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03월 24일 11: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용보증기금이 24일 메디슨 지분 매각을 위한 입찰을 1차 마감한다. 매각 대상 지분이 22.3%에 달해 메디슨 1대 주주인 삼성전자 지분율 40%의 절반을 넘는다.
희망자가 별로 없을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10여개 이상의 금융회사와 기관투자가가 인수의사를 표시했다. 우선 신보 지분 2600만주 전부를 다 사도록 하는 게 아니라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최소 100만주씩 '블록'으로도 살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 둘째는 메디슨 IPO가 추진되지 않더라도 삼성 덕분에 어떤 식으로든 메디슨 주식에 대한 장기투자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수개월간 주당 8000원대 육박하다가 최근 나흘간 급락한 메디슨 장외 주가를 우려하는 요인도 있으나 "외부의 대량 매도물량이 일시에 몰려 떨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메디슨이 삼성에 피인수되면서 수년간 추진됐던 IPO는 더 이상 어렵다는 건 정해진 수순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메디슨 경영권 매각과 신보 지분 처리에 대해 삼성전자가 의사결정자이지만 그 과실은 삼성전자보다 다른 주주들이 가져갈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삼성전자는 신보의 메디슨 지분 인수를 위해 직전 칸서스 딜 자문을 했던 삼성증권 대신 우리투자증권을 자문사로 고용했다. 우리투자증권은 불과 몇개월 전 JP모간 등과 함께 칸서스의 메디슨 지분 매각주관사를 서면서 삼성전자의 반대편에 섰던 회사로 메디슨 내부정보에 밝다. 당시 칸서스 매각을 주관했던 실무자들이 그대로 신보 지분 인수 딜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메디슨의 새 오너라는 점 때문에 이해상충 (Conflict of Interest)을 피해간 상황인 셈.
삼성전자 이런 노력까지 들여가며 지면서 메디슨 지분 22%를 쳐다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지분이 놓치기에는 아까운 계륵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삼성이 확보한 메디슨 지분 40%만으로도 회사 경영에 무리가 없다. 주주총회 특별결의(발행주식총수 1/3, 출석의결권 2/3)처리도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지분의 분산구도가 문제다. 신보가 22%를 갖고 있고 우리사주조합을 비롯한 개인들이 무려 38%를 갖고 있다. 이해관계에 따라 삼성의 요구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이 모이면 회사경영이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어떤 식으로든 비용과 노력을 들여 산 메디슨의 기업가치를 크게 개선시킬 예정이다. 메디슨은 매출이나 수익성은 물론, 영업네트워크도 과거와는 비교하기 힘든 수혜를 입을 전망. 이미 의료기기 업계는 "삼성이 메디슨을 인수한 후 직원들 연봉을 올려줘 오히려 자사의 인력유출이 우려된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이렇게 키운 회사에 대한 과실을 삼성이 다른 소액주주들과 과실을 나눌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부분의 기업이 그러하듯 남은 지분을 싹 거둬들이는 수 밖에 없다. 일례로 메디슨을 전자의 한 사업부로 붙인다고 해도 어쨌거나 다른 주주들의 지분을 회수해야 한다. 원칙상으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나 공모주 유증과 실권주 인수를 통해서라도 할 수 있지만 지분분산 구조상 이 둘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경우는 단 3%의 주식만 가져도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이 가능하다.
결국 삼성전자로선 메디슨 잔여 주식을 언젠가는 확보해야 할 지분이라는 게 시장 컨센서스다. 이번 신보의 메디슨 지분 매입에 다수의 기관투자가가 입질을 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언젠간 삼성이 살 주식이고 그 동안 삼성이 알아서 키울 회사이면 투자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자신이 사야 할 주식인데 거꾸로 자신이 주가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 빠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찌감치 삼성이 신보 지분도 같이 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은 수차례 걸쳐 칸서스의 지분인수 협상을 벌일 때도 신보 지분 인수의사를 보였다.
하지만 삼성으로서는 이미 수천억원을 주고 40%를 샀는데 M&A 소요금액을 더 높이기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결국 언젠가 사긴 사야하는데 당장 자금을 더 투입하기는 부담스럽고, 가만히 있자니 다른 회사들이 사겠다고 나선 것이 현재 삼성전자가 메디슨 인수로 당면한 딜레마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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