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 건설자회사 전격 워크아웃 왜? 부실전이로 지배구조 흔들릴 가능성 차단..건설업 포기 수순
이 기사는 2010년 10월 29일 10: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솔그룹이 한솔건설의 워크아웃을 전격 결정한 이유는 그룹 지배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자금난에 빠져 있던 건설 자회사를 지원할 경우 외환위기 이후 약 10여년간 단행했던 그룹 구조조정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다시 계열사 전체가 부실의 도미노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순환출자를 통해 형성된 지배구조 역시 건설 자회사의 지원에 적극 나설 수 없게 만든 원인이다.
먼저 그룹 입장에서는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취약하다는 점이 한솔건설 지원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해명하기 난해한 숨은 이유다.
한솔그룹은 한솔제지를 정점으로 한솔개발, 한솔PNS, 한솔라이팅, 아트원제지, 일진페이퍼 등 계열사가 있다. 그런데 사실상 지주회사인 한솔제지의 오너인 조동길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한솔제지 지분율은 7% 남짓이다. 계열사인 한솔CSN과 한솔케미칼이 갖고 있는 한솔제지 지분을 더해봐야 총 17%에 불과하다.
지배주주의 지분이 취약하다보니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짙다. 예컨대 사실상 지주회사인 한솔제지가 한솔건설을 살리기 위해 1000억원 이상의 자금지원을 결정하면 한솔제지의 주가는 급락하고 이는 경영권 방어 비용을 높인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유독 한솔제지의 계열사 지원이 우려를 사는 점은 오너의 지분율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건설 자회사의 부실이 다른 계열사로 이전되면 한솔제지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서 다수의 크레딧 애널리스트와 기업분석 애널리스트들은 그동안 "한솔제지의 한솔건설 지원은 부정적"이라는 평을 쏟아내 왔다.
한솔그룹 관계자는 "한솔제지 이사회나 개인 주주들의 시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솔건설의 워크아웃을 결정한 이유도 한솔제지가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솔제지를 통한 지원이 아니라면 타 계열사를 통한 지원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한솔건설의 최대주주는 지난해말 단행된 지분정리 작업으로 한솔제지(49.55%)에서 한솔EME(50.45%)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솔EME를 통한 건설사 지원 역시 쉽게 결정할 수 없다. 한솔EME가 그룹 순환출자의 핵심 연결고리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한솔제지(57.73%)→한솔라이팅(64.36%)→한솔EME(8.67%)→한솔CSN(7.39%)→한솔제지 순서로 순환출자가 이뤄지며 오너의 취약한 한솔제지 지분율을 보완하는 형태다.
그런데 자산 1600억원대에 불과한 플랜트 전문 소형 건설 업체인 한솔EME가 자칫 1000억원대 자금이 필요한 한솔건설을 지원해주거나 지급보증을 제공하면 잠재부실이 늘어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약화될 수 있었다.
한솔그룹은 지난해말부터 비핵심사업군에 대한 지분정리를 단행해 왔다. 외환위기 이후 10여년간 구조조정을 끝내고 제지업종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가 어느정도 마무리된 시점이다.
비핵심사업군을 재조정해 미래 성장사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었고 이를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 자회사를 안고 가야 할 지 떼어내고 가야할 지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 고민이었다.
한솔그룹의 결정 방향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있었다. 한솔건설과 한설EME를 합병시키거나, 한솔제지가 한솔건설을 지원하되 지원 금액을 최소한으로 줄이거나, 또는 워크아웃을 받아들이거나 하는 안이었다.
결국 약 1년여간의 고민 끝에 한솔그룹은 한솔건설의 워크아웃을 전격 결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업을 포기하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건설 부문을 빼려는 대주주의 결정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솔그룹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한솔그룹 계열사들은 타 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이나 채무보증을 거의 하지 않았다"며 "타 그룹의 건설 계열사와 달리 보증이 없는 상황에서 한솔건설을 지원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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