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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자기관리형 리츠 '다산'의 비운 금융위기로 투자 끊겨 허송세월...2년 만에 상장 추진

이재영 기자공개 2010-05-24 08:15:51

이 기사는 2010년 05월 24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1호 자기관리형 리츠(REITS)인 다산자기관리부동산투자회사는 지난 2년간 영업을 하지 못했다. 발족 직후 터진 금융위기로 투자가 끊겨 영업에 필요한 최소 자본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자기관리형 리츠 상장 1호' 타이틀은 훨씬 뒤에 출범한 골든나래리츠에게 돌아갔다.

자기관리형 리츠는 공모를 통해 일반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직접 부동산에 투자하는 회사다. 수익은 배당을 통해 투자자에게 분배한다. 주식을 상장해 투자자들이 마음대로 사고팔 수 있다. 기본적인 구조는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와 비슷하다.

다산리츠는 지난 2008년 4월 영업인가를 받았다. 초기 자본금은 10억원. 목표는 컸다. 95억원을 일반투자자들로부터 공모하고 195억원의 기관 사모 투자를 받아 자본금 300억원을 만들고자 했다. 여기에 관광진흥개발자금 126억원을 지원받아 총 426억원 규모로 자산을 운용할 계획이었다. 주관사는 키움증권.

하지만 처음 보는 상품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그리 밝지 않았다. 투자자 모집이 생각보다 쉽지 않자 다산리츠는 전략을 바꿨다. 일단 영업을 위한 법적 최저 자본금(100억원)만 사모로 투자받은 뒤 45억원을 일반 공모해 상장 요건(자본금 100억원, 주식 분산 30%)를 맞추자는 것이었다.

리츠는 영업인가를 받은 후 6개월 내에 최저 자본금 요건을 갖춰야 한다. 다산리츠는 영업인가를 받은 지 6개월째 되는 날인 2008년 10월2일을 납입일로 잡고 유상증자에 나섰다.

한참 투자자 모집에 정신이 없던 9월. 리먼 사태가 터졌다. 금융시장은 급속도로 경색됐다. 10억원을 투자키로 했던 건설공제조합, 15억원 투자를 약속했던 파라다이스건설이 투자를 접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다산리츠는 국토해양부에 청원을 넣어 최저 자본금 준비기간을 2개월 연장하고 다른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세 차례에 걸쳐 12월로 납입일을 연기해가며 투자자를 모았지만 이미 돈줄은 막힌 뒤였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신한은행과 토마토저축은행까지 투자 의사를 철회하며 다산리츠의 유상증자는 시작도 못해본 채 실패로 끝났다.

증자가 실패로 돌아간 뒤에도 다산리츠는 투자자를 찾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녔다. 그러나 본궤도에도 올라서지 못한 리츠 회사에 선뜻 돈을 넣을 투자자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09년 한 해 동안 다산리츠는 단 한 건의 투자도 받지 못했다.

잘못하면 자본금 부족으로 인해 영업인가가 취소될 판이었다.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가 1호라는 상징성과 금융위기라는 시기적인 어려움을 감안해 최저 자본금 준비기간을 연장해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는 동안 회사에는 손실만 쌓였다. 실체가 존재하는 리츠이다 보니 급여와 임대료 등 운영자금이 필요했지만 매출액은 제로였다. 결국 지난해 말에는 11억원의 자본금을 다 써버리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존폐의 기로에 서있던 다산리츠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이었다. 월드미디어 대표이사를 지낸 조문학 씨가 30억원을 투자해온 것이다. 조문학 씨는 다산리츠의 상근부회장을 맡아 투자유치 등 사업에도 참여키로 했다.

시장 상황도 한결 나아졌다. 대한생명 상장 공모에 4조원이 몰리는 등 시중 유동성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되자 다산리츠는 일반 공모 유상증자를 시도키로 했다. 65억원을 모집해 영업 최저 자본금 요건과 상장 자본금 요건(각각 100억원)을 한번에 충족시키자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또 실패였다. 지난달 28~29일 공모 청약을 받았지만 대부분 실권이 났다. 관심이 부족했다. 주관사인 키움증권은 청약 결과조차 발표하지 않았다. 영업에 필요한 최저 자본금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그나마 들어온 2억~3억원의 돈도 모두 투자자에게 돌려줬다.

그 사이 45억원의 공모를 성공리에 마친 자기관리형 리츠 2호 골든나래리츠가 먼저 상장에 성공했다. 다산리츠로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골든나래리츠의 주가가 2주만에 1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치솟으며 리츠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마침 부동산투자회사법도 개정됐다. 4월15일부로 영업을 위한 최저 자본금 요건이 100억원에서 70억원으로 줄어든 것. 다산리츠는 이달 초 25억원의 사모 투자 유치에 성공해 가까스로 이 자본금 요건을 맞출 수 있었다. 추가 유상증자의 여부에 관계없이 영업인가 취소의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다.

다산리츠는 6월 중 다시 한 번 일반 공모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다만 이 공모는 지난번처럼 회사의 존폐가 달린 공모가 아니다. 상장을 위한 자본금(100억원)과 주식 분산 요건(30%)을 맞추기 위해 30억원만 모집하면 돼 공모에 실린 무게가 한결 가벼워졌다.

다산리츠 관계자는 "내달 중 여의도의 한 비즈니스호텔을 매입하는 프로젝트의 중도금과 잔금이 지급될 예정"이라며 "전문 인력 6명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자산 운용에 들어간 만큼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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