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선박펀드를?… 활성화 기폭제 되나 하이자산운용 펀드에 1000억 집행, 타 연기금 확산 여부 관심
이 기사는 2010년 10월 06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처음으로 선박펀드에 투자를 집행해 다른 연기금과 선박금융업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많은 선박금융회사들이 국민연금을 파트너로 삼고자 했지만 성공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선박펀드에 눈을 돌린 것은 해운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판단을 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담보가치가 추가 하락할 여지가 적어 손실 위험은 줄어든 반면 상대적으로 높은 고정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선박금융은 연기금 등 거액 투자가의 참여가 저조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국민연금의 참여가 다른 연기금의 투자로 이어질 경우 선박금융이 크게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자산운용 선박펀드에 1000억원 투자
5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하이자산운용이 지난 달 27일 설정한 하이우량해운사펀드에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했다. 이 펀드의 규모는 총 1400억원이며 국민연금은 이 중 10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나머지 400억원 가량은 기관투자가 3곳이 나눠 투자했다.
이 펀드는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SK해운, 대림해운 등 5개 해운사들이 선박 취득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한 후순위채에 투자를 한다. 만기는 5년이며 금리는 8%로 취득 선박을 담보로 한다.
펀드가 직접 선박을 인수해 용선료를 받는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선박 매각 차익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해당 해운사들이 부도가 나지 않는 이상 장기간 높은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일종의 대출과 같은 개념이다.
국민연금은 선박펀드에 처음 투자하는만큼 보수적인 대출 형태의 투자를 진행한 셈이다.
BDI지수 1년간 22% 상승..해운경기 바닥 판단
국민연금이 선박펀드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해운경기 침체로 선박에 대한 투자는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올들어 해운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자 국민연금도 선박금융에 눈을 돌린 것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다양한 투자처 확보 차원에서 선박 투자를 처음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벌크운임지수(Baltic Dry Index·BDI)는 지난 달까지 2900포인트 수준을 기록하며 지난 해 같은 기간의 평균보다 22% 가량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BDI는 활황기였던 2007~2008년 1만 포인트를 넘어섰으나 갑작스런 금융위기로 1000포인트 이하로 급락한 후 올들어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주간 단위로 발표되는 'Howe Robinson 컨테이너 지수(HRCI)'는 지난 달 730선을 넘어서며, 2008년 11월 초 이후 처음으로 700선을 돌파했다.
다만 성수기가 종료되는 3분기 이후 컨테이너 해상운임의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벌크선 역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있는만큼 완연한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이같은 점을 고려해 선박에 직접 투자가 아닌 해운사에 대출하는 방식의 투자를 선택했다.
서은성 하이자산운용 선박운용팀장은 "과거 해운경기가 좋을 때 설정된 선박펀드의 경우 활황이 지속되지 않으면 담보가치 유지가 힘들었지만 지금은 담보가치가 바닥인 상태에서 투자가 진행되기 때문에 담보가치의 하락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금이 해운경기 최저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저점을 형성중이라는 인식은 깔려있다"고 덧붙였다.
선박펀드, 다른 연기금으로 확산되나
그동안 저축은행 등을 위주로 선박금융이 이뤄졌던 만큼 국민연금의 선박펀드 투자는 자금줄에 목 마른 해운업계에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기관투자자들은 아직 해운업황에 대한 불안한 시각을 거두지 않은 상태라 이번 국민연금의 투자가 다른 기관들의 투자로 이어질 지 미지수란 평가가 많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다른 기관투자자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선박 관련 투자에 거의 손을 놓은 상태다. 금융위기 이전 한창 해운 경기가 좋았을 때에 투자했었던 건들을 아직 갖고는 있지만 다수가 '아픈 경험'이라는 목소리다.
최근 해운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등의 전망이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은 위험이 더 크다고 인식하는 상황. 기본적으로 5~7년을 내다봐야 하는 선박 금융의 경우 아직 확신을 갖기 어렵다는 얘기다. 게다가 선박금융의 경우 투자 규모도 커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연기금 등은 바닥을 다 확인한 후 상승기조로 돌아선 것을 본 후 투자에 들어가는 속성이 있다는 설명. 결국 국민연금도 실험적으로 일부 자금을 투자해 본 것 아니겠느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연기금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에게 1000억원이면 맛보기 정도 규모 아니겠느냐"라며 "아직은 선박금융시장 전망은 부정적이라는 시각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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