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0년 12월 17일 10: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 업계의 진정한 강자 3인방을 꼽으라면 누굴 선택해야 할까. 뱅커와 매니저가 어울린 한 연말 모임에서 누군가 이에 관한 물음을 던졌다. 국내에서도 PE가 허용된 지 10년이 다 돼 가는데 GP로서 누가 진짜 선수냐는 이슈였다.
앞뒤 자르고 결론부터 얘기하면 김병주, 한상원, 안상균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들 3인은 3가지 기준을 만족했다. △간판(brand) △언어능력(verbal) △실적(track record)이 엄격한 통과 기준이다.
간판은 글로벌 브랜드 경험으로 설명할 수 있다. 주니어 커리어를 세계적으로 인정할 만한 하우스에서 쌓았는지의 여부다. 여기서 쟁쟁한 이들이 탈락했다.
언어능력은 국어와 영어로 압축되지만 만만치 않다. 상대가 국내파든 해외파든 그를 압도할 구사력이 있느냐는 게 기준이다. 영어로 논쟁을 이끌 매니저는 많지 않다는 게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실적은 더 까다롭다. 적어도 1조 원 이상의 운용자산과 수천억 원 이상의 수익을 얻은 경험이 필요하다. 매니저 자신의 브랜드 네임을 가졌느냐의 여부다.
그렇다면 이 좁은 문을 통과한 3인방의 면면은 어떠할까.
먼저 김병주 MBK파트너스 대표를 보자. 하버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따고 살로먼스미스바니 아시아지역 최고 운영자 겸 한국사무소 대표를 역임했다. 이후 칼라일 아시아의 회장으로 활동하며 옛 한미은행(씨티은행) 바이아웃으로 이름을 알렸다. 김은 박태준 포스코 창립자의 사위다.
한상원 한&컴퍼니 대표는 어떨까. 예일과 하버드를 나와 모간스탠리 뱅커로 일하다 모간스탠리 PE의 국내 런칭을 이끌었다. 옛 ㈜쌍용(GS글로벌)과 옛 전주제지(노스케스코그) 바이아웃을 성공시켰다. 그는 올해 모간스탠리에서 독립해 자신의 이름으로 7억 달러 규모의 펀딩에 성공했다.
안상균 골드만삭스 PIA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컨설팅사인 맥킨지앤컴퍼니에서 시작해 골드만으로 옮긴 후 홍콩에서 자기자본투자(PI) 업무를 전담 중이다. 대표 실적은 케이블TV업체 씨앤엠(C&M) 바이아웃과 국민은행, 하나금융지주 지분 투자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인(교포 제외) 최초의 골드만삭스 파트너다.
3인방의 공통점은 학력과 경력, 가문과 사회적 네트워크에 있어 모자람이 없다는 것이다. 너도나도 PE를 하겠다고 덤비는 이때에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자각이 들게 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도 숙제를 안고 있다. 김은 2조 원을 들인 C&M에서 어떻게 엑시트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케이블 TV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이라 차익을 보장하고 이를 받아줄 투자자(SI)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한은 선배인 김과 같이 글로벌 브랜드를 박차고 나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펀드를 만들었다. 한이 목표한 펀딩 규모를 맞춘 것에 시장이 놀라고 있지만 이제부터는 자신만의 브랜드로 걸출한 바이아웃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안은 두 선배처럼 언젠가는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하나금융 지분 등 기존 익스포저를 성공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하나금융에서 테마섹이 기습적으로 엑시트하면서 골드만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갇힌 상태다. 안이 이를 어떻게 돌파할 지가 관심이다.
정글 같은 PE 시장에서 10년 이상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3인방을 바라보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업계에서 매니저들의 세대가 내려갈수록 선천적 기반보다는 자신의 노력으로 명성을 확보한 이들을 적잖게 찾을 수 있다. 누구의 아들이 아니라 기 죽을 건 없다. 시장의 파고는 누구에게나 공평히 드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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