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KT&G·SK, 칸서스에 뒤통수? 해외 SI만 입찰마감 연기해 '특혜'...가격 공개시 형평성 침해 우려
이 기사는 2010년 11월 22일 1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8일 본입찰을 진행한 메디슨 매각이 삼성, KT&G, SK 등 국내후보에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 3사를 뺀 해외 후보에게만 본입찰 날짜를 짧게는 1일, 길게는 며칠간이나 연장시켜 줬기 때문.
M&A거래에서 예비입찰도 아닌, 본입찰 마감을 특정후보에게만 늦춰줄 경우 상당한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본입찰에서는 구속력 있는 가격과 인수조건을 제안하는 터라 약간의 시간만 벌어도 상대편 가격과 조건을 파악하고 입찰가격 및 조건을 조정할 여유가 생기기 때문.
메디슨 매각을 진행 중인 칸서스자산운용은 숏리스트에 포함된 5개 후보에게 18일 오후 5시까지 매각주관사인 JP모간에 서류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국내 후보들은 상당한 눈치작전을 펼치다가 마감시간이 다 되어서야 서류를 접수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필립스는 이날 칸서스에 "다음날 오전에 본입찰에 참가할지를 결정하겠다"고 통보하고서는 19일이 되어서야 본입찰 서류를 제출했다.
또 다른 후보인 올림푸스코리아는 18일 당일에는 아예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되레 본입찰 다음날부터 "올림푸스가 22일 서류를 낸다", "23일 서류를 낸다"는 다양한 얘기가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정도다.
삼성, KT&G 등 국내후보들이 우려하는 바는 간단하다. 그 사이 필립스나 올림푸스 등이 자사 인수제안가격에 대한 정보를 접하거나 혹은 매각자가 이런 정보를 흘렸을 경우. 상대의 전략을 알고 인수조건이나 제안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수후보들의 제안가격은 대개 '프로그레시브 딜(Progressive Deal)이 진행될 때 공개되는 경우가 많다. 프로그레시브 딜 자체가 다수의 인수후보를 놓고 특정회사의 제안가격을 경쟁사를 흘려 가격상승을 유도하는 '경매호가식' 입찰이기 때문. 인수후보들이야 불공정하다고 불만을 제기하지만 어디까지나 M&A는 '파는 사람(Seller) 마음대로'라는 원칙에 입각해 골드만삭스, 론스타 등이 자주 활용해 왔다.
하지만 프로그레시브 딜의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매각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 프로그레시브 딜이라고 해도 본입찰 자체는 예정대로 진행하고 이후 복수 우선협상대상자를 꼽아 다시 경쟁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후보들 역시 프로그레시브 딜이 예상되면 본입찰 제안을 할 때 다소 '여유'를 두고 추가협상을 대비하기도 한다.
그러나 칸서스는 처음부터 비공개 경쟁입찰을 선언하고 18일 오후5시로 마감시한까지 못박았다. 그리고 이후 빠른 시일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공언하기도 했다. 이런 공언을 하고선 되레 특정후보에게 마감일을 연기해줬다.
메디슨 딜 관계자들은 "삼성전자나 KT&G, SK등이 18일이 지난 후에도 필립스나 올림푸스처럼 본입찰 서류를 내도 된다고 했더라면 과연 그날 마감시한에 맞춰 눈치작전을 보고 상대편 전략과 가격을 알아내느라 밤을 새워가며 마음을 졸였겠느냐"고 되묻고 있다.
더 큰 문제점은 과연 필립스나 올림푸스가 메디슨의 새 주인으로 나설 '의지'가 확고하느냐 여부다.
올림푸스코리아의 경우. 예비입찰에 고가를 써낸 점이 주목을 받았지만 본입찰에서는 한발을 뺐다. 예비실사 과정에서는 메디슨의 경영진과 매니지먼트 미팅을 진행할 때 일본 올림푸스 본사의 인력을 데려 오면서도 통역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 등 매물에 대한 '사전 공부'가 부족하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필립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18일 본입찰 서류를 늦게 낸 이유가 네덜란드 본사와의 '시차'문제와 협의 부족으로 알려졌다. 특히 필립스는 메디슨과 공동으로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Patent Cross Lincensing Agreement) 메디슨에 상당량의 ODM 수주를 주는 주요 협력사이기도 하다. 메디슨의 새 주인이 안되더라도 저절로 메디슨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할 회사다.
이런 후보를 대상으로 본입찰 특혜를 제공한 것 자체가 삼성이나 KT&G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칸서스가 이를 빌미로 국내후보에 다시 한번 가격을 올리라고 요구한다면 삼성, KT&G, SK라는 막강한 후보들이 매각자측의 전략에 '놀아난' 모양밖에 되지 않는다.
가격을 더 쓴 후 인수를 하든, 혹은 인수를 하지 않게 되든 간에 '자존심'이 상할 만한 상황이 발생한다.
일각에서는 칸서스와 JP모간, 우리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등 매각자문 3사가 이번 거래에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들이 '줄세우기'를 시키는 후보가 일개 사모펀드나 중견기업이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초대형 그룹이라는 점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IB들은 대기업을 상대로 영업이나 거래를 할 때 상당히 신중을 기한다"고 입을 모은다. 잘못 관계를 맺었다가는 추후 보복 차원에서 불이익을 당할 경우가 있기 때문.
실제로 국내 일부 대기업과 채권은행 일부는 수년전 딜에서의 '악연'을 이유로 '절대로 쓰지 않는 IB 블랙리스트'까지 두는 경우도 있다.
메디슨 딜에 나선 국내 후보 3사는 IB시장에 자주 나오지는 않았지만 한번 나타날 경우 시장 전반을 뒤흔들 대형 클라이언트가 될 회사들로 꼽힌다. 이들을 상대로 자칫 어설픈 전략을 내세웠다가는 메디슨 매각 이후 칸서스는 물론이고, 매각자문사들 역시 어떤 후폭풍을 맞을지 알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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