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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맞춤형 자산관리가 대세 저축에서 투자로 패러다임 교체

김영수 기자공개 2010-08-27 16:58:00

이 기사는 2010년 08월 27일 16: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랩 어카운트 투자 열기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지 않는 전문가들이 많다. 80∼90년대 메릴린치와 피델리티와 같은 대형증권사가 선도한 미국 랩 어카운트 시장의 급성장과 마찬가지로 자산관리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 뮤추얼펀드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투자상품 및 투자자문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랩 어카운트 시장이 크게 성장한 계기가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랩 어카운트 상품은 운용 및 제도상의 구조적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높은 수익률 기대치와 증권사의 영업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투자금액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인의 금융자산, 예금 ⇒ 주식·채권·리츠

80년대 국내 가계 금융자산의 80%는 예금에 묶여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는 현금 · 예금 비중이 45.4%로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대신 금융투자상품(주식 채권 펀드) 비중이 29.8%, 30%에 육박하고 있다.

저축에서 투자로의 변화는 미국의 80년대와 유사하다. 70년대 말까지만 해도 미국 투자자들은 은행 예금에 금융자산의 60%를 저축하고 있었지만 20여 년간에 걸쳐 자산의 대이동이 일어나면서 현재는 금융자산의 70~80%를 주식형 펀드와 같은 투자 상품에 들어가 있다.

[ 한국·미국의 가계금융자산 비교 ]

자료: 한국은행, 미국FRB / 2009년 9월말 기준

미국 금융산업의 축도 자산운용업으로 이동했다. 80년부터 94년까지 연기금은 8590억 달러에서 4조 5700억 달러로 증가했고, 뮤추얼 펀드는 1180억 달러에서 1조 8000억 달러로 늘어났다.

미래에셋증권 투자교육연구소 이상건 이사는 "미국의 경험은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며 "현재 우리나라도 낮은 금리, 증가하는 금융자산, 40~50대 인구의 증가 등 저축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객관적인 조건이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종금증권 부동산금융연구소 강민석 수석연구원도 "코스피지수 수익률은 외환위기 이전(1993년 4월~97년 7월)에는 0.8%였으나 외환위기 이후(98년 9월~2009년말)에는 178.8%로 높아졌다"며 "고령인구가 증가하면서 은행 예·적금에서 벗어나 적절한 수익률을 추구하는 주식, 펀드, 연금, 리츠 등으로 분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문사 설립 '붐', 맞춤 자산관리 '랩' 대세

최근 안전자산에서 투자자산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1 맞춤자산관리와 직접투자가 가능한 랩 상품에 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펀드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대거 랩으로 갈아타고 있는 영향이 가장 크다. 지난 7월말 현재 28조 원을 넘어서면서 랩으로의 자금이동은 대세로 굳혀지고 있다.

이에 증권사, 자산운용사에서 굵직한 운용을 담당했던 펀드매니저들이 퇴사를 하고 속속 자문사를 설립하는 '붐'까지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등록해 활동중인 전업 투자자문사는 총 128개사에 달한다. 2008년 말 92개에서 2009년 말 108개로 16개가 증가한 데 이어 올해 들어 7개월 만에 20개나 늘어난 셈이다. 이미 금융위에 등록을 마친 이들 신설 자문사 말고도 10여개사가 신규 등록을 신청해 놓고 있어 자문사 수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증시가 활황일 때 증가추세를 보이는 자문사가 설립자본금 한도(15억 원)가 낮아지고 운용전문인력도 2명만 갖추면 되는 상황에서 최근과 같이 자문형 랩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증권사의 스타급 매니저들이 자문사 설립에 적극 동참하면서 자문사 설립 붐이 여의도 증권사를 휩쓸고 있다"고 말했다.

랩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증권사들도 전문 인력을 늘리려는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집합투자자산, 신탁재산 또는 투자일임재산을 운용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투자자산운용사'도 8월26일 현재 올 초 대비 증권사는 68명, 은행 38명, 보험 14명, 자산운용사 117명, 투자자문사 44명 등이 각각 증가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랩 영업에 사활을 건 증권사들이 랩 운용을 위한 전문인력을 더욱 확충하고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취득한 직원들에게 인센티브까지 주면서 고객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랩 상품 판매가 향후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이 될 것이라는 상황인식이 작용한 탓"이라고 귀뜸했다.

[ 금융업권별 투자자산운용사 등록 현황 ] (단위 : 명)

자료: 금융투자협회

* 투자자산운용사(Certified Investment Manager) : 2010.2.4일 규정개정으로 인해 일임투자/집합투자운용사가 투자자산운용사로 통합 / 집합투자재산, 신탁재산 또는 투자일임재산을 운용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투자매니저

랩 상품에 자금이 몰리면서 큰 손들을 관리하는 PB센터도 바빠졌다.

시중은행 PB센터 관계자는 "최근 부자들도 부동산에 대한 미련을 잠시 접고 주식형 상품에 관심을 많이 보고 있다"며 " 특히 주식에 투자하는데다 1:1 맞춤 자산관리가 가능한 랩 상품에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투자하고 싶어 계열 증권사를 통해 가입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PB센터 관계자도 “강남 부자들은 부동산 가격이 특정지역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는 정체되거나 빠진다는 쪽으로 보는 반면,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워낙 좋고 내년까지도 전망이 좋다고 보기 때문에 현재 보유중인 부동산을 팔아 랩, 주식 등 현금성 자산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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