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0년 12월 17일 14: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식 깬 파토인가, 채권단의 재량인가. 현대건설 채권단 운영위원회가 현대그룹과 체결한 현대건설 매각 양해각서(MOU)를 해지키로 사실상 결정했다. 인수 자금의 출처 가운데 대출계약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MOU를 해지하는 사례는 유례가 없었던 일인 만큼 M&A 전문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현대건설 M&A가 이슈화 되고 있다. 과연 이 사건의 배경과 의미는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파장을 갖게 될 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법률 전문가들은 최종 결과를 쉽사리 예단하지 못하면서도 일단 "상식을 깨는 결정"이라는 데 대체로 공감한다. 다만 상식을 깨는 결정이라고 하더라도 소송이 붙을 경우 법원의 판결은 다를 가능성이 있다는데 주목한다.
◇'사전 검증'의 타당성 논란
법률 이슈의 첫번째는 M&A 자금을 사전 검증하는게 과연 타당하느냐는 것이다. 통상의 M&A에서는 MOU를 맺고 보증금을 납부하고 만일 본계약 체결 전후로 매매대금을 완납하지 못하면 해당 계약은 자동 해지되는 식이었다. 대형 M&A 뿐 아니라 소규모 공공 입찰에서도 이 방식은 '원칙'이다. 최고가 입찰자에게 낙찰되고 매매대금이 미납될 경우에만 낙찰은 자동 취소된다.
현대건설 M&A에서는 이런 통상의 절차에서는 없었던 과정이 한가지 추가됐다. 인수 희망자가 조달키로 한 M&A 자금을 사전에 검증하는 과정이다. 사실상 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이 대외적으로 주장한 '절차'이므로 '유재한 법(法)'이 하나 생긴 셈이다.
법조계 의견은 갈리고 있다. 대형 로펌의 M&A 전문 변호사는 "본계약 체결 때 돈을 못내면 몰취하면 되니 처음 MOU 단계에서 검증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다"고 했다. 채권단의 재량을 어느정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다른 대형 로펌 변호사조차 "일반적인 프로세스는 아니다"며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그런 경우가 없었으니 항변할 수 있다"고 했다.
사전 검증이 비상식적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대형 로펌 한 변호사는 "사전에 조항을 어떻게 만들어 놓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만일 입찰 이전에 배포되는 안내문(RFP)에 이런 절차가 들어있었다면 문제가 없으며, 또 MOU에 관련 조항이 있다면 MOU 해지 요건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현대건설 매각의 경우 사전 RFP에는 관련 조항이 없다가 중간에 MOU 조항이 수정된 바 있다.
자금 출처의 사전 검증은 국가적으로 정해놓은 법이 없다. M&A 절차 역시 공인된 법이 없다. 계약 당사자간 사적 계약에 의해 조정될 수 있으므로 비관례적이긴 하지만 당사자간의 합의가 있었다면 유효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합리적 수준'의 자료제출 문구 해석 논란
자금 출처의 사전 검증 여부는 이번 딜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으나 지금 국면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지 않은 듯하다. 피해자인 현대그룹으로서도 할말이 많지 않다.
사전 검증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논란이 될 때부터 끝까지 반발했어야 했다. 하지만 사전 검증을 가능하게 한 한가지 MOU 조항을 삽입하는데 현대그룹 역시 동의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조항은 '매각자측이 MOU 체결 당사자에게 합리적 수준으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다.
'합리적 수준'이라는 단어의 애매모호함은 이번 딜이 결정적으로 소송전에 얽히게 된 계기다. 채권단은 자금 출처를 믿지 못하겠다며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으로부터 빌린 1조2000억원의 대출금 계약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현대그룹은 '무보증, 무담보' 대출 확인서를 두번에 걸쳐 제출했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제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한 'MOU 해지금지 가처분 신청'에서도 역시 '합리적 수준'에 의해 제출된 자료인데도 채권단이 비상식적으로 MOU를 해지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대출 확인서가 사전 검증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비합리적 자료라면 채권단이 소송에서 이길 공산이 크다. 반대로 대출 계약서가 M&A 자금 출처를 소명하는데 비합리적인 자료라면 현대그룹이 소송을 이길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의견은 역시 엇갈린다. 한 변호사는 "대출확인서를 제출하고 나서 나중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진행됐던 M&A 절차 전부를 취소하면 되므로 대출확인서를 문제 삼는 것은 비상식적인 처리"라고 지적한다.
다른 변호사는 "단어가 애매모호하므로 M&A 전체 구도와 연관해 보아야 한다"며 "국가적 사안이라면 더 소상한 자료를 제출하는게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