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홀딩스, EB 발행 '없던 일로' 국내→해외→국내→보류...무리한 발행조건 요구
이 기사는 2010년 07월 06일 18: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트홀딩스가 지난해 말부터 추진해오던 2000억 원 규모 교환사채(EB) 발행이 결국 보류됐다.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발행조건을 맞추지 못했다. 하이트홀딩스가 요구한 발행조건에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하이트홀딩스는 지난해 말부터 보유 중인 진로 주식을 바탕으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EB 발행을 준비했다. 하이트홀딩스는 현재 진로 주식 2408만여 주(56.68%)를 보유하고 있다. 대우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찾아가 다양한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하이트홀딩스는 좀 더 공격적인 조건을 원했다.
EB의 교환가액을 어느 수준으로 정하느냐가 핵심이었다. 교환가액은 EB의 기반이 되는 진로 주식의 가치와 직결되는 항목이다. 당시 진로의 주가는 공모가(4만1000원)를 밑돌고 있었다. 현 주가 수준에 상당 수준의 프리미엄을 얹어줄 것을 요구하는 하이트홀딩스에 국내 증권사들은 난감함을 표시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하이트홀딩스는 올 초 해외로 나갔다. 크레디트스위스와 함께 2억달러 규모 해외 EB 발행 여부를 고민했다. 그러나 시장에 대한 시각 차이가 너무 컸다. 남유럽 금융위기로 인해 투자자 모집도 쉽지 않아 보였다.
해외 발행마저 지지부진해지자 하이트홀딩스는 지난 5월 다시 국내로 눈을 돌렸다. 이번엔 동양종금증권이 파트너가 됐다. 하이트홀딩스와 동양종금증권은 함께 실사를 진행하며 EB 발행조건을 협의했다. 하지만 발행조건에 대한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딜은 무산됐다.
당시 하이트홀딩스가 요구한 조건을 시장이 소화하기엔 무리가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5월 초 하이트홀딩스가 EB 발행 주관사를 물색하며 제시한 조건은 △만기 3년 △표면이자율 0%·만기이자율 3% △교환가액 4만7000원 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환가액은 그리스 사태로 인한 주가 급락 전 진로 평균 주가인 3만6000원에 30%의 할증률을 적용한 것이다. 6일 진로 종가는 3만5300원으로 1만1700원의 차이가 난다. 주가 하락 시 교환가액을 낮출 수 있는 가격재조정(리픽싱)과 중도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도 달려있지 않았다. 상당히 공격적인 조건이었다는 평가다.
증권사 IB 관계자는 "하이트홀딩스가 다소 무리하게 교환가액 할증을 요구했다"며 "지난 5월 논란이 됐던 하이닉스반도체 전환사채(CB) 정도로 공격적인 조건이라 마케팅이 쉽지 않다고 판단해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EB 발행은 무산됐지만 하이트홀딩스는 어떤 방법으로든 자금을 조달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오는 19일 재무적투자자(FI)인 리얼디더블유유한회사의 2309억 원 규모 풋옵션행사일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리얼디더블유는 지난해 6월 주당 5만2282원에 진로 주식 441만6000주를 매입했다. 최소 연 5.45%의 수익을 보장받아 하이트홀딩스가 되사줘야 하는 금액은 주당 5만5100원이다.
하이트홀딩스는 현재 FI의 풋옵션 행사 시점을 최대한 늦추거나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FI를 교체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하이트홀딩스는 이미 지난해 6월 신규 FI를 유치해 풋옵션 부담을 줄인 전례도 가지고 있다.
하이트홀딩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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