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장내 매수해 소각한 지 한 달 만이다.
이익 소각이란 기업이 이익잉여금으로 자사주를 매수해 소각하는 것이다.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일 수 있는데다 유통 시장에서 수요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어 주가 부양 수단으로 많이 쓰인다.
진로가 올들어 주가 부양을 위해 쏟아 붓겠다고 공언한 돈만 모두 1195억원이다. 이익 소각 356억원을 비롯해 지난 2월에는 주당 2000원(우선주 2050원)씩 총 839억원의 배당을 결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1213억원)의 98.5%에 달한다.
가뜩이나 당기순이익이 2008년(1548억원) 대비 20% 이상 줄어든 마당에 이익의 대부분을 주가 부양을 위해 사용하는 셈이다. 게다가 진로의 지난해 말 기준 실제 보유 현금은 1016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올 1분기 들어온 현금의 일부도 주가 부양에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진로가 없는 돈을 모두 털어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것은 지난 2009년 진로에 투자한 리얼디더블유유한회사와 신용협동조합중앙회의 풋옵션 행사일이 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리얼디더블유와 신협은 지난해 6월 하이트홀딩스로부터 각각 441만여주, 110만주의 진로 주식을 사들였다. 투자 금액은 리얼디더블유 2309억원, 신협 585억원 수준이다.
신협은 보유 중인 진로 주식에 대해 오는 4월19일부터 3개월간 하이트홀딩스에 풋옵션을 행사 할 수 있다. 신협의 주당 투자 원금은 5만3200원선으로 지분 매입 시 연간 6%의 수익률을 보장받았다. 만약 신협이 풋옵션을 행사한다면 하이트홀딩스는 진로 주식을 주당 5만6390원에 되사야 한다.
리얼디더블유는 7월19일부터 9개월간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주당 투자 원금은 5만2282원으로 최소 연 5.45%의 수익을 보장받았다. 리얼디더블유가 풋옵션을 행사하면 하이트홀딩스는 주당 5만5100원에 되사야 한다.
진로의 주가는 지난 8일 기준 3만5500원으로 FI들의 투자 원금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 상태로 라면 풋옵션이 행사될 가능성이 크다. 재무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하이트홀딩스에게 3055억원의 상환 부담이 추가로 생기는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최소한 7월까지 진로 주가가 5만원대 중반에 도달해야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잇따른 주가 부양 조치에도 진로 주가는 공모가(4만1000원)조차 회복하지 못한 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추세"라며 "주가 상승 여력은 있지만 당분간 5만원대 진입은 힘들 것으로 보여 하이트홀딩스로선 풋옵션 행사에 대비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이트홀딩스는 진로 주식을 토대로 2억 달러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EB)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만기 3~5년으로 크레디트스위스·바클레이즈 등과 발행 조건을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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