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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그룹, 이종사업 진출 '시장신뢰' 관건 성장성 한계·자본시장과 거리감…일부 계열사 재무 여력 미흡

김은정 기자공개 2010-06-14 10:16:10

이 기사는 2010년 06월 14일 10: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심그룹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한글과컴퓨터 경영권 인수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무와 사업구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심그룹은 자본시장에서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 곳으로 유명하다. 시중은행을 통해 수입금융(유산스)과 수출금융(수출환어음 할인)을 이용하는 게 전부다.

영업으로 창출되는 현금이 충분해 투자부담을 내부적으로 충당해온 때문이다. 다른 업종에 비해 유동성이 풍부한 음·식료업체의 특징이기도 하다.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발행도 드물다. 그룹 계열사인 메가마트 정도만 유효한 신용등급을 갖고 있다.

농심그룹 전반으로 봤을 때 체감 신용도는 우량하다. 사업안정성과 현금창출능력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브랜드 인지도에 따른 수요자 충성도가 높은 데다 유형자산을 감안한 추가 차입여력도 큰 편이다.

시중은행 여신심사부 관계자는 14일 "내부적으로 신용등급을 20등급으로 나누고 있는데 농심그룹의 경우 5등급 이내 최상위 수준"”이라며 "계열사 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체 자산을 기준으로 가중치를 내서 그룹 신용등급을 매기면 상당히 우량하게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그룹 신용도 우량…성장 동력은 부재

이런 농심그룹에도 고민은 있다. 그룹의 성장성을 끌어올릴 동력이 없다는 점이다.

농심그룹은 대주주 밑에 농심홀딩스를 중심으로 한 식품사업과 메가마트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사업으로 크게 구분된다. 농심·율촌화학·태경농산 등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농심그룹은 식품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1993년 이후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소프트웨어 개발·광고대행 사업에도 발을 들였다. 물론 식품 외 사업부문이 그룹 전체의 자산과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이선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반 라면시장은 포화상태로 전체 시장 출하량 증가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미 70%에 달하는 높은 점유율과 롯데라면 등 신규사업자 진출로 시장점유율 확대를 통한 매출 증가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일단 프리미엄 제품군을 라면 사업부 성장과 수익성 확보의 관건으로 삼고 있다. 2012년까지 2000억원의 설비투자 목표를 잡고 있으며 이 중 약 400억원을 올해 집행할 계획이다. 정체된 시장을 돌파하기 위해 단가인상과 고가 제품 출시에 주력하는 셈이다.

◇농심, 현금성자산만 5000억…메가마트, 수익성·재무상태 '이중고'

재무상태는 탄탄하다. 농심은 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안정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창출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비용 부담도 낮다.

주기적으로 운전자금과 투자자금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되는 현금흐름 규모에 변동성이 크지 않다는 게 업계 평가다.

2010년 3월 말 기준 총자산과 부채는 각각 1조8670억원, 643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50% 안팎을 나타냈다. 업계 평균인 70%(지난해 말 기준)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총차입금은 1179억원이지만 현금성자산이 4996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순차입금이 마이너스 3816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증권사 음·식료업체 담당 연구원은 "국내 음·식료업체들이 중국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며 "농심그룹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아 신 사업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종사업 진출 가능성 대두…시장 평판은 '글쎄'

그룹의 또 다른 축인 메가마트의 경우 재무·사업적인 측면에서 농심보다 고민이 더 깊다.

메가마트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안정적). 경쟁 업체인 롯데쇼핑·신세계(AA+)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삼성테스코와 GS리테일(A+)보다도 미흡한 신용도다.

메가마트는 경쟁 업체에 비해 대형마트 진출시기가 앞섰다. 하지만 보수적인 투자정책으로 점포 수와 분포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뒤떨어지고 있다.

성장성도 낮다. 점포망 확대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보수적인 메가마트의 매출외형은 처질 수밖에 없다.

원가율은 경쟁 업체에 비해 높은 데다 투자정체로 감가상각비 비중이 낮아 영업이익율 측면에서도 득을 보지 못하고 있다.

2007년 농심캐피탈 자본금 출자, 2008년 춘천 동서백화점 인수에 이어 올해는 신규 출점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면서 자금부담이 확대됐다. 앞으로 국내와 해외에서 투자가 예정돼 있어 당분간 현금흐름은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투자성향이 보수적이라 대규모 자금을 한번에 지출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도 "현재 계획하고 있는 투자 규모가 자금창출 규모를 벗어날 것으로 보여 외부차입금을 활용한 자금조달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2010년 3월 말 메가마트의 총차입금은 1122억원, 현금성자산은 446억원이다. 순차입금만 676억원으로 현금창출능력에 비해 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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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제공이 가능한 자체 부동산과 농심그룹의 지원 가능성이라는 백 그라운드가 있지만 수익성과 금융비용 부담 측면에서 업계 평균에 미달하는 실정이다.

자산운용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그룹이 이렇다 할 성장동력 발굴에 실패한 건 사실"이라며 "성장성 한계를 인식해 이종사업 진출을 꾀한다면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온과 달리 이종사업 진출 효과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아 일정한 수준의 시장 평판 리스크(위험요인)를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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