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드림팀 구성...10조 시장 공략 백승택 KB게임앤앱스 SPAC 대표 "그라비티+넥슨 = SPAC의 파괴력"
이 기사는 2010년 12월 17일 1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시장만큼 뜨거운 곳이 없다. 스마트폰 열풍으로 대변되는 신산업이 우리 삶에 미친 영향력은 가히 폭발적이다.
KB투자증권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설립을 준비하며 주목한 변화가 바로 이 소프트 혁명(software industry revolution)이다. KB증권은 백승택 전 그라비티 부사장과 권준모 전 넥슨 사장을 영입해 이 분야 기업을 타깃으로 한 SPAC을 만들었다.
KB 글로벌스타 게임앤앱스 SPAC(이하 KB SPAC)이 그 결과물이다. 게임과 어플 기업군만을 합병대상으로 정하고 200억 원 규모의 공모를 실시할 SPAC이다.
백승택 KB SPAC 대표는 "게임과 어플 산업은 성장 가치가 충분하지만 이 분야 기업들은 제도 금융권의 지원을 쉽게 얻지 못해 성장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SPAC이 잠재력 높은 기업을 발굴해 자금을 공급하고 상장으로 신뢰도를 높이면 이런 불균형을 상당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 대표의 지적대로 소프트웨어 업계에 대한 금융권의 지원은 아직까지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사행성 오락이 전체 게임시장의 이미지를 퇴색하게 만들었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폐쇄적인 문화도 금융권의 몰이해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백 대표는 "온라인 게임만 하더라도 한중일 세 나라 시장의 규모가 조만간 10조 원을 넘는다"며 "아이디어가 톡톡튀는 기업을 골라 자금을 공급하면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기업을 육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 펄(Pearl) 리서치 등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은 올해 2조 원 대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중국(4조 원)과 일본(1조 원)을 합하면 2~3년 내에 10조 원대의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여기에 게임을 포괄하는 어플리케이션 산업을 합하면 시장 규모는 조선업 등 여느 제조업 못지않다.
KB SPAC의 강점은 기존 경쟁자들과 달리 M&A 전문가가 아닌 산업 실무자들이 이사진으로 포진했다는 것이다. 백 대표는 그라비티의 부사장을 역임한 게임산업 유통 및 해외 영업 전문가다. 그라비티는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로 최근까지 누적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국내 대표적인 기업이다.
2000년 LG전자와 합작해 네오싸이언을 창립해 사업을 시작한 백 대표는 그라비티가 네오싸이언을 인수하면서 2005년부터 게임업에 발을 들였다. 백 대표는 그라비티의 최고마케팅임원(CMO)을 역임하며 전 세계 47개국 수출을 주도한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2004년에 만든 그라비티 러시아 법인(합병으로 흡수)은 러시아 최초의 온라인 게임 사업자 등록 기록을 갖고 있다.
KB SPAC은 게임 등 소프트웨어 기업을 합병한 후에도 SPAC 이사진이 회사에 남아 기업 가치를 높일 복안을 갖고 있다. 게임 개발사들의 경우 개발자가 경영을 겸임하는 경우가 많아 영업에는 노하우가 많지 않다는 약점이 있다. 이를 KB SPAC에 포진한 전문가 집단이 보완해 2~3차 성장을 주도하려는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매출을 늘리려면 해외 세일즈가 필수다. 그라비티의 경우에도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발생했다는 게 백 대표 설명. 하지만 해외 수출을 위해서는 국내 게임 개발자들의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가령 이슬람 국가에 게임을 수출하려면 성적인 내용을 제한해야 하고, 중동판에는 사막과 같은 현지 배경을 넣어야 한다. 제품의 현지화 노하우다. 영업 전략과 해외 거래선을 확보한 전문 경영진은 각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반영해야 하는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필수적이다.
이 SPAC에는 백 대표와 함께 권준모 넥슨 모바일 전 사장도 비상무이사로 참여했다. 권 이사는 컬럼비아대학 심리학 박사 출신으로 2001년 모바일게임 개발사 엔텔리전트를 창업해 이를 넥슨에 팔았고 이후 넥슨 공동대표까지 역임한 인물이다. 권 이사는 최근 어플리케이션 개발사 '네시삼십삼분'을 창업해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큰 조명을 받고 있다.
KB SPAC에는 엑토즈소프트 대표를 역임한 최웅 씨와 변진석 전 시만텍코리아 대표도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여기에 김성현 KB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이 비상무이사로 이사로 참여해 소프트웨어 기업 경영과 M&A에 필요한 드림팀을 꾸렸다.
백 대표는 "기존 SPAC은 M&A 전문가들이 이사진을 이루고 있다"며 "상당수가 합병대상을 대부분 녹색산업 및 IT 산업군에서 찾다보니 전문 지식이 부족하고 합병 경쟁도 치열하다"고 꼬집었다.
기존 SPAC들이 설립된 지 1년이 지나도록 대상을 찾지 못하는 이유가 이사진의 산업적 비전문성에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국내 17개 상장 SPAC 중 15개 상장사가 신성장동력 사업을 합병타깃으로 선정하려 한다"며 "이 경우 M&A 전문가의 능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전략부족에 따른 임기응변형 합병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KB SPAC에는 공모전부터 유망한 게임 개발사들의 합병 가능성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게임 업계의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현금 200억 원을 공급할 SPAC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개발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백 대표는 "KB SPAC 이사진의 개발사 감별력이 상당히 까다로워 (합병기업 선별을) 신중히 진행할 것"이라며 "일단 합병 후에도 추가적인 M&A를 추진할 계획이라 이를 염두에 둔 선별에 집중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KB SPAC은 1차 합병 대상으로 게임 개발사를, 2차 대상으로는 스마트폰 어플 개발사를 고려하고 있다.
KB SPAC이 예상하는 1차 합병 대상의 회사가치는 300억~400억 원 수준이다. 이 대상에 200억 원의 현금을 투입하고 기업 가치를 1~2년 내에 1000억 원 이상으로 키우려는 목표다. 게임과 어플을 소비할 플랫폼이 스마트폰에서 태블릿PC로, PC에서 스마트TV로 점점 늘어가는 현실을 고려하면 성장성은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백 대표는 "게임 개발사는 1차게임이 어느 정도 인지도를 얻은 기업을 대상으로 합병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어플 개발사라면 스마트폰 솔루션에 광고 수입이 보장된 안정적인 기업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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